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염경엽 감독의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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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염경엽 감독의 인생역전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3.09.1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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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성의 야구 이야기-16

 
[목포 시민신문] 성공신화 혹은 주변에서도 간혹 접할 수 있는 인생역전의 주인공들에 관한 사연들을 접하노라면 참 많은 생각과 배움을 느낀다. 특히나 요즘 프로야구 판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김기태 엘지트윈스 감독과 염경엽 넥센히어로즈 감독이 그들이다.

그들을 주제로 올린 건 나와의 선후배를 떠나서더라도 나 스스로도 작지만 큰 감동을 느끼기 때문이다. 참고로 두 감독은 나와는 광주일고 1년 선배들인지라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학창시절을 함께 한 터라 좀 더 디테일한 삶을 볼 수가 있었다. 둘의 가정형편은 너무도 상반된다.

염감독은 부친이 고급공무원으로 2층에 본인만의 고급침대와 당시엔 워크맨만 소유하고 있어도 주변의 부러움을 한껏 차지 할 정도였는데 대형 오디오시스템을 갖추고 당시 평범한 가정형편의 나로선  마치 왕자의 방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부러워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반면 김감독은 지금도 허술한 동네인 서림초등학교 건너편 골목 깊숙한 판자촌 비슷한 동네에서 살고 있었는데 이종범 현 한화코치의 집도 바로 두 집 건너 이웃이었다. 야구실력도 고3때 염 감독은 청소년 대표로 뽑힐 당시 김 감독은 고3때 주전선수로 뛰고 있어도 대학진학을 장담 못할 상황인데 대타로만 간간이 나갈 정도로 그의 앞길은 막막 그 자체였다.

염 감독은 실력 그대로 고려대로의 진학(그 시절엔 대부분 대학에 먼저 진학하는 시절이라 대형 선수의 경우 2학년이나 2월 정도에 진로가 결정되고 늦어도 8.9월이면 스카우트가 마무리된다)이 일찌감치 확정 되었지만 김 감독은 갈 곳도 불러주는 곳도 없었다. 그런데 이런 걸 극적이라 하는 기회가 김 감독에게 온다.

동기 중에 2학년 때 부터 같은 1루수이면서 3번타자였던 A선배는 원래 인하대에서 적극 구애(한 3년 전부터 일고 출신이 1명씩은 진학을 하는 모자관계가 형성됐다)를 했었지만 광주일고 3번타자가 겨우 인하대 가겠습니까? 식의 표현이 당시에도 국가대표팀의 감독으로 아마 야구를 호령했던 주성로 감독(현 넥센 이사)의 귀에 들어가 대체선수를 찾는 중에 후보 선수라 김 감독의 시합 뛰는 모습을 못 본 탓에 타격테스트의 기회가 온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A선배는 3학년 때 기량도 줄고 감독 눈 밖에 나 2학년 선수에 밀려 그저 그런 선수로 전문대로도 힘겹게 진학했다. 김 감독은 야구는 예쁘게 잘 했는데 키가 170CM 정도로 너무 작았다. 테스트로 대학에 진학한 김 감독은 키와 힘이 붙고 1한년 때 부터 주전을 차기 시작하더니 대표팀 4번 타자까지 그야말로 거침이 없는 길을 걷게 된다.

반면 염 감독은 최고 선수들만 모인 고려대에서는 주전 선수로 뛰지 못하고 프로에서도 백업 요원을 거쳐 쓸쓸히 은퇴의 길을 걷게 된다. 지금이야 실로 잘 나가는 이제는 40대 감독의 대세다 하는 얘기까지 거론 될 정도로 정상의 위치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그들의 유이한 공통점은 감독으로 임명되자마자 그들처럼 홈 팬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던 사람도 드물었을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염 감독의 별명은 염떫어(아마도 이 글을 못 보겠지만 보면 안되는데...)였다.맨날 떫은 감 마냥 까탈스러웠다. 반면 김 감독은 거북이, 말말이 라 불리며 선후배에게 항상 친근하고 그야말로 의리파였다. 김 감독과나 와는 고교, 대학, 쌍방울 시절까지 워낙 많은 추억과 넉넉지 않은 가정 사정 상 부모님들끼리도 절친한 사이였다. 하물며 나의 안사람까지도 김 감독의 결혼식 때 맺어진 터이니 말해 무엇하랴. 

기아의 올해는 물 건너 간 것 같고 개인적으론 김 감독이 엘지 팬들의 10년 한을 풀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 감독이야 원래 스타플레이어 출신에다 의리, 처세 하나는 야구계 다수의 선후배들에게 인정받았던 준비 된 감독이었지만 염 감독은 얼마나 많은 노력으로 자리에까지 올랐는지 그야말로 대단하다는 표현과 함께 나를 새삼 돌이켜 보게 되는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한다.

일단 구단직원이란 직함을 갖게 되면 야구계에선 일반적으로 그것도 프로야구의 정통성이 떨어지는 시각들이 존재한다. 그러한 편견마저도 실력과 능력으로 모든 여론을 잠재워버린 염 감독이야 말로 나태해지려는 나에게도 큰 자극제가 됨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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