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영의 희망편지]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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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영의 희망편지]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7.1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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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가장 보통의 날들에 오히려 우연을 가장한 특별한 인연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행성 같은 삶을 굴려 나가는 데 있어, 수많은 이의 운명에 부딪히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아주 반가운 악수일 수도, 불쾌한 충돌일 수도 있다. 수많은 충돌 속에서 굳은 심지 같던 가치관도 변형되고 뒤흔들린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드넓은 행성의 세계에서 우리는 부딪혔던 사람들을 자주 마주친다. 서로의 머리털을 쥐어뜯으며 귀가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질렀던 사람과 같이 일하게 된다든지, 내게 큰 상처를 준 옛 연인을 어떤 모임에서 만나게 된다든지 말이다. 운명이라는 것은 참으로 우스운 코미디 영화 같다. 나의 참담한 세계에서 타인들은 배꼽을 잡고 비웃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인연이 참 웃기다, 그 사람이랑 뭔가 연결되어 있지 않으냐는 둥. 그건 내가 하늘에게 직접 묻고 싶은 말이다.

마음속에 꽁꽁 감춰두기만 했던 20대 나의 시절에는, 결국 참다못해 폭발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 해 중 다섯 손가락이 꼽힐 만큼 아주 적은 횟수였지만, 대신 한 번 폭발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 폭발은 곧 후회를 낳았다. 시간이 흘러 다툰 이에 대한 감정이 누그러지고, 어떤 일 때문에 화가 났었는지 새까맣게 잊게 되었는데도, 나는 차마 그 사람을 가까이할 수 없었다. 타인은 이미 내가 휘둘러버린 분노에 양껏 상처 입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땐 애써 괜찮아 좋은 사람 만나면 돼라며 스스로 다독이곤 했다. 너무 어려서 세상을 모르고 했던 생각이었다.

한두 다리 걸치면 손절했던 사람이 나타났다. 세상이 이토록 좁을 줄 몰랐다. 관심 분야가 겹친다든지, 같은 학교 동문이라든지, 어떤 모임에서 만났다든지 그런 고착된 이유 외에 정말 다양한 연이 이어져 있었다. 게다가 요즘은 어떤 시대인가. 인터넷 네트워크가 워낙에 잘 발달한 시대가 아니던가. 그럼 듣고 싶지 않던 이의 소식이 자동으로 귀에 들어와 박혔다. 부디, 나에게는 그의 소식을 전해주지 말아다오. 미간이 잔뜩 무너진 얼굴로 손사래를 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을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아마도 훗날 부딪히게 될지 모를 충돌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화가 나도, 힘들어도, 내가 죽을 것 같아도 함구하게 되는 게 어른의 인간관계가 아닐까. 서글프게도 삶이 그렇더라.

내가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 모든 사람에게 벽을 치지 말자. 인간관계에 현명한 사람은 타인의 악의적인 말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도 스스로 잘 해소할 수 있으며,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사람이다. 어쩌면 인간관계에 계산적이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딱딱하고 차갑다고 손가락질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정말 나쁜 일인지를, 천천히 생각해보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어쩌면 내가 상처받지 않는 길이자, 오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비법일지도 모른다.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첫 번째는, 내 정신과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커다란 충격을 받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나 자신을 먼저 보살피자. 자신의 마음이 건강해야, 타인을 이해하는 것도 너그러워질 수 있다.

2021.07.08 목요일 희망차게 영화롭게.

 

김희영 작가

1인 출판사 문학공방대표

희망차게 영화롭게(희망편지) 발행인

에세이 그 순간 최선을 다했던 사람은 나였다, 나의 아날로그에게펴냄.

글소개 희망편지는 한 달간 매일 글 1, 20편의 글을 보내드리는 이메일링 구독 서비스입니다.(주말제외) 장르는 에세이와 편지로 나뉘며 주로 위로/공감/희망에 대한 주제로 쓰여집니다. 문학공방 출판사 블로그(blog.naver.com/munhak_gongbang) 공지사항에서 구독 신청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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