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광장-김경완 시민기자] 물 맑으면 마음 맑다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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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광장-김경완 시민기자] 물 맑으면 마음 맑다⑬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7.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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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1983년 영산강 주정공장 반대운동에 성공한 후 광주에서 대학 동창들을 만났는데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해 주더구나.

자네가 이번에 이긴 것은 사생활이 깨끗하기 때문인 줄이나 아소?”

그게 무슨 말인가?”

정보기관에서 우리 동문들을 찾아다니며 학교 다닐 때 사생활까지 조사했다네. 가령 여자관계가 복잡한지, 무슨 부끄러운 일은 없었는지 조사해 자넬 꼼짝 못하게 하려는 속셈이었지. 그런데 아무리 뒤져도 그럴 일이 없었다네.”

결국 국가 정보기관이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몰래 조사했다는 이야기야. 당시 전두환 대통령 시절은 군사독재 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군인과 경찰들의 힘이 거침없을 때였고,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납치해 사고로 위장해 죽일 수도 있는 시대였어. 그래도 누구 하나 감히 정부나 기업이 추진하는 일에 대해 반대를 하지 못했어. 그런데도 나는 그런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살았으니 참 겁 없이 살아왔구나 싶어. 하하.

실제로 얼마 후 언론에 전국적인 민간인 사찰문제가 보도됐단다. 경찰과 정보기관이 민간인들을 무차별적으로 몰래 조사했다는 보도였어. 이것은 분명하게 법을 위반한 행위거든. 그런데도 위법행위를 비판하는 사람들보다 자기의 부끄러운 사생활이 드러날까 봐 두려워 한 사람들이 많았단다.

나는 전혀 두렵지 않았어. 오히려 사생활이 공개된다면 부끄럽지 않은 생활로 더 돋보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정말 그렇게 살았어.

한참 주정공장 반대운동을 할 때 전화 불법 도청도 이루어졌단다. 난 오히려 불법 도청을 이용해 이익을 보기도 했단다. 정보기관에서 엿듣고 있을 거라고 여기고 더 강한 어조로 표현했거든.

기업이익을 위해 목포시민을 무시하는 나쁜 녀석들... 유달산 바위덩어리의 정기를 타고 짠물 먹고 자란 깡다구로 묵사발을 내겠어.” 라고 큰 소리쳤지. 그렇게 해야 도청을 하던 사람들도 겁을 먹을 것 아니야? ‘기세가 이렇게 드세니 도저히 안되겠구나하는 그런 생각이 들게끔 했지. 하하. 내 생각이 어때?”

영산호 보전 운동과 관련해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이 있구나. 목포 출신의 김지하 시인이 난초 그림을 보내 온 것이야. 난 그림 옆에는 물 맑으면 마음 맑다라고 써서 말이야. 김지하 시인은 군사독재에 굴하지 않고 저항했던 시인이야. 오적을 통해 권력층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속시원하게 풍자한 용기 있는 분이었지.

김시인을 처음 만난 것은 영산강 싸움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듬해 봄이었어. 최열 환경운동가와 함께 해남에 있던 김지하 시인을 만나러 갔더니 나를 무척 반갑게 맞이해 주더구나. 김지하 시인도 어린 시절을 목포에서 보냈기 때문에 더 친밀하게 느껴졌지.

선생님, 저도 목포 사람인데, 영산강 주정공장 반대 싸움을 보면서 걱정을 많이 했어라. 상당히 어려울 것 같아 유심히 지켜봤는디... 참말로 다행스럽게 승리로 이끌어 주셔 갖고 참말로 기쁘고 고맙든만요. 그래 갖고 작은 선물이지만 감사의 마음으로 보내드린 것이지라.”

이렇게 당시 상당히 어려운 과정을 잘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해준 많은 시민들의 힘이었다고 생각해. 내가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고마움을 느낀 거지. 그리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환경보전 운동을 시작하게 됐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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