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이철호 칼럼니스트] 창의성과 관광목적지 브랜딩
상태바
[수요단상-이철호 칼럼니스트] 창의성과 관광목적지 브랜딩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7.22 22: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포시민신문] 필자가 촌 땟국물을 온전히 벗지 못했던 30년 전 디즈니랜드를 갔다. 직장 초년병 딱지를 막 떼고 조사역 사령장 잉크가 겨우 마를 무렵이었다. 출국 전에 남산 기슭 자유센터인가 하는 곳에서 반공교육을 받았다고 하면 요즘 젊은이들은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뉴욕금융연수원에서 연수를 마치고 귀국길을 서둘러 서부 투어를 하는 일정을 계획했다. 디즈니랜드는 캘리포니아주 남서부의 애너하임에 1955년 세워졌다. 용인의 에버랜드(당시 민속촌)도 가보지 않았던 촌뜨기는 그곳에서 놀람의 연속이었다. 소리를 너무 질러 목은 쇠었고 땅 위 인지 공중인지 도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테마파크의 출현은 출범 당시 온 지구인을 흥분시켰다고 한다. 세계 제1의 부국 미국인들마저도 입장을 위해 텐트를 치고 밤을 새우는 일까지 벌어졌다니 필자가 놀랄 만도 하였겠구나 자위를 해본다. 혹자는 디즈니랜드의 탄생을 20세기 인류 최고의 창조물이라고 했다 하지 않은가?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해낸 월트 디즈니라는 인물이 당시 미국에 있어서 가능했던 발명품이었다. 이 테마파크는 단순히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즐거움만 안겨준 것은 아니었다. 물밀 듯이 몰려오는 관광객들이 놀이기구를 타고 소리만 지르다 갈 리 만무했다. 주변 지역이 개발되고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고 연관산업이 발전하고 고용은 확대되었다. 그리고 전 세계 여러 곳에 디즈니랜드라는 이름의 테마파크가 생겨나서 제조업에 버금가는 부가가치를 창조해 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창적인 창조물은 인류에게 엄청난 변화를 요구했다. 애초부터 창조물의 탄생과정에는 특별함이 있었다. 디즈니랜드의 탄생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서구문화의 융합물이라고 할만한 디즈니랜드는 그 자체도 창의적이었지만 조그마한 디즈니사의 젊은 사업가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믿고 자금지원을 단행한 당시 금융기관과 이를 뒷받침해준 관련 제도가 함께 잉태시킨 결정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마 필자가 뉴욕 체류 중에 올랜도를 들렀더라면 연수중단사태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올랜도는 플로리다의 저지대를 개발한 곳이다. 고작 감귤류나 재배했던 한적한 시골이 디즈니 파크가 개장된 이래 도시화가 급속히 이루어지면서 관광과 첨단산업 중심으로 환골탈태 되었다. 거대한 늪지대가 이렇게 변화하게 된 것은 앞서 애너하임에 건설한 디즈니랜드로 인해 주변 토지가 폭등한 것이 원인이었다. 추가시설을 원했던 디즈니사가 비싼 토지가격을 피해서 고심 끝에 찾은 곳이 올랜도였다.

관광 또는 문화시설이 들어섬으로써 과거를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지역을 변화시킨 것이 디즈니만의 일은 아니다. 프랑스의 랑독루시옹 지방은 해안 불모지였다. 프랑스인들은 바캉스철만 되면 포루투칼, 스페인 등 주변 국가로 몰려가서 국부를 유출시켰다. 이는 샤를르 드골 대통령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고 이 지역을 리조트 벨트로 탈바꿈시킨 동기가 되었다. 리조트 개발을 위해서 부동산가격 동결 등 정부 정책이 초지일관 안정적으로 추진되었다. 최고의 전문가를 초빙하고 인접 지방자치단체들의 협력도 뒷받침되었다. 일본의 지중해라 일컫는 나오시마는 예술을 활용하여 기적을 탄생시켰다. 산간지대로서 폭설로 유명한 일본의 에치고 츠마리는 자연과 인간과 예술을 주제로 대지 예술제를 개최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하이라인도 버려진 고가철도를 철거하지 않고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켜서 명물이 된 사례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01월 목포를 비롯한 관광거점도시 5개를 발표하였다. 관광자원과 관광시설 등을 중점 개발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투자하여 대표 관광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목포는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음식, 역사, 문화 등 인문학적인 향기를 뽐내는 곳이다. 필자의 바램은 목포에 국한하지 않고 인근의 진도, 해남, 신안 등과 연계한 발전계획을 수립하라는 것이다. 지자체별 포지셔닝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등이 기본적인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전남 서부지역 문화·관광시장을 나음과 다름을 조화시켜 세분화하되 통합 브랜드와 개념을 고려하는 전략 구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창의와 독창성으로 저마다의 개성을 살리면서 용광로처럼 하나로 녹여낸 관광목적지로서의 브랜딩이 가능하리라 본다. 시장 독점보다는 협업으로 파이를 키우는 전략이 좀 더 미래지향적일 것이다.

문화는 때로 뜻밖의 한 장면을 통해 뜸금없이 진화한다고 하였다. 정민 교수가 진도로 유배온 이덕리라는 무명의 실학자를 두고 한 말이다. 황차를 실은 중국의 표류선은 조선인에게 차를 깊이 각인시켰고 차문화 단초를 제공하였다. 이덕리와 다산, 초의선사, 그리고 원주이씨 이시헌 옹으로 이어지는 스토리 등 진도는 품은 이야기가 넘쳐난다. 이참에 문화유산과 예술의 도가니 진도가 그 매력을 한껏 뿜어낼 수 있는 새로운 로컬 브랜딩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해보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