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최선국 전남도의원] ‘목포시 올해의 책’ 제도 도입을 제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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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최선국 전남도의원] ‘목포시 올해의 책’ 제도 도입을 제안하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5.0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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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국 전남도의원/목포시립도서관 운영위원장

[목포시민신문] 한때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다. 당시 중학교 3학년 교과서에 한국 현대문학의 흐름이라는 단원이 있었다. 교과서에 실린 100여명의 한국 현대 문학가들을 모두 외어야 하는 시험의 특성상 아이들로서는 당연히 싫어할 수밖에 없는 과정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제일 신나게 강의를 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목포아이들에게 교과서에 언급된 희곡의 김우진, 차범석, 문학비평의 김현, 한국 시단의 거봉인 김지하와 수필의 법정, 김현섭, 그리고 소설의 박화성, 최인훈 등 목포가 낳고 목포와 인연을 맺은 문학가들을 설명할 때마다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곤 했다. 아이들 역시도 이렇게나 목포 출신 문학가들이 많냐며 놀라워했던 모습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목포는 이렇게 예향이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향이다. 목포시가 빠듯한 살림에 지금도 전국에 드문 목포문학관을 운영하는 것은 바로 목포=문향이라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자존심일 것이다.

그리고 올해 목포는 법정 문화도시로 가는 예비 문화도시에 선정되는 큰 경사를 맞았다. ‘가는 곳마다 문화이고 예술일 수밖에 없는 목포로서는 도시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문화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맞은 것이다. 다른 도시는 엄두도 내지 못할 뿌리 깊은 밑천을 가진 도시라는 점에서 나는 목포 문화도시의 성공을 의심치 않는다.

문제는 목포시민들의 준비다.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행정이다.

목포시립도서관 운영위원장을 2년째 맡으면서 항상 아쉬웠던 부분 중의 하나가 목포의 독서문화였다. 문향의 고장으로서 그리고 문화도시를 준비하는 도시로서 책읽기가 입시나 과제의 일부가 아니라 하나의 생활문화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기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다른 도시들은 앞서나가고 있다. 인근 도시인 순천은 책읽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에게 책값의 절반까지 지원해오고 있다. 청년에게 희망도서를 신청받아 정가의 50%까지 지원하거나 순천시 추천도서를 시민이 구입하면 정가의 30%를 지원하는 제도다. 남원시의 책값 돌려주기 사업도 주목할 만 하다. 책을 남원지역 서점에서 구입하면 최대 2권까지 구입금액을 지역화폐로 돌려주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빈사상태에 빠진 동네책방과 지역서점을 자연스럽게 도울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두 도시의 사례는 당장의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는 시민들의 문화기초체력에 과감히 투자한 모범적인 사례다.

예산지원 뿐만 아니라 책읽기 문화의 저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만들어가는 목포시 올해의 책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제안해 본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시민들의 손으로 시민들의 읽을거리를 만들어 내는 자발적 문화운동이다. 울산광역시는 매년 전문가 집단과 그 보다 더 많은 수로 구성된 시민추천단이 함께 올해의 책 3권을 선정한다. 경기도 양주시는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시민들이 직접 올해의 책을 추천한다. 경기도 안산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안산의 책 하루 10분 독서운동’, ‘독서릴레이 이벤트등 단순한 책 추천을 넘어 다양한 독서문화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시민 독서문화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 세도시의 사례는 관주도가 아닌 그 과정자체가 시민이 직접 만들어가는 문화이고 축제인 셈이다.

목포시가 가야할 문화도시는 그 어떤 도시도 갖지 못한 선배 목포 문화예술인들이 만든 풍성한 토양 위에 시민들이 직접 주도해 가꾸어가는 아름다운 문화의 정원이어야 한다. 그 정원에서 성장하는 우리 목포의 아이들을 보는 것만큼 가슴 설레고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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