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양승희 칼럼니스트] 환경 지킴이, 봉다리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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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양승희 칼럼니스트] 환경 지킴이, 봉다리 아줌마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9.0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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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내가 근무했던 정명여고에는 봉다리 아줌마라는 별명을 지닌 김영숙 선생님이 계셨다. 선생님은 40여 년을 이 학교에서 봉직했다. 별명은 선생님의 생활 태도에서 비롯한 것이다. 늘 봉다리(봉지)를 가지고 다니는데, 때로 그것은 검은 비닐봉지일 때가 있고, 이미 사용한 누런 서류 봉투일 때도 있다.

학생들은선생님은 시험기간 중에도 망태 할아버지처럼 일일이 교실을 돌아다니며, 여분의 시험지들을 거두세요. 그 중 앞, 뒷면이 다 사용된 경우에는 재활용 창고로 보내고요. 이면지 활용이 가능한 것은 여지없이 수업의 보충교재 용지로 활용하세요. 또 수업 자료는 이미 사용한 누런 봉투에 담아 오세요.”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최근에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옥상이 있는 집에서 살 때는 음식 쓰레기를 옥상 텃밭에 버렸다. 과자 봉지조차도 깨끗이 씻어 자그마한 물건을 담아두는데 쓴다. 육고기를 사서 담은 빈 봉지를 깨끗하게 되사용한다는 것을 식육점 아저씨에게서 알게 됐다. 식육점 주인아저씨는 선생님이 신기한 분이라고 말했다.

선생님이 신고 있는 운동화도 애들이 버리고 간 것들도 있다. 선생님은 졸업한 애들이 아무렇게나 버리고 간 운동화들을 깨끗이 세탁해서 선생님도 신고, 학생들에게도 나누어 준다. 때문에 공짜 운동화를 얻어 신는 애들이 많았다. 선생님도 그 신발을 신기 때문에 신는 애들이 부끄럼 없이 기꺼이 신는다.

아이들이 졸업하면서 두고 간 체육복도 집으로 가지고 간다. 그리고 일일이 세탁기에 돌린 다음 정신 지체자들의 모임터로 보낸다. 그들은 대소변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의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보내드리곤 했습니다.

선생님은 또한 자신을 가꾸는 데에도 검소했다. 화장도 거의 안 하신다. 머리도 평생 동안 생머리이다.

동생이 사는 독일에 갔더니 독일 여자들 중 화장을 하는 여자들은 별로 없고,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만 화장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선생님은 한 달여 동안 있으면서 며칠간은 화장을 했지만 그 사실을 알고 더 이상 화장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와서는 화장을 하지 않고 산다.

선생님의 담당과목은 사회이다. 선생님은 수업을 관념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실천으로 가르친다. 그래서 학생들은 환경을 몸으로 배운다. 가장 검소하게 사는 삶이, 가장 환경 친화적인 삶이라는 것을 몸으로 가르친다. 학생들은 그래서 선생님을 닮아가려고 했다.

선생님의 삶이 어찌 학생들에게만 영향을 미쳤겠던가. 알게 모르게 선생님의 행동은 같은 교무실내 교사들도 변화시켰다.

학고재 출판사에서 낸 지구 생태 이야기 생명시대 (1999)를 읽으면, 인간이 파괴한 환경으로 인한 재앙이 이 땅의 모든 생물종들의 서식지를 잃게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 말은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어, 지구의 멸망을 눈 뻔히 뜨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만간 올 거라는 것이다. 타오르는 지구, 재앙의 땅」「도시폭발, 탈출하라」「그들과 인간의 멸종을 막아라

그런데 지구를 살리는 길이 먼데 있는 것 같지 않다. 환경 지킴이 김영숙 선생님처럼 철저히 환경 친화적으로 사는 것이 바로 그 해답이다. 물론 이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나부터도 가끔 선생님을 놀린다.

선생님, 궁상맞다고 보는 사람도 있어요.” 한다.

그래도 씩 웃고 마는 선생님의 통 큰 삶 속에서 환경 문제 해결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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