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문학상 읽기-소설 본상 조계희 ⑩] 서치라이트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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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문학상 읽기-소설 본상 조계희 ⑩] 서치라이트와 아버지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4.1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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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인적 없는 바닷가 개활지에서 차를 세웠다. 바다 위로 서서히 어둠이 내렸고 서치라이트가 바닷가를 훑기 시작했다. 그 불빛 속에 살아온 순간들이 영화 속 장면처럼 떠올랐다. 엄마와 오빠와 함께 했던 시간들, 다니엘이 앞니가 나고, 걸음마를 시작하고, 말을 시작하던 시간들이 지나갔다.

서치라이트가 먼 바다를 훑을 때 아버지가 떠올랐다. 창을 훑고 지나가던 등대 불빛이 아버지가 편히 자라고 보내 준 신호처럼 느끼며 잠들었던 날들이 떠올랐다. 그 순간 간절하 게 살고 싶었다.

아버지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입을 벌린 채 잠들어 있었다. 가슴이 아려왔다. 다니엘을 생각할 때마다 느껴지던 흉통이었다.

따님, 아버님 친구 분이 찾아오셨네요. 일주일에 서너 번씩은 꼭 찾아오시는 분이세요.”

나는 눈물을 닦고 돌아섰다. 요양보호사 뒤쪽에 아버지보다 훨씬 건강하고 젊어 보이는 노인이 서있었다.

안녕하세요? 김혜인이라고 합니다.”

이 친구한테 자네 말은 내가 많이 들었네. 미국에서 오는 길인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얼른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이 친구를 마지막 근무지에서 알게 됐고만. 해남 끄트머리에 목포로 들어가는 바닷길 초입에 있는 목포구 등대였제. 정년퇴직이 얼마 안 남았는디 이 사람이 낚싯배를 사서 운영할 텐데 같이 해보지 않겠냐는 거여. 나중에 딸이 돌아오면 목포앞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자리에다 큰 집을 하나 지어 주고 싶다고 허더라고.”

미국에서 살면서 늘 고모를 통해서 아버지 소식을 들었다. 나에게서 아버지가 희미해졌듯이 아버지도 그렇게 살고 있으리라 믿었다.

이 사람은 목포를 못 떠나겄다고 허드라고. 자기는 평생 죄 갚음을 허고 살아야 헌다고 하드랑게. 나는 인자는 등대라면 돌아보기도 싫은디 이 사람은 등대가 뵈는 디서 살아야 마음이 편하다고 허드라고. 집도 남항 등대가 보이는 디다 얻어놨드라고.”

그런데 아버지가 어떻게 이렇게 되셨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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