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제대로 알자 <12>
상태바
중국을 제대로 알자 <12>
  • 정거배 기자
  • 승인 2015.04.15 15: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중국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대한민국의 100배에 가까운 면적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56개 민족이 한 2천년 넘게 한 국가를 이루며 유지돼 왔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생활방식과 습관은 한국과 다른 점이 많다.

14억의 중국인, 그들은 누구인가?
직설적인 한국인, 면전에서 거절 못하는 중국인  
  
 

▲ 정거배 <인터넷전남뉴스 기자, www.ohmyjnews.com>
중국관련 연재를 하게 된 것은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부터 출발했다. 우리는 2천년 넘게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 각 분야마다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슈퍼 차이나’는 현실이 됐으며, 앞으로 우리 경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은 이전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에 중국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깊이 있는 지식과 이해가 필요하다. 수면 위에 보이는 빙산이 전부라고 판단해 버린다면 타이타닉호와 같은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2010년 발표한 총 인구는 13억3,972만명으로, 이 중 한족이 12억2,59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92%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55개 소수민족 인구는 1억1,379만명에 불과하다. 1979년부터 시행된 산아제한 정책으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무호적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인구는 14억명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무지에서 생긴 오해들
지난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으로 건너가 소규모 장사에서부터 시작해 기업인에 이르기까지 현재 중국에 사는 한국교민은 유학생을 포함해 70만 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습관과 인식의 차이에 따른 착각과 오판은 여전하다. 중국에 사는 어떤 지인은 사업상 관계가 있고 평소 알고 지내는 중국인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는데, 이 사람은 혼자 나온 게 아니라 회사 자기부하직원들까지 데리고 나왔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인식에서 보면 부담스럽고 황당하기까지 했겠지만 중국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직원들까지 함께 나왔다는 것은 비록 퇴근 이후지만 그 식사자리가 공식적인 자리라는 뜻이다. 따라서 그 자리에서 오가는 얘기는 농담이 아니라 업무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 우리의 관습과 중국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시각으로 그들을 판단할 때는 얼마나 많은 실수와 오판이 발생하겠는가.  심지어 한국인들은 표현방식이 직설적이지만 중국인들은 그렇지 않다. 상대방이 어떤 요청이나 부탁을 했을 때 면전에서 거절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긴다.

한국은 온돌방, 중국은 침대문화
그래서 그들은 단호한 거절 대신에 ‘생각해 보겠다’ ‘고려해 보겠다’고 말한다. 반대로 이런 대답을 아전인수격으로 받아들인 한국인이 나중에 낭패를 봤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 중국 양국은 역사적인 경험도 다를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 많이 다르다. 생활방식은 물론이고 가치관도 다르다. 이를테면 한국은 거주형태부터 보자면 전통적인 온돌식이지만 반대로 중국은 침대와 의자 중심의 생활을 한다. 중국인들은 한국에서 와서 의자와 탁자가 없는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불편해 한다. 어려서부터 길들여진 생활방식 때문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의식의 변화가 있지만 중국인들은 옷을 자기 편하게 입는 반면에 한국인들은 ‘옷을 입었을 때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지’를 먼저 생각하는 등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중국인을 만날 때 촌스러워 보이는 옷차림만 보고 속단한다면 낭패를 보기 쉽다. 그가 대기업 경영자 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또 찬음식을 피한다. 중국인들은 체내와 먹는 음식 간에 온도 차이가 많이 나면 건강에 해가 된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추운 겨울에도 창문을 약간 열어 놓는 등 실내가 너무 따뜻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안과 밖의 심한 온도 차이는 건강에 안좋다는 인식 때문이다.

중국도 요즘에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먹거리 문화가 변하고 있지만 그래도 회요리 등 생선을 날 것으로 먹는 사례가 보편화돼 있지 않다. 심지어 맥주를 약간 데워서 먹는 경우도 있다. 한국인들이 중국여행 중에 식당에서 맥주를 시키면 중국종업원들은 냉장고에 보관 중인 시원한 맥주를 마실 건지를 반드시 물어본다. 

남방과 북방, 기질이 다르다
중국은 역사 이래 장강(우리는 양자강이라 부른다)을 기준으로 남방과 북방으로 나눠 부른다. 중국대륙 서부 칭하이성(靑海省) 칭짱고원 탕구라산(6099m)에서 발원한 장강은 시짱자치구와 스촨성을 비롯 윈난,총칭,후베이,후난,장시,안후이,장수성을 지나 상하이를 끝으로 동중국해에 흘러나가는 세계에서 3번째로 긴 강으로 길이만 6,397㎞에 달한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말하는 양쯔강 혹은 양자강은 장강의 한 지류에 해당한다. 장강은 중국 역사 이래 지리적으로 남방과 북방 뿐 아니라 문화와 예술, 그리고 중국인들의 기질과 외모를 분류할 때도 기준이 됐다.

심지어 요리를 분류할 때도 남방요리와 북방요리로, 지명인 남경과 북경이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남남북녀라는 말도 이곳에서 시작했다. 남쪽 사람들은 체구가 비교적 작은 편이다. 남방은 기후가 온화하고 생산물이 풍부한 반면 북방은 척박하고 추워 사람들의 기질 뿐 만 아니라 음식문화도 다르다. 이런 지리적 여건 때문에 북방 사람들은 현실적이고 투쟁적, 산문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반면에 남방 사람들은 낭만적, 평화적, 시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이런 기질상의 차이는 문학에서 북방의 시경(詩經)과 남방의 초사(楚辭)로 분류된다.

또 남방은 쌀로 만든 음식을 주식으로 해서 채소나 탕, 그리고 해산물과 민물고기를 이용한 요리가 많다. 반면에 북방의 주된 농작물은 밀인데, 국수와 빵 그리고 다양한 만두 종류가 그것이다. 또 목축을 많이 하다 보니 북방은 양고기나 쇠고기 등 육류요리가 남방보다 발달했다.

황하, 세계 4대 문명발상지
중국 대륙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또 하나의 강은 바로 황하이다. 장강과 마찬가지로 칭짱고원에서 발원해 중절모자 형태로 중국대륙 북부를 관통하는데, 칭하이, 쓰촨, 간쑤, 닝샤, 네이멍구, 샨시, 산시, 허난, 산둥성 등 9개 성과 자치구를 지나 보하이만(발해만)으로 흘러드는 5,464㎞의 긴 강이다.

황하는 이집트의 나일강, 지금의 이라크 땅인 메소포타미아의 티그리스, 유프라데스강, 그리고 인도의 인더스강과 함께 세계 4대 문명 발상지이다. 중국인들은 황하를 어머니의 강이라고 부르며 치산치수(治山治水)라는 성어도 여기서 나왔다. 역대 왕조부터 황하의 물을 잘 관리하는 것을 그만큼 중요하게 여겼을 정도로, 자주 범람했었다. 굳이 강이라고 하지 않고 하(河)라는 명칭도 어느 지점에는 건너편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강폭이 넓기 때문에 붙인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요순(堯舜)시대라는 태평성대도 어떤 범죄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삼황오제 시기인 요순시대 때 황하가 넘치지 않았다는 설이 설득력을 가진다.

한국의 100배 가까운 면적을 가진 중국은 거리개념도 우리와 다르다. 2시간 거리는 옆 동네를 간다는 생각이고 8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장거리로 생각한다. 인구의 절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주류 민족인 한족 외에 55개 소수민족이 함께 2천년 넘게 하나의 국가를 이루고 살아가고 있다.

다민족 국가 비결은 포용력
기원전 221년 어지러운 전국시대를 진나라가 통일한 뒤 전란도 많았지만 중국대륙을 주류인 한족이 아닌 이민족이 주도권을 쥔 사례는 몽고의 원나라와 만주족의 청나라 때였다. 몽고의 원나라는 철저하게 한족을 권력의 중심에서 배제했다. 그 결과 100년도 채 유지되지 못하고 원나라는 한족에게 만리장성 밖으로 쫓겨나고 명 왕조가 들어서게 된다. 반면에 만주족이 지배한 청나라는 반대로 한족들을 중용했다.

그래서인지 1840년 아편전쟁 이전까지는 강건성세라는 부흥기를 거쳐 200년 이상 대청제국이라는 세계 강대국이 될 수 있었다. 영화에서 중국여성들이 입는 원피스 종류인 치바오가 있는데, 이 의상 역시 인구의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는 한족의 것이 아닌 만주족 전통복장이다. 한족이 소수 민족인 만주족의 복장문화를 받아들인 것이다.     

중국 대륙이 다민족들 모여 살면서 2천년 넘게 한 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포용력이다. 그래서인지 필자와 가깝게 지내는 중국인들은 자신들을 자랑(?)할 때 포용정신을 가장 앞세운다. 자기와 다를지라도 거부감을 갖기 보다는 융화하려한다는 것이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이 바로 그것이다.       

이 말은 논어에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는 대목에서 유래했다. 이를 풀이하면 ‘군자는 화합하고 화목하되 남들(상대방)에게 자신과 똑같아지기를 요구하지 않은 반면에, 소인은 같은 점이 많아도 서로 화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