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과 불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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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과 불장난
  • 배종호
  • 승인 2014.03.2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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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지사 출마라는 박지원의 ‘불장난’이 재앙으로 끝났다. 목포는 물론이고 전남의 정치권 전체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박지원 본인도 큰 정치적 화상을 입었다.

 
불장난이 늘 그렇듯 시작은 매우 화려했다. 모든 언론들이 박지원의 ‘말의 불장난’을 주목했다. 중앙언론도 지방언론도 박지원의 입을 쳐다 볼 수밖에 없었다. 특유의 ‘레토릭 정치’를 통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spotlight)를 유도한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언론의 주목을 받는 다는 것, 결코 싫은 일이 아니다. 특히 박지원은 이를 즐긴다. 그러나 불출마로 끝난 박지원의 ‘정치적 불장난’은 결국 신뢰감 상실과 권위의 실추라는 재앙으로 막을 내렸다. 박지원에 대한 지역의 반응도 매우 차갑다. 믿을 수 없는 정치인으로 추락한 것이다. 스스로 정치적 위기를 불러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박지원은 왜 ‘전남 도지사 출마’라는 카드를 뽑아들고 불장난을 시작했을까? 한마디로 결코 잃을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으리라. 첫째, 일단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둘째, 여론의 주목을 통해 정치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셋째, 여론의 반응이 좋으면 그대로 도지사에 출마해 당선 될 수 있다. 넷째, 여의치 않아 중도에 출마를 접어도 다른 후보들과 적절한 거래를 통해 나름대로 원하는 정치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결코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다, 뭐 이렇게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그가 예상했던 양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마치 어린아이 불장난이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것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불이 옮겨 붙은 것이다. 갑자기 안철수 새정치 연합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전격적으로 통합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불장난이 박지원의 통제를 벗어난 것이다. 스스로 내세웠던 전남 도지사 출마의 명분도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그러자  ‘신당이 창당되면 모든 것이 백지화 된다’며 말을 바꿔 출마명분을 새로 만들려고 애를 썼지만 지역민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당장 이낙연, 주승용 의원 등이 ‘전형적인 말바꾸기 정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전남도의원 15명은 집단 기자회견을 열고 포문을 열었다. “박지원의원의 말 바꾸기는 구태정치의 대표적 행태", "자신의 이익에 따라 말 바꾸기를 서슴지 않는 정치인 때문에 정치가 신뢰를 잃고 말았다"며 직격탄을 퍼부었다.

그렇다면 박지원은 왜 도지사 출마를 포기했을까? 한마디로 승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길 수 있다면 왜 포기하겠는가? 일단 상대후보들의 공격이 매우 거셌다. 여론 조사도 썩 좋지는 않았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주승용 의원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다 결정적인 불출마 이유는 민주당이 최근 마련한 ‘비리혐의로 형사기소 중인 자는 원칙적으로 공천을 배제한다’는 공천 개혁안때문이라고 한다. 이 공천개혁안 대로라면 현재 저축은행 비리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중인 박지원 의원은 공천을 받기가 어렵다. 특히 안철수 새정치연합과의 합당으로 공천기준이 더욱 엄격해 질 경우 박지원은 공천심사과정에서 탈락하게 된다. 따라서 타 후보들의 반발, 좋지 않은 여론, 불리한 공천 심사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국 도지사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지사 출마 포기로 모든 것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장난으로 시작했던 작은 불씨가 이제는 걷잡을 수 없는 큰 불이 되어 박지원을 덮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신뢰상실이다. 허풍쟁이 박지원이 된 것이다. 앞으로 누가 박지원의 말을 신뢰할 것인가? 동시에 권위의 실추이다. 오락가락 행보로 말이 신뢰를 잃으면서 그동안 지역정가에서 제왕적으로 군림해오던 박지원 의원의 권위도 크게 실추됐다. 도전이 시작될 것이다. 한번 도전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이 정치권력의 속성이다. 박지원의 정치적 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안철수와의 통합으로 당내 역학관계도 매우 좋지 않다.

그렇다면 박지원 의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제는 보다 진실한 정치를 해야 한다. 말뿐인 정치가 아니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진중한 정치, 신뢰감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술을 앞세워 유,불리만을 따지기 보다는 보다는 나라와 민족의 내일을 고민하는 철학을 가져야 한다. 차세대 정치 지도자들을 육성하는 정치 지도자의 길을 가야한다. 존경받는 노정객(老政客)의 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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