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B 창립, 미국→중국으로 21세기 권력이동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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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IB 창립, 미국→중국으로 21세기 권력이동 신호
  • 정거배
  • 승인 2015.04.1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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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주도의 국제금융질서 지각 변동 예고
▲ 작년 3월 독일을 방문한 시진핑·펑리위안 부부가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 부부로부터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안내를 받고 있다.

▲ 정 거 배 <인터넷전남뉴스 기자, www.ohmyjnews.com>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설립은 미국 중심의 세계 금융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중국은 그동안 IMF(국제통화기금), WB(세계은행), ADB(아시아 개발은행)이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이익을 우선시한다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의 설립은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질서 지각변동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경우만 보더라도 미국과 일본의 입김이 매우 커서, 개발도상국에 자금지원을 할 때, 여러 가지 조건을 붙여 자금지원을 해 왔다. 반면에 중국은 이런 조건이 없는 자금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세계은행(WB)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기존 국제개발은행은 모두 미국과 일본이 주도해 왔을 뿐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이 결정적인 거부권도 갖고 있다. 한국은 중국 주도의 AIIB 가입에 미국의 눈치를 보며 고심해 왔다. 하지만 참여를 결정한 이유는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금융시스템에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계속 미국 눈치만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 미국 눈치보다 막차 타
뿐 만 아니라 한국의 참여는 전통적인 우방 또는 혈맹이라는 한미 관계의 틀이 약화됐다는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는 중국이라는 실리를 택한 것으로 평가된다.  AIIB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구축을 목적으로 처음 제안한 것을 시작으로, 1년간 준비 끝에 지난해 10월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AIIB 설립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열어 자본금 500억 달러(약 56조 원) 규모의 AIIB 설립을 공식으로 선언했다.

지난해 체결식에 참가한 창립 회원국은 당시만 해도 중국을 비롯해 인도, 파키스탄, 몽골,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오만, 쿠웨이트, 카타르 및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9개국 등 총 21개국이었다. 그러나 AIIB는 체결식 당시에는 서방국가 참여가 전무했으나 올 3월 12일 영국의 참여 선언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스위스가 뒤를 이었다. 한국과 터키도 참여를 선언했다. 특히 3월 말 마감시한을 앞두고 호주의 참여 결정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호주 등 서방국가, AIIB 참여로 가닥
당초 미국의 주요 동맹국 가운데 하나인 호주는 중국이 주도하는 AIIB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 갖고 있었다. 미국은 중국이 AIIB를 좌우하게 되면 AIIB가 각국의 채무를 늘리고 부패를 조장하게 될 수 있고,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기존 국제금융기구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AIIB 창설에 반대해 왔다. 호주도 미국과 입장을 같이 해 왔으며, 지난해까지 미국으로부터 AIIB 창설에 참여하지 말라는 압력을 받아 왔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그러나 3월말로 중국이 못박은 가입 시한이 다가오고, 영국과 프랑스, 독일, 한국 등 주요 경제 선진국들이 AIIB 참여를 선언하자 호주도 대세와 실리를 의식해 AIIB 참여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호주 정부는 AIIB에 얼마를 출자할 것인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신화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호주가 30억 호주달러(약 23억3900만 달러, 2조5900억원) 정도를 출자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고 있다.
2014년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호주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4825억 달러(약 1641조원 )로, AIIB 역내 참여국 가운데 중국·인도에 이어 세 번째다. AIIB의 지분율은 참여국들의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해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GDP는 1조4494억 달러(약 1604조원)로, 그렇다면 중국, 인도, 호주, 한국 순이 된다.

중국 위안화, 3대 국제화폐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7일 AIIB가 21세기 미국과 중국간 권력이동의 신호라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의 위안화는 2014년말 현재 국제 거래상 이미 세계 5위의 결제통화로 부상함으로써, 오는 2020년까지는 3대 국제화폐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은 제3의 통화로 불리는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에 위안화를 편입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동안 세계 기축통화의 자리를 굳혀 온 달러 독주 시대가 마감되고, 미국-중국 양대 화폐의 본격 경쟁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중국이 그간 세계 금융체제를 지배해 온 미국에 맞서 AIIB 등 국제금융기구 창설을 추진할 수 있는 힘은 세계 최대 규모의 외환보유액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014년 말 기준으로 3조8천400억 달러(한화 4천384조원)에 달한다. 이는 중국이 대규모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외국 자본의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지난 2009년 4월에 처음으로 2조 달러에 이어 2011년 3월에는 3조 달러를 각각 돌파했다. 외환보유고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데 5년 정도가 걸렸다. 중국이 이처럼 외환보유고가 증가하자 국제적인 금융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고는 통화량 증가로 이어져 통화정책 수단의 선택폭이 좁아졌을 뿐만 아니라 외환보유고를 안전하게 운영해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됐다. 즉 중국은 갖고 있는 달러를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중, 세계 최대 규모 외환보유고
따라서 중국입장에서는 갖고 있는 달러 일부를 안전하면서도 수익률이 높은 곳에 투자하기 위해서 국제금융기구 창설이라는 돌파구를 마련 한 것이다. 중국에 있어 AIIB는 하나의 시작에 불과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이후 2년간 세계 곳곳을 돌며 제안한 AIIB와 같은 다국적 은행, 기금은 최소 4개에 이른다. AIIB와 쌍벽을 이루는 것이 초기 자본금 500억 달러의 브릭스(BRICS)개발은행이다.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참여하는 이 은행은 시 주석이 지난해 7월 브라질에서 열린 제6차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공식화됐다. 신개발은행'(NDB)으로도 불리는 이 은행은 회원국이 100억 달러씩 출자한다. 자본금은 5년 안에 1천억 달러로 확대된다. 이 은행 역시 중국 주도로 추진되고 있고 출자금 확대 과정에서도 중국이 주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본부는 상하이(上海)에 들어선다. AIIB와 마찬가지로 올해 중 설립 절차를 마무리하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에 중남미 지역에 대한 250억 달러 규모의 투자기금 설치도 제안해 놓고 있다. 100억 달러 규모의 별도 금융지원도 한다.  

시진핑, 아시아 운명 공동체 추진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비회원 국가 정상들을 초청해 베이징에서 개최한 '소통과 동반자 관계 강화를 위한 대화'에서 400억 달러 규모의 '실크로드 기금'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이 추진 중인 다국적 금융 기구의 초기 총자산 규모가 최소 1천900억 달러(2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8일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博鰲) 포럼 2015년 연차총회 공식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아시아의 운명 공동체 구축을 위해 중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천명했다. 시 주석은 아시아의 운명 공동체 추진을 위해 상호 존중과 평등, 협력 공영과 공동발전, 공동의 지속가능한 안보 실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우선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더욱 긴밀한 운명공동체를 건설하고 아세안과 한·중·일 3국이 2020년까지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중국이 아시아의 자유무역 네트워크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경제구상으로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아시아 협력의 중요한 수단으로 제시했다. 그는 실크로드 경제지대와 관련, "중국은 동아시아, 아시아의 상호연결 소통에 관한 계획을 가속화해 기초시설 건설과 인적교류 등을 전면적으로 융합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으며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와 관련해서도 "아시아의 해양 협력 시스템과 해양경제 건설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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