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이연화 건강보험공단광주지회장]공단 비정규직 차별에 우린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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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이연화 건강보험공단광주지회장]공단 비정규직 차별에 우린 분노한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8.0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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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센터에서 온 편지>

안녕하세요? 저는 건강보험고객센터에서 14년차 근무 중인 상담사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인해 공공부분 비정규직 문제가 다시 대두가 되고, 왜곡된 공정성 시비와 차별과 배제의 문제가 다시 들어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고객센터는 2006년에 서울을 시작으로 2008년에 전국으로 확대가 되었습니다. 2006년 이전에는 건강보험공단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는 업무였습니다. 고객센터가 외주화가 되면서 노동자들은 심각한 경쟁체제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하청업체들은 2년마다 위탁계약을 합니다. 하청업체들은 재계약이 되기 위하여 콜수 경쟁을 압박합니다. 제가 속한 하청업체는 상담사의 직접노무비를 214만원이라고 책정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상담사들이 대부분입니다. 생산성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간, 팀 간의 경쟁을 부축입니다. 팀별로 근태, 콜 수, 모니터링, 업무시간외 교육 등으로 평가를 하고, 팀에서도 상담사별로 경쟁구도(팀 안에서도 프로모션을 진행)를 만들어 압박을 합니다.

살인적 업무 경쟁 부추기기 일상화

팀별로 경쟁을 부축이고, 그 결과 팀장의 매달 받는 인센티브가 변경되기 때문에 일제강점기처럼 같은 노동자가 노동자를 감시하고 통제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이 되는 것입니다. 2020년에는 300인 이상의 사업장으로 법정교육을 반드시 이수하여야 하는 의무가 있어 노동조합에서 계속 준수할 것을 수차례 요구하였으나 콜이 많다고, 그 법을 만든 사업장에서도 다 교육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말을 하며 끝내 교육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저희의 근로계약서상에는 근무시간이 오전 9~오후 6, 휴게시간 1시간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습니다. 조기출근 후 각종 교육이나 업무시험을 쳤습니다. 물론 시간외 수당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늘 넘쳐나는 통화량으로 점심시간을 온전히 보장 받지 못해서 매번 컵밥, 컵라면, 김밥으로 대충 때우기 일수였고 휴식시간 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밥 대신 잠을 청하는 상담사들도 상당수입니다.

육아휴직 등 근로 업무 차별

육아휴직을 하고 복직할 경우도 시기는 노동자가 원할 때 복직할 수 있어야하나 사측은 휴직기간을 다 쓰고 복직을 하라고 하거나 복직 후에도 휴직전의 지위를 주지 않고 팀장인 경우는 일반 상담사로 복직을 해야 했고 일반 상담사도 전일제가 아닌 반일제로 근무를 하거나 대기 상담사로 떨어져서 같은 업무 같은 근로시간을 근무함에도 정당한 일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차를 사용하려고 하면 신청을 전달에 신청을 해야 하고 심지어 사용할 수 있는 날짜와 인원도 정해줬습니다. 내가 혹은 내가족이 아플날을 어찌알고 연차를 신청을 해야했을까요? 또 어떤 노동자는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아 상담사의 주된 업무인 상담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이 되었어도 내가 당일 연차를 쓰면 팀 근태실적이 감점이 되면서 팀원들이 불이익을 당하게 될까봐 나오지 않은 목소리로 울면서 일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염병에 걸린 아이가 어린이집에 갈 수 없는 상황이었어도, 팀 근태실적에 감점을 하기 때문에 해당 전염병은 어른들이 잘 안 걸린다는 이유로 몇 날을 아픈 아이를 데리고 나와 눈물을 삼키며 근무를 했던 상담도 있습니다. 자세하고 꼼꼼하게 설명하면 저성과자가 되고, 실적을 채우려면 가입자에게 제대로 도움을 주기 어려우니 상담사들은 압박감과 자괴감에 고통받습니다. 민간업체에서는 응대량을 높이기 위해 한 통화 당 230초라는 말도 안되는 기준을 정하고 그로인해 상담사들은 고객이 인입되면 어떻게 해야 230초안에 전화를 끊을 수 있을까? 라고 어처구니없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전화 1통화에 정해진 통화시간이 230초입니다. 그것도 인사말과 개인정보확인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로 통화시간은 130초에서 2분정도가 됩니다. 그렇기에 고객님들에게 충분한 상담을 해드리기보단 빨리 끊기 위한 스킬이 필요할 정도 입니다. 통화가 길어지면 관리자에게 실시간 청취와 채팅을 당하며 빨리 전화를 종료하게끔 상담사들을 압박합니다. 그러니 민원인들은 연락을 주었을 때 알고 싶은 문의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들을 권리와 알권리가 있음에도 통화시간에 압박감으로 인해 민원인들을 이해를 시키기보단 일방적인 안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파업을 하고나서 저희가 하청업체 상담사라는 것을 알게 된 어떤 민원인은 욕을 하며, “너는 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보험공단을 대신에서 욕을 들으라고 고용한 사람이니까 아무 말 하지 말고 내 욕을 들어라고 하며 말하는 민원인들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덕분에 우리는 우울증 고위험군이 10명중에 8명에 달했습니다. 이러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상담노동자들이 일을 한다는 것을 건강보험공단에서 모르고 있었을까? 알고 있었음에도 건강보험공단에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직접고용한 상담사들이 아니라고 어떻게 일을 하든지 상관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주요 업무 수행 불구 차별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는 23종의 자격 관련 업무, 15종의 징수 관련 업무, 21종의 보험급여 관련 업무, 15종의 건강검진 관련 업무, 제증명서 업무 등 169개 세부 업무에 대해 상담하고 그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 1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핵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간에 왜곡돼 알려지고 있듯, 단순 전화교환 업무가 절대 아닙니다. 고객센터 업무는 건강보험공단의 핵심적인 업무와 연계돼 있을 뿐만 아니라, 부수적인 업무이거나 하청업체가 공단 업무와 관련된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우리 건강보험 고객센터 상담 노동자들은 건강보험 관련 모든 민원 해결의 1차 창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가입자인 국민의 편의를 위해 전화로 상담이 이뤄지고 있을 뿐, 대면 진행되는 업무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필수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종플루, 메르스 최근의 코로나19상담업무와 예약업무까지 국가의 전염병 관리업무를 추가적으로 수행하고 있어 우리가 하는 업무는 건강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건강 취약계층의 건강권 및 의료 접근성 보장을 위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수화상담이나 인터넷 접속이 어렵거나 이동이 불편한 노인, 건강 취약계층 등에게 전화 상담은 절대 ARS나 챗봇으로 대체할 수 없습니다. 우편발송업무처럼 전문 발송업체에 위탁하면서 주소 등의 제한적인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클라우드 서비스 전문 업체를 사용하는 것과 동등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고객센터의 주요 상담 내용은 제도와 행정처리 등 업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요구되며, 법 개정이나 고시·업무지침 변경 등에 따른 빠른 숙지와 대응이 필요합니다. 새롭게 변경된 법률·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전달 교육은 각 센터별 교육강사가 상담사에게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교육강사의 역량에 따라 교육수준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수시로 변경되는 제도 때문에 늘 교육에 목말라 있는 상담사들을 공단이 직접 고용해 정규직과 동일한 자료로 동일한 교육을 해 달라는 지극히 당연한 요구를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다양하고, 민감하며, 방대한 개인정보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공공기관이 건강보험공단일 것입니다. 건강보험 가입자 자격에 따라 부과되는 보험료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은 아마도 내 신상에 대해 가장 정확하고 최신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입니다. 이름·주민번호·주소·연락처 등의 기본적 개인정보를 비롯해 의료급여 대상자인지, 취약계층인지, 장애인인지 등 전 국민의 신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떠한 직장에 취직했는지, 결혼과 이혼, 임신과 출산, 재산 매입매수, 자동차 연식, 배기량, 국산외산, 차량 금액 등의 정보도 수집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늘 다루는 기관은 이 개인정보를 다루는 사람이 적절한 훈련을 받고 적절한 전문성을 갖추고 자기 역할과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합니다. 물론 고객센터 업무를 직영화한다고 해서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나, 개인정보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서는 취약한 지점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정 멍에로 비정규직 정당화 여론

우리 사회는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 좋은 대학에 간다는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노력한 만큼의 대가로 좋은 대학에 가고 안정적인 일자리에 가야하고, 갈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입시제도에서 자란 우리는 경쟁에서 이긴 자만이 살아남는 승자독식의 서열구조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좋은 대학과 직장에 갈 수 없습니다. 서울대생 40%가 강남3구 지역 출신이라는 것에서 말해주듯이 불평등한 조건이 결과의 불평등을 가지고 오고 있습니다. 또한 최순실 사건만 보더라도 입시제도나 채용과정에서의 비리 등은 개인의 노력이나 능력만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려주고 있습니다. 불평등과 부패가 엮인 현실은 시험에 더욱 목메게 되고 '시험이라는 형식적인 기회의 평등'은 현실의 불평등을 감지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시험에 의한 차별과 권리 제한을 정당한 일로 생각하고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불공정해서가 아니라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기 위해서 불공정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은 의료 민영화에는 건강보험공공성 강화를 위해 절대 반대하면서 국민의 알권리 충족 및 민감정보는 이윤 추구만 하는 하청업체에 넘겨두고 고객센터의 상담 노동자들을 무한 경쟁체제에 몰려 상담사들이 죽어나가는 것은 모른 척 하고 있습니다. 비대한 공공부분의 업무 중에 공공성이 높고 경제적 효율성이 높지 않다면 재공영화가 이뤄져야합니다.

건강보험공단 상담노동자들이 사무실로 출근하지 못하고 공단이 친 철조망과 차벽 바깥에 내몰려 투쟁한지 벌써 5개월째입니다.

건강보험고객센터의 직영화와 상담사 직접고용은 4대보험 고객센터 정규직전환의 완료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공정을 핑계로 경쟁만을 정당화하는 편협한 자본가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약자인 노동자들의 연대와 단합이라는 가치를 다시 내세울 수 있기를 바라며 건강보험공단이 하루 빨리 상담노동자의 요구에 응답하고 결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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