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제대로 알자<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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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제대로 알자<9>
  • 정거배
  • 승인 2015.03.2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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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여행을 소개하는 중국여행사 홈페이지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스마트폰용 한국의 여행지도 어플. 중국인들 입장에서는 한국이 중국보다는 물가가 비싸지만 지리적으로 가깝고 다른 나라에 비해 여행비용도 저렴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 정거배 <인터넷전남뉴스 기자, www.ohmyjnews.com>
세계는 지금 요우커 쓰나미, 상권을 바꾼다
소비력 다른 나라 여행객보다 3배, 각국 유치 전쟁

240개국에 달하는 전 세계 나라 중에서 일본과 중국을 무시하는 이들은 한국국민 뿐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실체를 제대로 알고 무시한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체를 모르면서 무시한다면 편견과 무지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첫 연재를 시작하면서 언급했듯이 960만㎢(한국은 10만km²)에 달하는 중국 대륙을 몇 차례 다녀 온 여행경험으로 마치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오만인 것이다. <지금이라도 중국을 공부하라>의 저자 류재윤은 서울대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1989년 삼성SDI에 입사해 삼성의 중국진출을 개척한 ‘20년 중국삼성의 전설’이자 중국이 인정한 한국인 중국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나는 중국을 모른다’

그는 그동안 삼성의 대륙진출 과정에서 난관에 부닥칠 때 중국정부와 지방정부의 고위 인사들과 접촉하며 협상테이블로 유도해 승인을 받아내는 등 첨병역할을 해왔다. 중국 공산당의 최고 엘리트를 교육하는 중앙당교를 비롯해 중국국가정보센터, 중국과학원, 인민일보와 많은 중국기업에서 강사로 초빙할 정도로 중국인들이 인정하는 중국통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출판한 이 책 머리말 제목에 ‘나는 중국을 모른다’라고 시작한다. 삼성의 20년 중국진출의 역사현장에 있었던 그가 모른다고 하면 ‘겸손도 지나치면 결례가 된다’는 지적을 받을 만 하지만 그래도 그는 중국을 모른다고 거듭 말한다. 그는 ‘중국은 아는 만큼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은 것이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다’고 강조한다. 마치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전체 크기인양 간주한다면 타이타닉호가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중국의 참모습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모른다고 여겨야 배우려는 마음은 가지게 된다고 주문한다. 

중국인들, 미국만 경쟁자로 인식

중국인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 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가도 가도 다 갈 수 없다(走也走不完)”라고 말한다. 자기 나라 땅도 죽을 때까지 다 가보지 못하고 죽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외국인인 우리는 오죽 하겠는가? 중국은 22개 성(타이완을 제외)마다 풍습과 생활습관 뿐 만 아니라 규범과 생활방식이 다르다. 유럽 크기 만한 영토에 56개 민족이 한 국가를 이루고 2천년 넘게 살고 있다. 한국인들이 중국을 보는 인상은 그렇다 치고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필자가 만난 중국인들은 한국인에 대한 인상을 아직까지는 좋은 편이다. 특히 드라마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에 한국은 우선 깨끗한 나라, 중국보다 물가는 비싸지만 살기 편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 더 덧붙이자면 중국 지식인들은 ‘빠른 기간에 경제가 발달한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이제는 옛말이 되고 있다. 중국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기에 그렇다. 사실 중국인들은 한국을 경쟁상대로 보지 않는다.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유일한 경쟁상대는 미국이며, 한국은 안중에도 없다는 사실이다. 중국인들은 자녀들을 주로 미국에 유학을 보내고 있다.

미국에 보낸 유학생 수 세계 1위

미국의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에 등록된 외국인 학생은 지난해 기준 총 88만 6,052명으로, 중국 유학생은 1년 동안 17%가 늘면서 27만4000여명으로 가장 많다. 이는 미국에서 들어온 외국 유학생 가운데 31%를 차지한 수치이며, 이어 인도유학생이 10만2,673명으로 두번째로 많았으며 한국은 6만8,047명으로 세번째였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대만, 일본, 베트남, 멕시코, 브라질 등의 순이었다. 2014년 전 세계 각 국가별 명목기준 GDP(국내총생산) 순위를 보면 미국이 17조4,163억 달러로 1위이고 중국이 10조 3,554억 달러, 다음으로 일본이 4조 7,698억 달러이며 독일 3조 8,205억달러, 프랑스(2조9,023억), 영국(2조8,476억) 순이다. 중국은 지난 2009년 독일을 제치고 3위에 오른데 이어 2010년 일본을 앞서 2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중국이 4년 만에 일본을 2배 이상 앞서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022년이 되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G1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은 전 세계에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14억에 달하는 중국인들은 소득이 높아지면서 우선 해외여행이 늘고 있다. 지난 2013년 한해 해외여행을 했던 중국인들은 한국 전체인구보다 더 많은 6천800만 명으로 알려졌다.

작년 한국 방문 요우커 612만명

지난해 한국은 외국인 여행객이 사상 처음으로 1천400만명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한국을 찾은 중국관광객(요우커 遊客)이 612만명으로, 전체 외국인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 2013년 한국을 찾은 중국 요우커 430만명에 비해 1년 사이에 180만명이상 늘어났다. 지난 2013년 제주도를 찾은 요우커는 175만명 안팎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제주도를 방문한 요우커 숫자는 280만 명으로 1년 사이 100만명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요우커 612만 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제주도를 찾은 셈이다. 제주도는 이런 중국 관광객 급증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사상 최초로 연간 외국인 관광객 300만명 시대를 맞았다. 지난 1980년 2만명 수준이었던 제주도의 외국인 관광객이 2000년 28만명에서 2011년엔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선데 이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로서 부동산투자이민제 시행을 둘러싼 논란과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중국 요우커가 9명을 차지하고 있다. 요우커들의 방문은 비단 제주도 뿐 만 아니다. 서울의 홍익대 거리도 요우커들이 밀려 오면서  상권지도를 바꿔 놓고 있다. 홍대 거리는 그동안 거리공연 등 독특한 문화예술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요우커들이 찾으면서 거리공연은 사라지고 화장품 상점과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상권이 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상권 중심인 명동 역시 중국 베이징의 왕푸징을 연상케 할 정도가 됐다.

요우커 지나간 자리 상전벽해(桑田碧海)로

그렇다면 이처럼 부상하는 중국의 영향이 비단 한국에만 미치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중국 요우커 유치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뉴욕 허드슨 강변에서는 20분간 불꽃놀이 행사가 계속됐다. 다름 아닌 중국인들이 매년 춘절(설명절) 때 반드시 즐기는 폭죽놀이를 뉴욕에서 한 것이다. 이 불꽃놀이의 제목은 ‘아름답고 화목한 중국’이라고 이름붙인 요우커들을 위한 행사였다. 프랑스 파리는 요우커 유치를 위해 상가들이 100년 전통을 깼다고 한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는 개선문에서 콩코르드 광장까지 일직선으로 뻗어 있는 거리다. 프랑스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고 자부하는 명소이자 파리 시내 최대 번화가로 휴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곳 상인들은 휴일에도 영업하지 않으면 중국 요우커들을 영국 등 다른 나라에 빼앗긴다며 기꺼이 가게 문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도 올해 설 명절 때 중국 요우커들을 유치하기 위해 전세기를 투입할 정도다. 전 세계가 중국 요우커 유치 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특히 요우커들이 해외여행을 하면서 쓰는 소비액은 다른 나라 여행객에 비해 통상 3배 이상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한국의 통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2008년 한국을 찾은 요우커들은 1인당 평균 130만원을 썼다. 그러나 2010년에는 150만원에 이어 작년 2014년에는 236만원을 한국여행 중에 지출했다. 이제 전 세계적으로 중국의 비상은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엄연한 현실이 됐다. 이 현실 앞에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해야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 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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