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문태고등학교 이경석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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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문태고등학교 이경석 교장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3.04.1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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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두 조각

[목포 시민신문] 지난 3월 중순, 어느 오후였습니다. 신입생 학부모라고 하시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낯선 분의 방문을 갑자기 받게 되면 약간 긴장을 하게 됩니다. 그런 분들과의 만남이 거의 대부분 불편한 경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신입생학부모이시며, 입학식에서 받은 장학금에 감사를 표하러 오셨다는 말씀에 금새 경계심이 사그라졌습니다. 앉아서 차 한 잔이라도 함께 마시기를 권했지만, 서둘러 가야겠다며 작은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몹시 순박하신 분이었습니다만, 저는 머뭇거림 없이 손사래를 치며 돌려드렸습니다. 어머님의 마음쓰심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배웅해드렸습니다.

오늘 아침, 어느 선생님께서 떡 두 조각과 음료수 한 잔을 들고 오셨습니다. 배가 비어있던 터라, 아침 음식엔 눈이 말똥그래집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3월 달에 방문하셨던 그분이 보낸 선물이었습니다. 교무실에서 선생님들과 나누어 드시라며 담임선생님께 떡을 보내주셨다고 했습니다. 떡을 오물오물 입에 물고, 즉시 그 분께 감사의 전화를 드렸습니다. “보내주신 마음을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분의 마음도 저의 마음 만큼이나 유쾌하셨을 것입니다. 전화기 저 편에서 들려오는 음성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엄마를 닮아서 그 아이도 감사할 줄 아는 힘이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받은 호의에 감사할 줄 알며, 그것을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할 줄 안다는 것! 이것이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합니다. 장학금을 받은 40여명의 학생 중에서 감사를 표현한 분이 한 분이라도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 분은 차림새로 보아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있는 사람들은 감사히 여길 만큼의 금액이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분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나봅니다. 어디 돈만의 문제이겠습니까? ‘이 세상에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구나!’하는 생각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덜 가진 사람,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작은 일에도 감사하기 쉽지 않을까요? 이런 분들은 작은 배려에도 감동합니다. 작은 호의에도 감탄합니다. 작은 칭찬에도 감사합니다.

지난 주에 계약이 만료되어 중국으로 귀국한, Tu Jia 선생님은 출국에 앞서 면담 중에 제게 눈물을 보였습니다. 자신은 힘도 없고, 영향력도 없는, 말하자면 존재감이 없는 교사였다고 생각했답니다. “선생님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 아십니까?”하고 물었을 때, 선생님은 깜짝 놀랐습니다. “선생님으로 인하여 중국을 깊이 알게 되었을 아이들이 있었을 것이고, 선생님으로 인하여 앞으로의 인생이 달라질 아이들이 있을 터인데, 이들에게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쳤겠는가? 선생님은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습니다!” 눈물을 닦아내느라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목포를 떠나기 전에 남기고 간 선생님의 편지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었습니다. “‘내가 중요한 존재’라는 말씀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학교에서 제가 그런 존재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앞으로 어디에 있건 ‘중요한 사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신을 낮추었을 때, 자신을 비웠을 때 더 감사한 마음이 일어납니다. 위에서 굽어보는 사람, 꽉 차서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은 감사할 일이 없게 됩니다. 그래서 부지런히 낮추어야겠습니다. 부지런히 비워야겠습니다. 오늘 아침, 떡 두 조각이 저를 더 낮추고, 더 비우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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