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홍선기 목포대 교수] 목포의 선술집, 스낵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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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홍선기 목포대 교수] 목포의 선술집, 스낵의 문화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4.15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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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기 목포대 교수

[목포시민신문] 목포를 대표하는 유명한 음식도 이제는 가격이 비싸지고, 또한 전국적으로 보편화 되어가고 있다. 단지, 목포가 해산물의 산지에 가까우므로 신선도 측면에서 자랑할 만하지만, 목포 시민들도 놀라는 가격에 목포 맛집을 찾기는 쉽지가 않다.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으려면 우선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아야 하는 것이 음식점이고 맛집이다.

목포 시내를 걷다 보면, 시장 골목에 눈에 띄는 간판들이 보인다. “스낵이다. 이제는 그러한 가게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필자가 처음 목포에 정착하게 된 2000년대 초에는 골목마다 다양한 이름의 ○○스낵이 많았다. 지명도 있고, 사람 이름도 있고, 영어 이름도 있고, 정말 정겨운 가게 이름이었다. 일본에서 스낵(일본어로 스낙크로 명명함)은 보통 가볍게 양주 한잔하면서 주인과 대화를 하거나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소규모 술집이다. 돈이 궁했던 유학생 시절엔 가 볼 수 없는 곳이었지만, 졸업 후 나중에 일본 지인들과 몇 차례 구경 삼아 가 본 적은 있었다. 스낵은 비교할 만한 우리나라 주점은 없지만, 일본에서도 대게 일반인들이 자주 찾는 곳은 아니다. 우리 국어사전에서는 스낵(snack)을 간단한 식사나 간식거리, 스낵바(snack bar)는 가볍게 먹고 마실 수 있는 간이식당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스낵류는 팝콘처럼 가볍게 먹고 마실 수 있는 간식의 부류를 통칭한다. 따라서, 일본의 스낵과 한국의 스낵은 확실하게 그 유래와 기능이 다른 것이다.

그런데, 목포에 왜 이렇게 스낵 간판이 많을까, 다른 도시에도 스낵이라는 간판이 있을까. 나의 경험으로는 목포의 스낵은 무엇보다도 맛있는 계절 음식과 술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주인아주머니께서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다양한 음식들, 나물류, 찌개류를 비롯하여 계절별 선어회, 어패류들이 안주로 나온다. 막걸리 한 병을 시켜도 콩나물에 겉절이 김치 등 기본 반찬이 서너 가지가 나온다. 그 맛에 지인들과 스낵을 많이 찾았고 단골도 생겼다. 서울을 비롯하여 대도시엔 1980년대까지 역전이나 시장 골목마다 포장마차가 많았다. 그러나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전에 보건위생을 문제 삼아서 포장마차를 일제 단속하였고, 점차 장외 포장마차는 사라지고, 실내 간이음식점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런데도 서울과 경인 지역에는 포차의 이름을 써오고 있다.

목포에 스낵이 많은 유래를 찾는 것은 도시역사를 연구하는 분들의 몫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음식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서 스낵에 관한 관심을 넘어 지역의 고유한 식문화 활성화의 자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특히, 스낵이 타 도시와 다른 고유한 목포의 식문화의 한 면이라면, 제대로 조사하여 특화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서울엔 피맛골이 있고, 통영의 다찌가 있고, 전주에 막걸리 골목이 있다면, 목포에는 스낵이 있다. 요즘 티비에서 자주 등장하는 통영의 다찌는 일본의 서서 마시는 술집인 다찌노미야()’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다찌노미는 돈이 없던 노동자들이 주류 도매상과 같은 곳에서 한두 잔 서서 마시는 에도시대부터 시작한 음주 문화였는데,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는 합법적으로 재개되어 1960년대 최고 활성화가 되었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와서 퇴색했지만, 오히려 일본의 과거 문화를 복원하려는 최근의 리트로 문화(retro-culture) 차원에서 다시 재생되고 있다고 한다. 목포의 스낵 또한, 그 유래를 찾아 특성화 시키고, 식문화 지도화(food cultural mapping)한다면, 현재 목포의 관광 지역이 골목까지 확장되는데 매우 유익한 콘텐츠로써 활용될 것이다. 목포의 스낵은 단조롭지만, 스낵마다 차별화된 맛과 저렴함, 신선함이 특징이다. 우리 목포 스낵이 가진 특성을 살려서 로컬식문화 브랜드의 하나로 개발된다면 지역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도 부담 없이 목포의 식문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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