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김인숙 칼럼니스트] 삶과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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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김인숙 칼럼니스트] 삶과 고양이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5.2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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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노릇노릇 잘 구워진 크로와상과 차가운 우유 한잔을 낮은 탁자 위에 올려두고 가슴을 가까이 붙어 앉는다. 탁자위에 질서 없이 흐트러진 사진들을 고르며, 그동안 카페에서 입양 간 아이들을 기억한다. 유튜브에서 한참 유행하는 카페오빠 최준의 유행어를 따라해 보자면, 철이 없었죠, 고양이가 좋아 유기묘입양카페를 했다는 것이. 정도 되겠다.

고양이를 사랑하여 한 마리라도 더 좋은 환경에서 좋은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입양 보낸 고양이가 120여 마리. 생각보다 많은 숫자의 고양이들이 좋은 가족을 다시 만났고, 가족이 된 입양자분들도 이 고양이들로 하여금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것이면 되었다. 당시에는 그 뒤로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고려하지 않았다. 내가 무슨 불타는 청춘도 아니고 용가리 통뼈도 아닌데, 이런 일에 앞뒤 재보지도 않고 뛰어들었을까? 그때를 돌이켜보면 불같은 첫사랑에 빠진 순진한 소녀처럼 다른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온전히 나를 받쳐 이뤄낸 것들이었다.

칼럼 역시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개선에 도움이 되고자 시작했던 일이었고, 얼마큼의 성과가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던 일이었음을 밝혀둔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당연한 진리에 따라 나는 이쯤에서 칼럼 쓰는 일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며칠 전 대전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진로문제를 상담하고 싶다고 인터뷰 요청을 했다.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도 아닌데, 무슨 진로문제를 나 같은 사람한테 하냐며 웃어버리고 거절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학생은 생각보다 집요하게 나를 만나고 싶어 했고, 반갑지 않은 허락을 하자 목포에 내려와 하루를 자고 가기 까지 했다. 요는 이랬다. 유기묘 입양카페를 하게 된 계기와, 구조 후 입양까지의 과정, 또 운영자금은 어떻게 마련이 되어 지고 있는지, 앞으로의 계획과 이 사업의 앞으로의 비젼등.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이 유기묘입양카페를 하고 있는 나 같는 사람에게까지 미치는 모양이었다. 그 궁금증을 현실적인 면으로 따끔하고 사실적으로 설명을 해주었고, 결론을 내어주었다. 후원금을 받지 않는 구조사업은 자발적으로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제반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안 될 경우 커피 몇 잔 팔아서는 월세를 내기도 힘든 것이다. 그냥 카페만 해도 힘든데 유기묘들을 구조하고, 치료해서 입양을 보내기까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결코 만만치가 않다. 가장 크게 들어가는 비용은 카페를 운영하는 자금이 아닌, 유기묘들의 치료를 위한 병원비이며, 좋은 병원에서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이 부분은 계획할 수가 없는 부분인 것이다. 이달 만해도 전발치를 한 고양이 병원비로만 기백만원이 들어갔다. 모르는 이들은 돈을 쌓아두고 이 일을 하는 줄 아는데, 반려동물 용품점을 해서 충당을 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어린 친구에게 나는 진심어린 충고를 해주었다. 이쪽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은 좋으나,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하기를 바란다고. 단체를 만들든, 또 유기묘 입양카페를 하든 뭐든 할 수 있는 나이이고, 용기가 있겠지만, 내 딸이 이런 일을 한다면 나는 기꺼이 말리겠다고. 대신 나는 이 어린 친구에게 한가지 포맷을 만들어주었다. 유기동물들과 연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업안을 제시해 주었고, 그것으로 그 친구의 진로가 결정되길 바라진 않지만, 더 헤매지 않길 바랄 뿐이며, 내가 해왔던 시행착오들을 온 몸과 마음으로 난도질당하며 겪길 바라지 않는다.

뜨거웠던 나의 한 시절은 갔지만, 나는 여전히 고양이들 속에 살고 있고, 앞으로도 얼마간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며, 나 역시 그들과의 삶과 고양이 속에서 살아가겠지. 차가운 우유한잔이 텅 빈 내 배속을 달래주듯 삶은 계속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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