[목포문학상 읽기-소설 본상 조계희⑧]거센 풍랑에 갇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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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문학상 읽기-소설 본상 조계희⑧]거센 풍랑에 갇혀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4.0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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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아빠랑 다시 섬으로 들어가자. 중학생 되면 다시 나오기로 하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엄마와 오빠가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을 때 아버지와 나는 거센 풍랑 한가운데 갇혀 있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고 무서웠던 시간이었다. 그런 섬으로는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아빠가 여기로 나와서 같이 살면 안 돼요? 다른 아빠들처럼 회사 다니면 되잖아요.

-.너는 잘 모르겠지만 그게 아빠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야.

-이제 엄마도 없고 오빠도 없는데 아빠는 나랑 살아야 되는 거잖아요. 나는 섬이 무섭고 싫단 말이에요.

-혜인아, 대신 섬에서는 아빠랑 같이 있을 수 있잖아.

-싫어요, 싫다구요! 아빠는 나보다 섬이 더 좋은 거죠? 아저씨 말처럼 나보다 등대가 더 좋은 거잖아요.

나는 서울 고모네 집에서 살게 됐다. 아버지는 해마다 엄마와 오빠 기일에 맞춰 고모 집으로 왔다. 아버지는 점점 더 멀고 외딴 섬들로만 지원해서 들어가는 것 같았다. 무인 등대화 사업으로 많은 등대원들이 등대를 떠난다고 했지만 아버지는 아니었다. 어쩌다 고모 집에 왔다가도 아버지는 배편을 핑계대고 서둘러 돌아갔다. 나는 아버지가 왜 나를 두고 먼 섬으로만 떠도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고모는 어른이 되면 알게 될 거라고 했지만 나는 어른이 되고나서도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었다. 내 삶이 뒤엉킨 실타래가 되고나서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원점에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

아버지는 긴 하품을 하더니 침상 위로 누웠다. 천장을 올려다보던 아버지는 이내 잠이 들었다. 나는 잠든 아버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흰 머리카락과 주름과 찡그린 미간을 보며 지금껏 아버지 얼굴을 이렇게 오래 바라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망치듯 한국을 떠날 때 마지막으로 봤던 아버지 얼굴은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 검게 그을린 얼굴로 담담히 나를 바라보던 아버지가 말이 통하지 않는 사위의 손을 붙잡고 연신 허리까지 굽혔다. 나는 그 때의 아버지가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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