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목포해경 123정의 '잘못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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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와 목포해경 123정의 '잘못된 만남'
  • 윤영선
  • 승인 2014.08.2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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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의 극치' 해경, 책임 회피만
승무원-해경 '네탓 공방' 추태

“객실 진입 시도도, 퇴선 방송도 안 하고…. 왜 하필 그곳에 123정이 갔을까?”
12일 세월호 승무원들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목포해경 123정 승조원들의 증언에서 다시 한번 이런 아쉬움이 두드러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해양경찰관 5명은 대형 인명사고에 대비한 훈련, 판단력, 장비, 역량을 갖추지 못한 무능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주요 신문 내용은 승조원들이 퇴선방송이나 선내진입을 하지 않은 이유, 가장 먼저 구조된 승무원들의 신분을 알았는지 여부, "해경이 출동해 승객들을 구조할 줄 알았다"는 승무원들의 주장에 대한 견해였다. 증인들은 "급박했다. 경황이 없었다", "모른다", "못 봤다", "기억이 안 난다", "언론을 통해 알았다"는 등 책임 회피식 발언을 늘어놨다.

◇ 사고대처엔 무능, 발뺌엔 능숙
100t급 소형 경비정인 123정의 승조원들은 평소 익수자 외 다수 인명구조에 대한 교육·훈련을 받지 못했으며 그나마 구조 매뉴얼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30년 근무 기간의 절반을 경비정에서 근무했다는 부장(부정장)조차도 침몰 중인 선박에서 사람을 구하는 훈련을 해본 경험이 없다고 했다. 출동 당시 세월호 갑판에 사람이 많지 않아 당황했다면서도 선내 진입 시도를 왜 안 했느냐는 질문에는 "경황이 없었다", "배가 기울어서 어려웠다", "(선내 진입을)결정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변명했다. 최초 구조된 승무원 중 일부가 '스즈끼복'이라 불리는 상하 일체형 근무복을 입고 있었으면 승무원인 줄 알고 배로 돌려보냈어야 하지 않느냐는 공통된 질문에도 증인들은 황당한 답변을 늘어놨다. "하얀 제복이 아니라서 근무복인지 몰랐다", "상황이 너무 급박했다", "화물차주들도 즐겨 입는 옷이다"는 등 다년간 근무한 해양경찰관의 답변치고는 군색했다.

답답함을 느꼈는지 검사가 해경의 다른 함정이 현장에 출동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특별한 이유는 없고 (123정이)세월호와 가장 가까운 데 있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1천t급 대형 함정에는 레펠 등 장비와 특수 구조·잠수요원이 있어 더 효율적인 구조작업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스스로 아쉬워하는 증인도 있었다.

◇ "해경이 구할 줄 알았다"(승무원), "1차 구호책임은 승무원에게"(해경)
세월호와 123정의 '잘못된 만남'은 '네 탓 공방'으로 이어졌다. 일부 살인 혐의까지 적용된 승무원들은 재판 과정에서 "해경이 출동해 승객들을 구조할 줄 알았다"고 누차 강조해 책임을 떠넘기려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현장 상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던 증인들은 이 부분에 대한 답변은 명쾌하게 했다. 증인들은 "123정이 도착하기 전 승무원들의 초동대처가 적절했다면 이렇게 큰 인명피해가 없었을 것이다", "해경 대응이 미흡한 것도 인정하지만 그전에 세월호에서 자체적인 조치가 있어야 했다", "일차적 구호 책임은 선장, 선원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변호인은 승객들이 제때 퇴선했다 해도 구명보트 1척뿐인 123정에서 모두 구조할 수 있었겠느냐며 불신하기도 했다. 세월호와 123정은 서로 호출은 했지만 응답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16일 오전 9시 3분 123정 측이 출동하면서 세월호에 "목포해경입니다. 감도 있습니까"라고 호출했지만 세월호에서는 응답이 없었다. 이후 세월호에서 123정을 찾는 교신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123정에서 응답하지 않았다. 123정 항해팀장은 "헬기 소음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교신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부 변호인은 객실 유리창을 깨 5~6명의 승객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승무원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공을 들였다. 승무원이 구조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는 검찰의 조사내용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변호인은 객실 유리창을 깨고 승객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해경 주변에 승무원이 서 있는 장면이 담긴 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증인(해경)은 승무원의 구조활동을 목격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윤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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