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영의 희망편지] 경청이 힘든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건
상태바
[김희영의 희망편지] 경청이 힘든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건
  • 류용철
  • 승인 2021.07.23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포시민신문]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시끄럽다. 마음이 몸살 앓는 소리, 불만 섞인 투정, 우쭐거리는 잘난 체까지. 특히나 사람들의 감정 섞인 대화로 빼곡히 들어찬 술집에서는 우는 소리가 만연하다. 왜 사람들은 괴로운 일이 있을 때마다 술잔을 들이키는 걸까? 기쁜 일이 있을 때 술을 마실 수는 없는 걸까. 세상에 팍팍해져 감을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 든다. 아무렴 긍정적으로 살아가려 해도, 시끄러운 세상 속 대화들은 늘 부정적이기만 하다.

수많은 대화 중 한 사람의 목소리에 집중해서 귀를 기울여본다. 술에 취한 이의 말은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었지만, 감정은 더해지고 진해졌다. 울먹이는 소리가 커지더니 이내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들어주던 사람은 말없이 우는 이의 들썩이는 어깨를 쓸어 내려주었다. 그때야 같은 말을 반복하던 사람은 봇물 터지듯 가슴속의 한을 게워냈다. 그러나 그 괴로움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도 표정도 그저 편하지만은 않았다. 등을 토닥여주는 이에게도 분명 말 못 할 속사정이 있으리라.

이 세상에 텅 빈 위로와 응원이 판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요즘 세상에는 들어주는 이보다 쏟아내는 이가 더 많아졌다. 한 사람의 힘듦을 짊어주기가 버거울 만큼, 각자가 괴로운 상황에 놓여있다. 행복을 제대로 누리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감정이란 게 애석하게도 한껏 게워내고 나면 더욱더 마음이 고파진다. 술 먹고 난 다음 날 공허한 속이 쓰린 것처럼, 마음이 허전하고 썰렁해졌다. 이걸 해소가 되었다고 해야 할까? 텅 빈 마음에는 금세 또 찬 바람이 들이닥쳤다. 그럼 또 괴로운 이는 누군가의 바지를 붙잡고 엉엉 울음을 터뜨리겠지.

삶에 지친 이들은 이 헛헛한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공감으로 어루만져줄 사람을 찾아다녔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기에, 누군가에게 조언해주는 것도 사치가 되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세상엔 힘든 사람만 넘쳐나기에, 괴로움을 안은 많은 이가 어쩔 줄 몰라 쩔쩔맨다. 좀 더 현명한 이는 어떻게든 기분을 낫게 하려고 책을 읽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노래를 듣는다. 명상이 유행한 것도 어쩌면 복잡한 마음을 비워내기 위한 한 방법이었을 테다.

인간관계에서 경청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타인의 말을 묵묵히 들어줄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제 힘든 것은 억지로 눌러가며 타인의 불행을 경청한다. 그런데 그게 정말 옳은 걸까? 내 속이 곪아가고 있는 것은 누구에게 토로할 수 있을까? 세상 모든 사람이 내게 힘들다고 얘기하니 말이다.

경청이 힘들어진 세상이 왔다. 타인의 걱정을 짊어질 수 없을 만큼의 내 삶의 무게도 묵직해졌다.

꼭 모든 사람에게 착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꼭 나쁜 사람이 될 필요도 없다. 정말 힘들 땐 누군가에게 기대도 된다. 괴로운 마음을 토로할 곳이 없다면 스스로 극복해나갈 힘을 기르자. 책을 읽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노래를 듣거나 명상을 하는 것 같은 돌파구 말이다.

이 글의 요지는 다른 이의 말을 경청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우리는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기에, 망가져 가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지켜낼 방법을 찾아가자는 말이다.

한 번뿐인 인생이다.

소중한 인생이 무너지지 않도록, 내면을 잘 달래주자.

2021.07.15 목요일희망차게 영화롭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