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 용비불패 1~23 (+외전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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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 용비불패 1~23 (+외전 12)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4.0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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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한 사람이 짊어질 수 있는 무게가 얼마나 될까. 본인 삶을 감당하는 무게만으로도 벅찬데 가족, 직장, 마을, 더 나아가 나라를 등에 업은 심정이란 어떨까. 최근 다시 펼쳐본 <용비불패>의 주인공인 용비를 보고 든 생각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작품의 스토리와 작화가 주는 감동에 보는 재미, 읽는 재미만으로도 좋았는데, 아니 그것만으로도 완벽한데 시간에 묵혀서 다른 관점, 새로운 생각들이 생겨나니 더더욱 좋을 수밖에. 아무튼 책임감으로 스스로를 옭아 맨 리더의 삶과 작품 속에서 흩날리는 벚꽃잎처럼 스러지는 엑스트라의 존재가 뜬금없이 비교되어 떠오른다.

<용비불패>는 무협만화다. 무협 마니아들에겐 당연히 익숙한 작품이고, 무협에 전혀 관심 없는 만화독자들에게도 꽤 알려진 작품이다. 현상금 사냥꾼으로 돈을 엄청 밝히는 사연 많은 남자주인공 용비와 그가 타고 다니는 천재 말 비룡의 코믹한 연출이 보는 내내 낄낄거리고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다. 다른 작품에서라면 주연을 꿰차고도 남는 개성 넘치는 능력자인 조연들은 작품 내내 용비와 화려한 판을 벌이게 된다. 우습고도 가볍게 올라가는 감정들은 어느새 진흙처럼 무겁고 축축한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하는 그야말로 삶의 희로애락이 다 스며있다.

1996년부터 차곡차곡 단편집들이 출간되어 2002년까지 23권으로 완결되었고, 그 후 용비의 못 다한 이야기가 외전으로만 12권으로 출간되었다. 2020년엔 모바일 RPG(roll playing game. 역할 게임)로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태어났으며, 최근엔 웹상에서도 만화를 서비스로 볼 수 있다. 그 후에도 용비를 사랑하고 잊지 못하는 독자들의 바람으로 15권의 애장판이 나왔다.

단편이 아닌 장편으로, 일반 소설도 아닌 무협으로, 그것도 만화로 이렇게 꾸준히 사랑이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얄밉지만 매력 있고, 주인공의 사연에 대해 이해를 넘어선 공감으로, 어디선가 살아 숨 쉴 것만 같은 캐릭터가 주는 생동감이 아마도 잊지 않고 꾸준히 용비를 찾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산책서점 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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