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과 ‘임 병장’ 일그러진 자화상
상태바
‘윤 일병’과 ‘임 병장’ 일그러진 자화상
  • 류용철
  • 승인 2014.11.20 10: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용철 본사 대표
생때같은 자식이 죽어서 부모 앞에 나타났다. 또 다른 이는 동료를 살상한 후 생포돼 부모를 만났다.
지난 4월과 6월에 각각 발생한 병영 폭력사건의 극단을 보여주는 윤 일병과 임 병장의 경우를 일컫는 상황이다.

28사단에서 복무 중이던 윤 일병은 선임 병사들로부터 수십 차례에 걸친 가혹행위를 당했다. 선임병들은 윤 일병이 잠을 자지 못하게 하고 바닥에 뱉은 가래침을 핥게 하는 등 갖은 가혹 행위를 일삼았다. 윤 일병은 선임병들의 집단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4월 6일 숨졌다.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은 지난달 30일 윤 일병 사건 가해 병사들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45년, 징역 30년, 징역 25년, 징역 15년, 징역 3월에 집행유예 6개월의 형을 각각 선고했다. 윤 일병 어머니는 “자기 자식이라고 생각해봐라, 이것이 어떻게 살인이 아니냐. 이 나라를 떠날 것. 여기서 안 산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임 병장은 지난 6월 22사단 GOP(일반 초소)에서 총기를 난사해 장병 5명을 살해하고 동료 7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23일에 이어 7일 육군 제1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공판이 열렸다.

변호인 측은 집단 따돌림이 원인이라고 주장한 반면 유가족과 군 검찰은 이를 반박하는 등 공방을 벌였다. 세간에서는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고 있다.

겉보기에 계급이 높은 병장은 폭력에 보복하기 위해 총기를 난사하는 적극적 방식으로, 계급이 낮은 일병은 죽음으로 폭력이 종식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군에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사회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죽은 자와 죽음에 이르게 한 자, 살아남은 자 모두 대한민국의 자식이라는 점에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있어서는 안 될 참사가 군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자식을 둔 부모로서 눈이 캄캄해진다.

이 계급적 폭력 종식 상황을 군이 아닌 사회로 확장하면 그 결과는 너무나 우울하다. 사회의 특권과 반칙을 계급적 상황에 대입하면 참담하다. 사회 곳곳에는 계급이 낮을수록 소극적·간접적으로 대응하고 반대로 계급이 높을수록 적극적·직접적인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이 일반화됐기 때문이다.

서열이 분명히 존재하는 사회에서 특권은 우리의 숙명일지 모른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조직이 생겨나고 조직을 관리하기 위해 관료적 체계는 우리에게 가장 효율적 제도로 생각되어지고 이곳에 독버섯처럼 그 특권과 반칙은 자라난다.

아들이 술집에서 맞고 들어왔다며 야구 방망이를 들고 가 폭력을 행사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파업을 주도했다며 근로자를 회장실로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매 맞은 값으로 수천만원을 준 재벌 대그룹 총수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특권의 극치를 보여준다.

전 검찰총장이 골프장 여성근로자에게 “네 아버지가 더 나은지 내가 더 나은지 생각해봐라”고 했다는 것은 우리사회지도층의 비뚫어진 사회적 특권의 전형을 보여준다. 한때 갑질이라며 사회적 핫이슈가됐다.

대기업과 중소업의 관계, 대기업과 대리점주의 관계, 탐욕과 특권의 도시 서울과 날이 갈수록 해쓱해지는 지방 도시의 서열화, 군대내 여성장교의 성희롱 자살 사건 등 사회적 현상에서도 우리는 임병장의 보복 폭력과 윤일병의 소극적 폭력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의 작은 생활에사조차 이런 계급적 특권의식은 자리잡고 있다. 가장의 존엄성만 내세우며 가부장적 자세, 남존여비 사상, 직장내에서도 술집에서도 사회 곳곳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독버섯처럼 특권은 자라고 있다.

윤일병과 임병장의 사건을 선기성세대는 ‘나의 일’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비켜가고, 사회적 분위기는 그런 일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 잊기를 부추긴다. 세상에는 건강하게 잊어야 하는 ‘건망증 사안’도 있지만 거꾸로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일도 수두룩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쉽게 잊는다. 아니 잊자고 강권하는 사회와 그렇게 말하는 이들에게 묻혀살아가고 만다.
그러나 반드시 그곳엔 “세상의 악은 사람도 악 자체도 아니라 바로 특권에서 나온다.”

19세기 미국 정치가 존 스티븐스의 말이다. 우리네 선량들이 주홍글씨처럼 새겨진 ‘최악’ 딱지를 떼고 싶다면 새겨둬야 할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