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며 살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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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며 살아간다는 것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4.05.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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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 교수 - 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미루며 살아간다는 것

조 준(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해야 할 일을 미루며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의 여유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면서 내일이 오기를 두려워하는 불안감 속에서 삭막한 인생을 살게 하는 지름길이다.
단지 조금 먼저 하고 나중에 하는 것의 차이일 뿐인데, 그 차이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루기 습관처럼 우리의 마음을 갉아먹는 것도 없다. 특히 감정적으로 큰 해악을 남긴다.
자책감, 자기 비하, 수치심, "내가 그렇지 뭐"와 같이 자기 자신이 무가치하다는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 이유의 상당수가 바로 미루기 습관이다. 닥쳐야 일을 더 잘한다는 핑계를 대는 사람도 있다. 일이 코앞에 닥쳐야 움직이고 집중하게 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데드라인이 가까워지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일시적인 에너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피로 유발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마친 일의 결과가 결코 최상이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 마지막 며칠 동안만 놓고 본다면 최대의 결과를 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분명 그 이전에 흘려보낸 여러 날 동안 계획대로 차근차근 넓은 시야를 가지고 해온 것만 못할 것이다.

분명 나중에 더 큰 후환이 닥쳐올 걸 알면서도, 왜 자꾸만 일을 미루게 될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핵심은 바로 어떤 일을 미루는 데에는 아무런 노력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루는 데에 어떤 이유를 갖다 붙이며 합리화를 하든, 그것이 진실이다. 평소의 온전한 사고대로라면 한 달 정도 걸려서 끝내야 하는 일이 있다. 그런데 지금 당장 행동하는 것은 싫거나 귀찮거나 힘들다.

가장 간단한 선택은 미루는 것이다. 이 때부터 비합리적인 사고에 빠지게 된다. 마감기한은 정해져 있는데 날짜를 까먹다보니, 당연히 남은 기간 동안 매일 해야할 분량이 늘어난다. 그리고 이제는 미루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려서, 감당 못할 계획만 세워놓고 정작 지금 당장은 딴 짓을 하고 마는 것이다. 처음부터 너무 허황된 목표를 세우는 것도 비슷한 패턴이며, 해야 할 일이 막연한 경우도 미루게 되는 원인이 된다.

미루기 습관을 들여다보며 현실을 직시했다면, 그 원인에 따른 해결책을 알아보자. 대체로 미루는 일은 거창하고 무리한 목표를 세움으로서 시작 된다. 비현실적인 목표에 압도당해 일을 미루게 되고, 한없이 무기력해진다. 이런 경우 제시되는 방법은 보다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고, '일단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아주 작은 것부터라도 시작하는 것이, 아무 일도 안 하고 머릿속으로만 이런저런 요령을 피우는 것보다 백 배 낫다. 그렇게 행동하는 감각을 되찾는 게 중요하다. 일단 움직이다 보면, '작업 흥분'이란 것이 일어나게 되어 있다. 조금 더 해서 목표량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더 나아간다면 '별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겁먹고 미루고만 있었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처음부터 이런 기대를 한다면 지칠지도 모르니까 우선은 작고 쉬운 일부터다. 조금씩 늘려가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정리를 할 때도 한꺼번에 다 하겠다고 덤벼들면 안 된다. 조금씩 나누어서 매일매일 한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하다보면 시간의 위력이 어느새 해결해 줄 것이다.

미루기를 중단하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미루는 사람들의 몫이다. 잠깐의 변화는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들의 진정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또다시 일을 미루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미루는 일의 반복이 때로는 엄청난 비극을 가져오게 될 수도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원인들로 지적되고 있지만, 여러 사람들의 미루는 습관도 이런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한 원인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잘못된 생각, 잘못된 관행을 고치려는 행동을 미루었던 것이 채 피어보지 못한 수백의 목숨을 앗아가는 참사의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제 그들은 미루었던 그 행동에 대한 가혹한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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