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광장-김경완 시민기자] 최초로 성공한 공해추방운동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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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광장-김경완 시민기자] 최초로 성공한 공해추방운동⑫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7.0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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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김경완 시민기자] 전라남도가 회사 입장에 손을 들어준 사실을 우린 며칠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단다. 정말 행정관서를 상대로 싸워서 이길 수가 없단 말인가? 절망스러웠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어.

이번에는 주정공장 스스로 포기하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시민들은 물론 학생들과 함께 주정공장 사장에게 항의 편지 보내기 운동을 시작했어. 동시에 사장을 만나 공장을 포기하도록 압박하기도 했지.

진로측도 이에 질세라 적극적으로 반격하고 나섰어. 진로 사장이 우리에게 보낸 편지를 한 번 볼까?

『서한태 씨께

지적하신대로 공해문제는 오늘날 산업사회가 안고 있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더군다나 목포의 경우처럼 오랜 시간 식수의 어려움을 겪은 경우에는 더욱 민감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주정공장을 설립하면서 12억이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폐수처리시설을 지을 것입니다. 이 시설은 세계 최고의 수준임에 틀림없습니다.

여러분이 원한다면 대표들을 이같은 시설을 갖춘 유럽 선진국에 직접 모시고 가겠습니다. 직접 비교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이 공장은 영산강을 오염시키지 않을 것을 확신하실 수 있습니다.

끝으로 우리 진로는 혼자서만 잘 살려는 기업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공장설립으로 전남산업에 기여하고 나아가 기업의 참다운 이념을 실현코자 합니다.

늘 편안하시길 기원합니다.

주식회사 진로 대표이사 장익룡』

진로는 시민들의 식수원이 될 영산호와 수질오염과의 관계는 생략한 채 배출시설의 완벽성만을 강조했어. 그러면서 유럽 등지의 선진국 배출시설과 비교해 볼 기회를 드리겠다며 함께 해외 답사를 가자고 제안했지. 아주 전형적인 회유 방법인 셈이지.

이에 우리는 이렇게 답장을 보냈지.

『“선진 유럽에 고구마를 원료로 술 만드는 주정공장이 있으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또한, 주정공장 폐수가 호수에 배출되는 곳이 있으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더구나 그 호수가 식수원인 경우가 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요? 그런 곳이 있으면 우리 스스로 경비를 부담해 확인하러 가겠습니다. 제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이 편지에 대한 진로 측의 답장은 없었단다. 우리 질문에 답할 자료가 없었던 거지.

그리고 얼마 후, 진로가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기 이전부터, 수질오염 배출시설 공사를 했다는 사실이 들통나고 말았어. 정부로부터 암묵적으로 동의를 받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사건이었지. 우리가 그것을 놓칠 리가 없지. 당장 국무총리 앞으로 질의서를 보냈어.

2010년 5월 영산강에 다시 선 서한태. 당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보건설 반대운동을 전개하시는 서한태 박사

상식으로는 개인이 조그만 건축물을 지으려 해도 먼저 허가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사소한 위반 행위에도 가차 없이 처벌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기업은 몇 억 원씩 투입하는 공사를 허가도 없이 시작할 수 있습니까? 궁금합니다. 답해주시기 바랍니다.”

동시에 감사원에 진로공장을 고발했어. 환경보전법 제15조에 배출시설 설치허가 조항에서 배출시설은 반드시 허가증을 교부 받은 연후에 시공할 수 있다.’는 근거로 말이야.

결국 진로 측은 두 손 두 발을 들고 말았단다. 1983118일 중앙일간지를 통해 진로주정공장을 안산시 반월공단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어. 우리는 모두 기쁨의 만세를 부르며 얼싸 안고 눈물까지 흘렸단다.

이렇듯 목포시민이 주정공장 설립을 막은 것은 한국 환경운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되었단다. 그 의미를 세 가지로 간략하게 정리해 볼까.

첫째는, 외부 세력의 참여 없이 스스로 움직인 시민운동이라는 점이란다. 인구 20만의 작은 도시에서 시민들이 똘똘 뭉쳐 대기업의 오염시설을 막았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러웠지.

둘째는 예방적 환경운동이었다는 점이야. 그 무렵 공장에서 배출되는 폐수로 인해 피해를 받을 경우 나중에 피해에 따른 보상은 있었어. 먼저 피해를 본 후 나중에 대응한 것이지. 하지만 이번 성공사례는 오염이 우려되었을 뿐 직접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거든. 피해가 한 번 발생하면 돌이키기 어렵기 때문에 예상되는 피해를 미리 막았다는 사실이 무척 의미 있었단다.

마지막으로, 환경보전 운동이 성공했다는 점이야. 우리나라 환경운동의 역사에서 최초로 성공한 환경운동 사례가 되었지. 이 때문에 영산호 보전의 성공사례를 소개하러 전국을 다니며 환경운동가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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