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중국과 서구, 세계에 대한 접근방식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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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중국과 서구, 세계에 대한 접근방식 달라
  • 정거배 기자
  • 승인 2015.06.0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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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식민지 확보 통한 이윤추구에 집중

▲ 지난 2010년 개봉된 영화 <공자>의 홍보포스터. 중국과 서구는 역사적으로 세계를 보는 관점이 달랐다. 마틴 자크는 중국은 그동안 역사적으로 유럽 세계가 추구했던 식민지 확보를 통한 이윤추구와 산업화와는 달리 세계 질서 유지에 우선순위를 뒀다고 분석했다. 그 근거가 바로 공자의 가르침을 중시해 중국인들은 과다한 소득이나 무절제한 사치 생활에 반감을 가졌다고 말한다.
▲ 정 거 배 <인터넷전남뉴스 기자, www.ohmyjnews.com>
지난 2009년 출판된 마틴 자크(Martin Jacques)의 저서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When China Rules the World> 내용을 한 차례 더 소개한다. 이 책이 주목을 받아 온 이유는 서구의 학자가 ‘서구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에 대해 폭넓은 통찰과 치밀한 분석을 근거로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에서 ‘미국이 지배하는 IMF(국제통화기금)와 세계은행이 개혁의 대상의 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대로 최근 중국이 주도해 창설 중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AIIB는 미국이 지배하고 있는 IMF에 대항한 새로운 경제블럭으로, G7 국가 중 미국과 캐나다, 일본만 제외하고 세계 57개국이 가입해 출범을 앞두고 있다. 결국 마틴 자크의 말한대로 IMF는 AIIB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개혁을 해야 하고 개발도상국들의 발언권도 이전보다 높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슈퍼 차이나, 전 세계에 광범위한 영향
마틴 자크는 이 책에서 ‘서구 국가들은 중국이 부상해도 세계는 그다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첫째, 중국의 부상이 주로 경제적인 측면에 한정될 것이며 둘째, 중국은 적당한 때가 되면 전형적인 서구국가가 될 것이며, 셋째, 국제 사회는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 세 가지 가정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는 중국의 부상으로 세계는 거대한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상징적인 사례로 소비재 제품 가격하락과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구 국가들은 오랫동안 세계 주도권을 장악해 왔기 때문에 대체로 자신들만의 가정 속에 갇혀 있기에 다른 기준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2천년 동안 지금의 국경선을 존속해 온 중국은 인구가 많은 인도나 인도네시아, 미국사람들과 민족관 자체가 다르다고 말한다. 중국은 장구한 역사 가운데 강력한 화합과 단일성, 공동의 정체성을 갖고 있기에 수천 년 동안 다양한 민족이 흡수되고 동화돼 왔다는 것이다.

마틴 자크는 지난 1989년 천안문 사건 이후 서구 세계는 중국이 구소련과 비슷한 방식으로 붕괴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이런 전망은 기본적으로 중국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역사적 단일성, 강력한 힘의 원천
중국은 2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거의 비슷한 규모로 영토를 유지해 왔고 로마 제국이 작은 도시국가들로 분열되고 있을 때도 중국은 단일성을 유지하는 정반대 반향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그 결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하나의 국가를 이루었는데, 이 사실은 중국이 가진 강력한 힘의 원천이었고 외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의 영향력이 앞으로 주로 경제부문에만 한정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라며, 오히려 중국은 정치적, 문화적으로 광범위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중국이 발휘할 영향력은 지난 세기 미국이 세계에 끼친 영향력을 뛰어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아편전쟁 전인 1800년 당시 중국과 서유럽 주요 지역의 생활 수준에는 별 차이가 없었는데, 생활 수준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인 평균 수명과 영양 상태도 서유럽과 비슷했다는 것이다. 19세기 말까지도 유럽은 아주 부유한 지역을 제외하고 평균 수명에서 중국을 앞섰다고 보기 어려웠는데, 스위스 경제학자 폴 베어록(Paul Bairoch)은 1800년 1인당 소득을 놓고 봤을 때 중국이 서유럽에 앞섰다고 추정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유럽은 노예거래와 식민지 확보를 통해 획기적인 경제발전을 이루어 냈다고 주장한다.

명나라 때 정화의 아프리카 원정
15세기 초 명나라 제독이었던 정화(鄭和)는 동남아시아와 인도, 아라비아를 거쳐 아프리카 동부까지 무려 7차례나 원정했다. 정화는 당시 길이 120m가 넘은 선박을 포함해 62척에 달하는 선단에 2만7천800명의 대원을 이끌고 해상원정을 통해 문명국가 중국을 아프리카까지 알렸다는 것이다. 그 후 80년 뒤 콜럼부스는 고작 250톤에 달하는 선박 3척에 80여명을 이끌고 북미대륙을 발견했던 것과 비교해 봐도 중국은 경제적으로 강대국이었다는 것이다. 단지 중국은 유럽과는 달리 식민지 개척을 군사적, 정치적으로 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을 뿐 아니라 유럽에 해 왔던 이윤 추구와 산업화라는 사안보다는 세계 질서 유지에 우선순위를 뒀다고 분석했다. 그 근거가 바로 공자의 가르침을 중시해 과다한 소득이나 무절제한 사치 생활에 반감을 가졌다고 말한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정화가 아프리카를 원정했을 때 서구 국가들과는 달리 영토를 차지하거나 노예를 확보하지 않았다는 것이며, 마오쩌둥 시대에 중국은 아프리카 독립 운동의 든든한 지원자가 됐었다. 그 후 2006년 4월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나이지리아 의회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이 독립과 주권을 유지하고 자국의 상황에 걸맞는 개발의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중국이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중국과 서구국가들은 아프리카에 대한 접근방식이 달랐다는 것이다.

홍콩 특별행정구, ‘한 국가 두 체제’
마틴 자크는 이 책에서 국가 주권에 대한 개념 역시 중국과 서구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한다.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홍콩의 사례를 들며 당시 서구에서는 홍콩이 중국 본토와 비슷한 모습으로 변모시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홍콩은 중국에 반환된 이후에도 별로 변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접근 방식은 홍콩 특별 행정구 기본법에 명시된 것처럼 ‘한 국가, 두 체제’을 인정한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서구에서는 ‘하나의 국가. 하나의 체제’를 고집하지만 중국의 ‘한 국가, 두 체제’는 지역 간의 차이를 인정하는 중국의 전통에 속하는 것으로 천 년에 걸쳐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이는 주권에 대한 중국인의 태도는 과거 유교 전통에서 말하는 ‘차이를 인정하는 조화’와 관계가 있는데, 공자는 “군자는 서로 같지 않아도 화합하고 소인은 서로 같아도 화합하지 못한다(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라고 말했다. 따라서 중국인들의 사유방식은 역사적으로 전해 내려오면서 조화란 차이를 인정하고 이것을 품을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중국은 1949년 사회주의 체제인 신중국 탄생 이후에도 역사적으로 지속돼 온 유교사상과 공자의 가르침이 중국인들의 사고와 행동을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2천 년 동안 중국 사회의 기반이 돼 온 유교 사상은 국가에게 백성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기 보다는 유교적 도덕률을 준수할 것을 강조해 왔는데, 역대 왕조시대에 관료 집단은 유교적 도덕률과 윤리관을 배웠다.

위안화, 국제 결제 통화로
마틴 자크는 결론적으로 중국이 걸어 온 근대 역사는 서구의 근대와는 매우 다르며,  중국이 근본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국을 예로 들며 1차, 2차 대전에서 미국은 전쟁 때문에 가난과 채무에 시달리게 된 서유럽과는 달리 전쟁을 통해 수혜를 입으면서 강대국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행운을 맞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08년에 있었던 미국의 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 사망을 의미하는 것이자 지금까지 70여 년 동안 유지되어 온 서구식 자유 시장 모델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그동안 세계 결제화폐로서 지위를 누려온 달러화의 지배적인 입지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며 중국 위안화 위상 강화 추세가 속도를 더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는 최근 보고서에서 조만간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편입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향후 10년간 국제분산투자에서 위안화 자산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위안화의 국제화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여기에다가 중국 주도로 출범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예상대로 결제통화를 중국 위안화로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국제 결제수단인 달러화 위상이 크게 흔들 것은 분명해 보인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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