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광장-김경완 시민기자] 깨끗하면 왜 버리냐. 사장이 마시면 믿을란다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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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광장-김경완 시민기자] 깨끗하면 왜 버리냐. 사장이 마시면 믿을란다⑩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6.1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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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은 상식의 말과 행동으로 하는 생존 싸움이제”

영산강보전운동 때 상식 논리로 주조공장 건설 막아

맑은 물 주장에 그럼 사장이 그 물을 마시려반박

10. 깨끗하면 왜 버리냐. 사장이 마시면 믿을란다.

[목포시민신문] 영산호를 살리기 위해 주정공장측의 공격에 대응하고, 정부 각 부처에 청원서를 제출하는 와중에도 시민들에게 알리는 일을 계속했단다. 한국공해문제연구소의 최열 소장과 서남동 목사, 유인호 중앙대 교수 같은 분들의 강연은 시민들이 공해문제에 관심을 갖는데 큰 도움이 됐어.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극단 연우무대를 초대해 공해풀이마당극 나의 살던 고향은을 진행할 때였어. 그때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줘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단다. 모두가 내 일처럼 참여했지.

영산강 보전운동을 하면서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단다. 단순하지만 상식에 걸맞는 말이 훨씬 잘 통한다는 사실이야.

서울에 올라가 국회의사당에 주정공장 반대 청원서를 제출한 적이 있단다. 그리고 공해문제를 담당하는 정부부처인 환경청(환경부의 전신)을 항의 방문했지. 영산강에 오염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알리고, 막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어.

당시 우리 대표단 가운데 인쇄소를 운영하는 한 명이 있었어. 환경청장 앞에서 영산강 오염을 이야기하면서 ‘BODCOD’에 대해 설명하게 됐어. 그러자, 환경청 수질담당자가 비웃듯이 묻더구나.

선생님, BOD가 어쨌다고요?”

“BOD가 높아지면 안되니까 공장을 짓지 마라고요

그런데, BOD가 무슨 의미가 있나요?”

뭣이요?... 그란께 그 BOD....”

갑자기 질문을 받자 당황할 수 밖에 없지. 설령 아무리 잘 알더라도 환경전문가 앞에서 얼마나 자세히 설명할 수 있었겠어? 그런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당장 내가 나섰지.

최수일 환경청장을 직접 겨냥해 물었어.

복잡하게 이야기할 것 없소. 공장이 있어야 영산강이 맑아지요, 없어야 맑아지요?”

그거야 아무래도 없는 것이 낫지요.....”

라고 청장이 대답을 하려는 참이었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먹으로 책상을 하고 내리쳤어. 그리고 벌떡 일어나 소리쳤지.

그럼 말 다했소. 공장이 없어야 영산강이 맑아진다면 다 끝난 일이제 먼 잔말이 많소

하고 그 자리를 정리해 버렸지. 환경행정 책임자인 환경청장이 공장이 없어야 강이 맑아진다고 스스로 이야기했으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지. 지금 생각해도 전문가들 앞에서 어떻게 그렇게 단순하면서도 당당하게 대했는지 모르겠어. 하하.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땐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어. 만약 그렇게 강하게 대응하지 않았으면 그 행정 관료와 전문가들 앞에서 망신만 사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을 거야. 과격한 행동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상식이 통하는 또 한 가지 이야기가 있구나.

어느 날 지역 신문 1면에 이런 광고가 나왔어.

진로공장은 환경친화 기업으로 앞으로도 절대 공해가 없고, 깨끗한 물만 배출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도 광고를 내고 싶었지만 광고비가 없잖아. 하는 수 없어 내가 공개적으로 이렇게 이야기하며, 반박문을 배포했지.

공장에서 흘려보낸 물이 깨끗하다면 맑은 물을 다시 사용하지 왜 버리는가? 깨끗한폐수를 사장이 직접 마신다면 그때는 믿겠다”.

그 누가 들어도 옳은 말이지? 정말 당차고 패기 있게 우리들의 주장을 펼쳐나갔지.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사례가 태평양에도 있었더구나. 일본이 미크로네시아의 한 섬에 핵폐기장을 짓겠다며 안전하다고 홍보했단다. 그랬더니 현지 섬 주민들이 나와 똑같은 말을 했어.

핵폐기장이 그렇게 좋고 안전하면 도쿄가 있는 동경만에 지어라.”

그랬더니 일본이 아무 말도 못하고 핵폐기장 설치를 포기했단다.

이처럼 상식에 기초한 단순한 말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단다.

/김경완 시민기자 목포시지속가능발전협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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