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일어나 걸어야 합니다
상태바
이제 다시 일어나 걸어야 합니다
  • 배종호
  • 승인 2014.07.30 1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월호 유족들에게 드리는 편지

▲ 본사회장/일자리방송 사장/KBS전 뉴욕특파원
우리 모두를 엄청난 충격과 슬픔으로 몰고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여일이 지났습니다.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괴롭고 힘이 듭니다. 하물며 저희들이 이럴진대 유족 여러분들의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겠지요. 특히 희생자 대부분이 꽃 같은 10대 청소년들인 만큼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저의 마음이 찢어질듯 아픕니다.

외람되게 제가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은 저 또한 제 생명보다 더 소중한 아들을 잃은 아픔이 있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제가 KBS 뉴욕특파원으로 부임해 1년 정도 됐을 무렵, 저의 아들이 동네 수영장에서 익사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딸 둘 낳고 얻은 참으로 귀한 아들이었습니다.

“아빠! 안녕히 다녀오겠습니다.” 라는 인사를 하고 떠난 아들이 익사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저는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삶의 의욕을 모두 잃고 2년에 가까운 세월을 패인처럼 절망 속에서 통곡하며 살았습니다. 사별의 슬픔도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이었지만, 8살 된 어린 아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그리고 죄책감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눈을 떠도 아들 생각, 눈을 감아도 아들 생각. 너무도 고통스러워 아들의 사진은 물론이고, 옷이나 장난감 등 아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들은 도저히 볼 수가 없었습니다. 잠도 잘 수 없었습니다. 하루에도 수 백 번, 수 천 번 자살의 충동에 몸부림쳐야 했습니다.

“왜 나에게 이렇게 엄청난 비극이 일어나야 하는 지”, “세상에 나처럼 불쌍한 사람이 없을거야”라는 자기 연민의 감정과 “도대체 앞으로 나의 인생에 두 번 다시 웃을 일이 있을까, 행복한 일이 있을까,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절망감에 몸부림 치곤했습니다. 아마도 세월호 참사 유족 여러분들께서도 지금 제가 겪었던 것과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마 저보다 더 기가 막히고, 더 억울하고, 더 힘이 드시겠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그 끔찍한 아픔을 ‘신앙의 힘’으로 이겨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정상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니 사랑하는 아들을 잃기 전보다 더 값지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이 편지를 통해 유족 여러분들에게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지옥보다 더 끔찍한 오늘의 아픔을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절망과 같은 시간을 통과하면 새로운 미래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한 점의 빛도 없는 칠흙같은 절망이지만 반드시 출구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울더라도, 통곡하더라도 걸어야 합니다. 주저 앉아버리면 안됩니다. 이를 악물더라도 일상의 끈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절대 일상의 끈을 놓쳐서는 안됩니다. 일상의 끈을 놓치면 낙오하기 때문입니다. 울면서도 걷고, 통곡하면서도 걷고, 신음하면서도 걸어야 합니다. 그러면 출구가 나옵니다. 반드시 나옵니다. 오늘의 이 슬픔이 동굴이 아니고, 터널이기 때문입니다.

생명은 생명으로 찾아야 합니다. 도대체 생명을 무엇으로 대체하겠습니까? 잃어버린 생명을 보상받는 일은 생명을 살리는 일뿐입니다. 앞으로 이 땅에서 두 번 다시 세월호와 같은 참사로 생명을 잃는 일이 없도록 ‘안전한 나라’ 만들기에 나서는 것도 생명 살리기일 것입니다. 미혼모에게 버려져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는 것도, 기아로 죽어가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는 것도, 독거노인들을 돌보는 것도, 노숙자들을 보살피는 것도 생명 살리는 일들일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살리는 것도 생명을 살리는 일입니다.

비록 사랑하는 나의 아들, 나의 딸은 이 땅을 먼저 떠나 천국에 가 있지만, 우리는 먼저 간 아들과 딸의 인생을 우리의 인생을 통해 함께 살아줄 수 있습니다.
지금 천국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자녀들은 우리가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할까요? 절망하며 삶을 포기하기를 원할까요? 아니면 이 땅에서 이전 보다 더욱 힘차게 값진 삶을 살아주기를 원할까요? 먼저 간 아이들의 삶의 의미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삶을 포기한 채 절망 속에서 살아간다면, 먼저 간 자녀들의 삶은 참으로 불행한 인생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슬픔과 절망을 딛고 일어나 이전보다 더 값지고 의미있는 삶을 살아간다면, 먼저 간 우리 자녀들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일어나 이전 보다 더욱 힘차게 값진 인생을 살아가시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