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 모멸에 품위로 응수하는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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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 모멸에 품위로 응수하는 책읽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7.0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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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

(곽아람 지음/이봄/2021610일 발행)

[목포시민신문] “마음에 어는점을 만들지 말 것. 어떠한 고난이 닥쳐와도 밑바닥까지 추해지지 않을 것. 최대한 우아함과 품위를 유지할 것. 어릴 적 읽은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에게 나는 이런 걸 배웠다.” (8p. 작가의 말 에서)

아마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한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닥쳐오는 고난과 슬픔과 상처들을 책으로 치유하거나 최소한 도피라도 했던 경우가 많을 것이다. 어린시절에 읽은 동화 속에는 가난하고 연약하고 미움 받는 소녀들이 끝없이 등장하고 그들은 끝내 역경을 딛고 강해지거나 통쾌한 행운을 맞이한다. 그녀들은 결코 추악해지거나 잔인해지는 경우가 없다. 부드럽고 강인하며 선하고 긍정적이다. 동화에 나타나는 각종 이데올로기나 젠더 감수성에 대한 의혹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어린시절의 책읽기는 용기와 희망이 되어 주는 경우가 더 많았다.

저자는 자기계발서를 쓰기 위해 시작한 이 책을 준비하며 결국에는 외형적 성공이 아니라 바람직한 마음가짐과 삶의 태도를 일러주는 책 속의 여자들을 찾아나서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어린시절에 읽은 동화부터 최근 1~2년 사이에 출간된 책 속의 여자들까지 포함시켰다. 스무 권의 책에서 만난 스무 명의 여성들을 통해 과거의 나를 구축했고 현재의 나를 만들었으며 미래의 나를 일굴우아한 야망을 찾아 나선 것이다.

빙점의 요코를 통해 우아함이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지를 발견하고, 유리가면의 마야에게서 독립성의 원천을 건져 올리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으로부터 일하는 여자의 눈물이 가진 의미와 힘을 배운다.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책들의 서평이나 다름 없는 이 책은, 저자가 여성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살아가는 와중에 겪게 되는 갖가지 난관과 고통에 봉착할 때마다 어떻게 삶의 존엄을 지켜오고 있는가 하는 고백록이기도 하다.

무엇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위기에 대처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막막할 때마다 우리에게는 롤 모델이 되어줄 멘토가 필요해진다. 시대가 바뀌어도, 아니 바뀌었기 때문에 더더욱 복잡하고 다양한 이 시대를 씩씩하고 품위있게 모멸과 싸우며 영위해 나갈 지혜와 힘이 절실하다. ‘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응수할 수 있는 단단함은 오스카 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의 어록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스무 명의 여성들이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당신 손을 잡아 이끌 것이다. 더 많은 여성들의 삶이 견고하고 푸르게 반짝이는 곳으로.

동네산책 책방지기/윤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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