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상은 서구 중심 세계체제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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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상은 서구 중심 세계체제의 종말’
  • 정거배 기자
  • 승인 2015.05.2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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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자크, ‘미국은 쇠락의 길로 접어 들 것’
▲ 세계는 지난 200년 동안 스페인과 포르투갈, 네덜란드가 열강의 지위를 누렸고 이어 영국과 프랑스, 독일이 그리고 2차 대전 이후부터는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군림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은 그동안 미국이 주도 해 온 세계질서를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 정 거 배 <인터넷 전남뉴스 기자, www.ohmyjnews.com>
지난 200년 동안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은 세계 질서를 주도하며 그들 중심의 체제를 만들어 왔다. 서구가 앞설 수 있었던 이유는 과학기술 개발을 골자로 한 산업혁명과 또 한편으로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식민지배였다. 물론 일본은 19세기 중반 서구 열강에 의한 중국 반식민지화 모습을 지켜보면서 발 빠르게 서둘러 서구를 배우는 메이지유신을 통해 아시아에서 제국의 위치에 올랐다. 

산업혁명과 제3세계에 대한 희생의 댓가로 서구는 강대국이 될 수 있었고, 이를 발판으로 세계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경영해 왔다. 그렇기에 중국의 부상은 그동안 서구 중심의 사고방식과 세계질서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신호가 될 것이다.
 
“중국의 부상으로 서구식 보편주의는 더 이상 보편적으로 통용되지 않을 것이며, 서구식 가치관도 차츰 영향력을 잃을 것이다. 또 중국의 부상은 세상 모든 것을 상대적으로 존재하도록 만들 것이다. 서구 사회는 세상을 그들만의 세상으로 바라보는 방식에 길들여 있다. 국제사회도 서구 사회로, 국제기구도 서구의 기구로, 통화도 서구의 통화인 달러화로, 언어도 서구의 언어인 영어로 바라보고 있다. 지금까지 ‘서구적’이라는 관형사는 항상 중요한 명사의 앞자리를 차지했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못할 것이다. 서구로서는 심기가 불편하겠지만 세상은 더 이상 서구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영국출신이면서 언론인이자 런던 정경대학 부설 국제관계 및 외교전략연구소 아시아경제연구센터 초빙연구원인 마틴 자크(Martin Jacques)는 지난 2009년 출판한 책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When China Rules the World>을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미국이 가장 큰 외상 입을 것
중국의 부상과 함께 미국이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마틴 자크는 “서구는 자신들에게 문물을 배우고 서구화를 추진하려고 했던 국가들이 이제 자신들과 동등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될 것이다. 서구 국가들은 난생처음 다른 문화, 다른 국가와 관계를 맺고 그들의 달라진 위력을 깨닫게 될 것이다. 미국은 장기간에 걸쳐 경제, 정치, 군사 면에서 외상을 입게 될 것이며, 심리적, 감정적, 존재적 위기가 눈앞에 다가왔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은 지저분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세계는 미국이 너무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 1장에서 미국은 1945년 이해 세계의 지배적 강국으로 군림해 왔고 2차 대전이 끝난 뒤 유엔(UN)과 국제통화기금(IMF),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국제기구를 주도적으로 설립하며 초강대국 지위를 누리게 됐다고 설명한다.

특히 구소련이 무너진 지난 1991년 이후 미국은 대영제국이 누렸던 지위를 능가했을 뿐 아니라 유엔을 제외한 주요 국제기구를 지배하며 세계 각지에 군대를 파견했는데, 새천년을 맞이할 때만 해도 세계는 초강대국 미국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세계는 지난 200년 동안 스페인과 포르투갈, 네덜란드가 열강의 지위를 누렸고 이어 영국과 프랑스, 독일이 그리고 2차 대전 이후부터는 미국 순으로 이어졌다. 결국 서구 세계는 처음에는 유럽 국가들이, 나중에는 미국이 지배하는 형태로 지난 200년 동안 세계사의 흐름을 좌우했다고 분석한다.

경제대국 중국 이어 인도의 부상 예상
그러나 지난 2008년 9월 미국 월가의 금융기관들이 파산한 사건은 세계 경제 중심이 서구사회를 떠나리라는 조짐이었다고 지적한다. 마틴 자크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자료를 인용하면서 향후 GDP는 2050년이 되면 중국이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며, 그 뒤를 이어 미국과 인도가 근소한 차이로 2위와 3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인도네시아 순으로 그 뒤를 따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더구나 현재 10대 경제대국 가운데 유럽국가는 그 때가 되면 영국과 독일이 각각 9위와 10위에 올라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컨설팅 회사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 (Price waterhouse Coopers)의 전망을 인용해 2050년이 되면 브라질 경제가 일본 경제보다 커질 것이며 러시아, 멕시코, 인도네시아 경제가 독일, 프랑스, 영국보다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신보수주의자들이 2004년 당시 전망했던 ‘미국이 라이벌 없는 초강대국으로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세계 구석구석을 지배하는 단극체제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을 빗나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라크 침공 오판 위상 추락한 미국
이런 빗나간 전망의 배경에는 미국 신보수주의자들이 세계를 경제 다극화 추세를 경시한 채 구소련과 붕괴와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에만 의거해 세계 질서를 바라보려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 사례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들었다. 미국은 월등한 군사력을 동원해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을 뿐 아니라, 오판하고 세계 경제의 새로운 추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미국 부시 행정부는 미국 군사력만 맹신하고 남용한 결과, 의도했던 것과는 반대되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3조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이라크 전쟁을 치렀고, 미국 내에서는 이라크 점령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나자 이란 침공에 들어가는 재정적 부담은 이라크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즉 부시 행정부의 대외 정책은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고, 미국 신보수주의자들은 파국을 초래할 정도로 역사를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마틴 자크는 이어 미국이 갖고 있는 세계 800여 군데에 달하는 미군기지 유지비가 지난 2006년 기준으로 GDP의 6.5%에 달해 재정적자의 주요 요인이 되었고, 계속되는 경상수지 적자는 달러화의 국제준비 통화로서의 역할은 위협을 받을 것이고 미국의 금융 지배력도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2008년 신용 평가 기관인 무디스(Moody’s)는 “미국이 정부 지출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재무부 발행 채권은 향후 10년 안에 최고 등급인 AAA 등급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국민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긴급 구제 자금을 지원하면서 정부 부채가 더욱 늘게 되었다. 미국의 대외 정책은 주로 군사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세계 최강 미군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자부심도 크지만, 제국주의 미국이 제국주의적 권력을 행사하려면 막강한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 이런 경제력이 쇠퇴한다면 앞으로 미국은 현재의 군사적 우위를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사력 중심인 미국의 쇠락 예상
마틴 자크는 ‘서구의 근대 독점은 끝났다’며 세계는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이 세계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고 서구 세력이 수백 년째 세계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세상에 대해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서구 혹은 미국 중심의 사회에 익숙해져 있기에 그 밖의 사회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서구 세계가 지금까지 강력한 기득권을 기반으로 다양한 혜택을 누렸고 약소국을 대상으로 서구 자신들의 가치와 제도를 전파해 왔다. 만약 약소국이 이에 저항하면 군사력 등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해 제압했다. 세계화를 예로 들면 세계화란 비서구 세계가 점점 서구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을 제외하고 20세기 후반 이전까지는 서구사회가 근대화를 독점해 왔고 서구 국가만이 근대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들이 경제 성장을 달성할수록 자신들의 고유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면 서구 사회를 모방하려는 경향도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미국이 독주체제를 구축하면서 국제 무역 회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후의 승자는 동아시아 국가들이었으며, 그 중에서 중국이 가장 많은 수혜를 입었다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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