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제일정보고등학교 3학년 조영남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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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제일정보고등학교 3학년 조영남할머니
  • 최지우 기자
  • 승인 2015.01.2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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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4세 노익장 과시 4년째 만학 늦깍이 고등학생
 28년 임대주택 사용 중 화재 보상금 마련 막막
 

 
작은 실수로 인해 온 집을 불태운 늦깍이 할머니 학생의 사연이 전해지며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해 25일, 남들 모두 즐거운 크리스마스날 영암 군서에 사는 목포제일정보고 조영남(3학년)씨 집에 화마가 덮쳤다. 74세의 노익장을 과시하며 중학교 2년, 고등학교 2년을 마무리하고 졸업을 두 달 남기고 있는 시점이었다.

  25일 마침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을 잡아 메주를 끓이려고 가마솥에 넣어둔 장작불이 바람에 날려 집으로 번진 때문이었다. 한순간에 번진 불은 손쓸 틈도 없이 낡은 스레이트 지붕 아래, 28년간 간직해 온 조영남 씨의 꿈을 태워버렸다. 
 
다른 사람이 수 십 년 쓰다가 남겨놓고 외지로 떠난 낡고 초라한 집이었지만 조영남 씨는 그곳에서 만 28년을 살아오며 딸들을 키워 출가시키고 그 자리를 지켜왔는데, 불은 마당에 세워 놓은 자전거 한 대만 덩그러니 남겨둔 채, 모든 것을 삼켰다. 

군서에서 영암읍까지 자전거로 나와 500번 버스를 타고 즐겁게 다니던 학교길.  항상 얼굴에 웃음이 넘치던 그의 한문책에는 서툰 연필글씨로 한자의 음과 뜻이 빼곡히 적혀있었는데, 이제 그 책조차 불에 살라져버렸다. “정신통일하고 치매 예방하는 데는 학교가 제일이여.”라며 자랑스럽게 권하고 다니던 조영남 씨의 학창시절이 시커먼 재속에 무너져 내렸다는 안타까운 사정을 전해들은 목포제일정보고등학교 3학년 2반 학생들은 十匙一飯(십시일반) 용돈을 모았다. 어떤 학우는 농사지은 쌀을 가져오고 어떤 학우는 양파와 입을 옷을 가져와서 찾아가 만난 조영남 씨는 학우들을 보자 애써 참았던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 불난 집은 조 씨 소유의 집이 아니라 다른 문중 소유의 집이었는데, 문중에서 집을 다시 지을 수 있도록 철거비와 보수비를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그간 집이 없어 남의 집에 살던 그가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고, 어디서 살 것이냐며 한숨을 쉬는 모습에 학우들은 해결책이 없어 함께 울 수밖에 없었다.

어서어서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한 새봄이 되서 새까맣게 타버린 조영남 씨의 가슴에도 소망의 싹이 파랗게 자랄 수 있기만을 바랄뿐이다.

최지우기자 (tm01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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