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창조적 소수자이고, 누가 지배적 소수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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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창조적 소수자이고, 누가 지배적 소수자인가?
  • 배종호
  • 승인 2014.06.2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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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신문사 회장/ 전 kbs뉴욕 특파원
영국의 역사 철학자인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발전을 ‘도전’과 ‘응전’의 법칙으로 해석했다. 하나의 문명이 ‘도전’을 받을 때 잘 ‘응전’하면 새롭게 비약, 발전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역사의 도전’에 잘 ‘응전’하지 못할 때 그 문명은 쇠퇴하거나 몰락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토인비가 말하는 역사의 도전이란 무엇일까? 홍수나 가뭄, 혹한, 지진 등과 같은 자연환경의 격변일 수도 있고 빈부의 격차나 도덕적 타락, 지도계층의 지도력 상실, 민족의 대이동과 같은 사회 환경의 격변일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역사의 도전에 대한 응전이다. 어떻게 응전하느냐에 따라 그 사회 또는 국가 또는 문명의 흥망성쇠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토인비의 ‘도전과 응전이론’에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또 하나의 개념이 바로 ‘창조적 소수자’와 ‘지배적 소수자’이다. 그렇다면 창조적 소수자는 누구일까? 창조적 소수자(Creative Minority)란 문명의 위기를 미리 간파하는 사람이다. 문명을 쇠퇴하게 하는 도전의 기미를 누구보다 먼저 예민하게 간파하고, 그 도전에 올바로 응전하도록 사회 구성원들을 일깨우고 격려하며 극복하는 사람들이다.

왕정과 구시대 지배체제 그러니까 앙시앵 레짐을 무너뜨린 프랑스 대혁명도,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4.19 혁명도, 유신독재를 무너뜨린 부마항쟁, 그리고 군사정권에 단호히 맞서 싸웠던 5.18 광주 항쟁도, 직선제를 가져왔던 6.10 대항쟁도 결국 창조적 소수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마디로 그 사회나 국가, 문명의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들이 바로 ‘창조적 소수자’이다.

그렇다면 ‘지배적 소수자’(Dominant Minority)는 누구일까? 역설적이게도 ‘창조적 소수자’가 타락한 사람들이다. ‘창조적 소수자’일 때의 사명감과 순수성을 상실한 채 오직 기득권에만 연연하는 자가 바로 ‘지배적 소수자’이다. 과거의 공로와 투쟁 경력을 밑천 삼아 이미 지도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권력과 돈과 조직에 의지해 지도자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버티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창조적 소수’가 사라지고 ‘지배적 소수’가 그 사회의 방향타를 잡을 때 결국 그 사회는 쇠퇴와 멸망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이다.

여러 차례의 살해위기와 투옥과 납치에도 굴하지 않고 박정희 유신독재 정권과 싸우며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남북평화와 협력을 추구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분명 ‘창조적 소수’에 해당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동교동 세력’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 ‘창조적 소수자’의 순수성과 사명감을 상실한 채 ‘기득권’만을 탐하는 ‘소수적 지배자’로 전락하지는 않았는가? 목포에서 40년, 50년 동안 독점적 권력을 행사하면서 지역 토호들과 결탁해 목포 발전을 가로막고 있지는 않고 있는가?  그래서 토인비는 자신의 역저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자’가 ‘지배적 소수자’로 전락할 때 그 사회나 집단은 쇠퇴하기 시작하고 끝내 멸망한다고 경고한 것이다.

권위주의 통치를 거부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분명 ‘창조적 소수’였다. 하지만 오늘날 ‘친노’세력은 “더 이상 ‘창조적 소수자’가 아니다”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파벌의 이익에만 집착하고 있는 기득권 세력일 뿐이다”라는 비판의 소리가 드높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 때 패배한 것도 바로 민주당 내 세력들이 파벌정치에만 급급해 국민들에게 아무런 비전도, 도덕성도, 차별성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었으리라.

개항 이래 처음으로 무소속 시장을 탄생시킨 목포 시장 선거 결과는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무엇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는가? 왜 민주당(이제는 새정치 민주연합으로 당명이 바뀌었지만) 공천을 받은 후보가 떨어졌는가? 과연 후보의 경쟁력만이 문제였을까? 혹시 민주당의 독점적 지배에 대한 목포시민들의 염증과 거부감이 표로 연결된 것은 아니었을까? 필자는 이와 관련해 토인비 박사의 역사진단과 궤를 같이한다. “후보의 경쟁력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민주당에 대한 염증, 그리고 박지원 의원과 정종득 시장의 정치행태와 시정에 대한 불만이 한데 어우러져 이와 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는 이상열 후보의 분석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이제 우리 목포 시민들은 과연 누가 ‘창조적 소수자’ 이고 누가 ‘지배적 소수자’인지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지배적 소수자’들이 목포 시민을 지배할 수 있도록 방관해서는 안된다. 우리 목포시민들이 ‘창조적 소수자’가 되어서 목포에서 구시대 지배체제를 종식시켜야 한다. ‘지배적 소수자’들의 ‘기득권의 카르텔’을 깨부숴야 한다. ‘시민이 주인되는 목포’, 모든 사람들이 기회를 고루 가질 수 있는 ‘정의로운 목포’를 만들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목포시민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다. 우리 목포가 다시 한번 대도약의 기회를 잡게 되기를 소망한다.

<배종호/ 전 KBS뉴욕특파원/ 일자리방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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