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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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4.04.2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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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종호


도대체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후진국’형 참사를 보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르는 분노에 가까운 질문이다. 아마 많은 국민들이 이 같은 질문을 놓고 고민하고 있으리라. 왜 아무런 죄도 없는 저 어린 생명들이 채 피어보지도 못한 채 무려 300명이 넘게 숨지거나 실종돼야 하는가? 이렇게 많은 청소년들이 생명을 잃거나 실종되기까지 국가는 무엇을 했는가? 사고예방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으며, 사고이후 이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국가는 무엇을 했는가? 정부는 존재한다하지만 정부의 역할은 보이지 않았다. 정부가 실종된 것과 같은 ‘엉터리 대한민국’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지금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미국 독립혁명의 정신적 지주였던 계몽사상가 토마스 페인은 “안전이야 말로 국가의 참된 의도이자 목적”이라고 역설했다. 그렇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이 국가의 가장 크고 중요한 역할이다. 이러한 사실은 대한민국 헌법전문에도 잘 나타나 있다. 대한민국 헌법전문을 보면 “대한민국은 (중략)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고 분명히 기록돼 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전혀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했다.
첫째, 사고 선박관리이다. 사고선박 ‘세월호’는 건조된 지 20년 된 일본 퇴역 여객선을 도입해 취항 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해운법을 개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해운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20년으로 묶여있던 선령제한을 최대 30년으로 변경했는데, 전문가들은 이러한 무리한 법 개정이 사고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화를 부른 것이다.
둘째, 과다한 개조다. ‘세월호’는 일본에서 배를 들여온 뒤 5층 배 뒷부분 갑판을 객실로 대폭 개조했다. 정원을 무려 117명이나 늘리면서 6500t이던 배의 무게도 300t 가까이 늘어났다. 이렇게 배의 무게 중심이 높아지면서 쉽게 전복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구조변경 후 항해가 불안해졌다는 보고가 회사에 여러차례 제기됐지만, 회사는 이를 묵살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감독기관은 이러한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데도 검사를 통과시켜줬단 말인가? 정부의 감독역할은 어디로 갔는가?
셋째, 무리한 운항도 문제다. 사고 당시 조타실은 근무경력 6개월밖에 되지 않은 3등 항해사가 지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지점은 울돌목 다음으로 조류가 센 곳. 6개월 경력의 3등 항해사는 바로 이러한 곳에서 배의 방향 전환을 지시했고, 조타수가 무리하게 방향을 틀면서 배가 기울었고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 선장은 선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다중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나 건축물에는 엄격한 안전기준을 적용하고, 이를 관리하는 것이 정부의 일차적 책임 아니겠는가?
넷째, 초동대처가 너무 미흡했다. 국가 재난시 일사불란한 대처가 있어야 함에도 컨트롤 타워는 실종됐다. 안행부와 해경, 해양 수산부는 엇박자를 내면서 혼선을 키웠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까지 했다. 이렇게 무능한 정부의 대응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어린 자식들이 바다 속으로 수장되는 모습을 그냥 지켜봐야만 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9.11 테러당시 미 연방재난관리청인 FEMA가 보여준 것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우리 정부의 모습이었다.
다섯째,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모습은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를 가중시켰다. 사고나 나자 정부는 당초 368명이 구조됐다고 했다가, 이를 번복하는 등 하루 종일 승객수, 실종자수, 구조자 수를 정정하며, 국민들의 불신을 키웠다.
이렇게 이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실종자 가족들이 대국민 호소문을 직접 발표하고 나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 여러분! 정부가 거짓말을 합니다. 이게 진정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아이들을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실종자 가족들은 급기야는 구조지연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청와대 항의방문길에 오르면서 경찰과 대치하며 농성까지 벌였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희생자 가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온 국민들이 ‘심리적 재난’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국민들은 어처구니없는 참사를 지켜보면서 ‘국가가 과연 나를 보호해줄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니 불안감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정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자칫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사고를 엄중하게 직시해야 한다. 진심어린 사죄가 있어야 한다. 관련자들을 철저하게 문책해야 한다. 부족한 시스템은 보완하고 잘못된 부분들은 바로 잡아야 한다. 민심의 소리를 겸허히 들어야 한다. 불신과 분노로 가득찬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합수부에 실종자 가족대표, 그리고 민간인도 포함시켜야 한다. 국민의 신뢰없이 어떻게 국가가 운영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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