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명분 없는 미국의 딜레마
상태바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명분 없는 미국의 딜레마
  • 정거배 기자
  • 승인 2015.06.11 1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국 영토 주권 행위, 베트남·필리핀도 인공섬 확장 중
▲ 사진 설명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에 대해 그대로 보고 있자니 그동안 자신이 누려온 동남아시아 패권질서에 대한 도전이자 훼손이라고 보면서 불안 해 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해역에서 베트남과 필리핀도 인공섬을 확장하고 있는 마당에 유독 중국에 대해서만 강경대응을 할 수 있는 명분도 없어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인공섬 건설은 자국의 영토 안에서 행해지는 주권행위이기 때문이다.

▲ 정 거 배 (인터넷전남뉴스 기자, www.ohmyjnews.com)
만약 한국이 제주도 남단 마라도에 선착장과 비행장을 건설하는데 미국이 반대하는 등 압박하고 나서면 어떻게 될까? 최근 중국 관련 뉴스는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다. 중국이 남중국해 자국의 영토 내에서 인공섬을 건설하는 것을 두고 미국이 이를 문제삼는 것은 일종의 오버액션이다. 모든 것을 떠나 주권에 대한 침해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입장은 "중국의 남중국해의 주권도서 위에서의 활동은 외부의 간섭에 의해 중단되지 않으며 "중국 영토에서의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건설조치는 스스로의 수요와 모든 남중국해의 필요에 따라 우리 스스로 계획하고 추진하는 것"이라는 거듭 밝히고 있다.

필자는 <중국을 제대로 알자> 연재를 통해 중국의 부상을 단순하게 경제강국이 됐다는 차원을 넘어 지난 200년 동안 세계질서를 주도하고 독점해 왔었던 서구의 쇠퇴, 곧 ‘슈퍼 차이나 중국’을 세계사적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   

그동안 서구는 자신들의 가치관으로 세계질서를 좌지우지 해 왔고 세계 모든 나라로 하여금 서구의 모든 것이 세계 표준이 되도록 해 왔다. 예를 들면 세계 표준시각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로 정해 놨고, 세계 공용어는 영어, 세계 공통화폐라고 부르는 기축통화는 달러를 사용하도록 세계질서를 만들어 놨다. 또 서구가 먼저 하면 그 밖의 세계는 그것을 따라하고 배우는 등 서구의 가치관이 세계적인 것이며 반대로 동양의 전통적인 가치관은 촌스럽고 어쩐지 부자연스럽게 사유하도록 만들어 놨다.

서구화는 곧 세계화
한국으로 예를 들자면 고은이나 조정래 등 한국인이 아무리 감동적이고 의미있는 소설과 시를 써도 노벨문학상을 받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그 내용들이 서구가 만들어 놓은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번역돼야 하고 그것이 서구의 입맛에 맞아야 심사과정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중국의 부상은 지난 200년 동안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에 이어 영국과 프랑스, 독일 그리고 1945년 이후 미국이 독점해 온 세계질서가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단순히 경제적인 영향 뿐 아니라 앞으로 정치, 문화적인 면에서도 엄청난 파급력과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은 지난 76년 9월 마오쩌둥의 사망을 계기로 중국 혁명 1세대가 퇴장하고 1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1978년 덩샤오핑이 이끄는 지도부가 개혁개방을 추진하자, 세계는 그다지 중국을 주목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서구를 비롯한 세계는 ‘죽의 장막’으로 규정했던 중국 대륙이 이제 눈을 떠서 서구가 만들어 놓은 세계질서 안으로 들어 올 것으로만 예상했던 것이다.

더구나 1980년대 말 동구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1991년 12월에는 사회주의 종주국인 소련 공산당이 스스로 권력을 내놓음으로써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됐다. 그러자 세계의 관심은 중국 대륙으로 쏠렸다. 이제 중국 차례라는 것이었고 서구에서는 구체적으로 ‘중국이 9개 국가로 해체될 것’이라며 중국의 몰락을 예상했다. 그러나 이런 서구의 예상은 모두 빗나가고 오히려 개혁개방 30년 만에 두 자리 수 경제성장률을 이어가며 일본을 제치고 G2국가로 올라섰다. 결국 서구 등 세계의 예측과 희망사항이기도 했던 중국의 해체는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서구가 만든 황화론의 실체
이제 세계가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고 중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는 등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질서 재편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오랫동안 황화론(黃禍論)이 널리 퍼져 있었다. 즉 황색인종이 부강해지면 서구의 백인 사회를 위협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14세기 몽골제국의 대원정 이후 이런 황색인종에 대한 공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를 화마에 휩싸이게 했던 1차, 2차 대전은 일본을 제외하고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식민지 영토 확보를 위한 전쟁이었다. 세계 제1차 대전은 아프리카를 두고 벌어진 제국주의간의 무력충돌이었고 2차 대전은 그 범위가 아시아쪽으로 넓어졌을 뿐이다.

또한 그동안 서구가 세계질서를 주도하게 된 이유는 동양 등 다른 세계가 문명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뒤떨어졌다기보다는 서구가  다른 지역에 대한 영토점령이라는 식민지배를 통해 원료공급지와 판매시장으로 만들어 놨기 때문이었다. 서구는 다른 대륙을 화평과 동등한 위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약탈과 지배의 대상으로 여겼고 그렇게 해 왔다는 것이다.

군사력을 앞세운 미국의 한계 직면
콜럼부스가 1492년 북미대륙을 발견한 이후 영국인들은 북아메리카에 들어가 원주민인 인디언(이런 명칭도 서구가 붙인 것이다)들을 대상으로 무력을 동원해 이른바 ‘인종청소’를 함으로써 미국과 캐나다라는 국가를 세웠다. 영국인들은 또 호주대륙과 뉴질랜드에 상륙해 북미대륙에서 벌어진 똑같은 방식으로 인종청소를 통해 지금 보듯이 백인들이 주도하는 국가를 만들어 놨다.

1945년 2차 대전이 종료된 이후 영국의 뒤를 이은 미국이 세계질서를 주도해 왔다. 시대가 바꿔져서 영토를 직접 점령하기 어렵게 된 미국은 군사력을 앞세워 반미정권을 붕괴시키거나 아니면 경제력을 통해 지배하는 ‘신식민지론’ 방식으로 세계질서를 주도해 왔다. 미국은 특히 1991년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이 해체되자 양극체제가 아닌 단극체제의 지배자가 됐다. 사회주의 국가의 붕괴로 동서냉전체제가 허물어지자 전 세계를 향해 새로운 이데올로기인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카드를 제시했다. 2001년 911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부시대통령은 미국을 선, 다른 세계를 악으로 구분하며 미국편에 서지 않으면 안된다며 세계를 향해 겁박했다.

이라크 전쟁, 수렁에 빠지다  
미국은 세계에서 군사비 지출을 가장 많이 하면서 무력으로 세계를 지배해 왔다. 911사건으로 미국은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하게 되는데, 그 이전인 1979년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하자 미국은 소련군에 대항하는 아프간 반군에 무기 등을 지원한다. 결국 텔레반을 키워놓은 당사자는 미국이었지만 911사건을 명분으로 아프간 텔레반을 공격했다.

1980년 이라크와 이란은 8년 가까운 전쟁을 했는데, 이때 미국은 후세인의 이라크에 무기를 공급하는 등 군사지원을 했다. 이라크를 지원했던 미국은 또 911사건을 핑계로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하게 되는데, 이유는 이라크가 대량살상 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산유국인 이라크가 석유를 수출하면서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 대신 중국의 위안화로 결제를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처음 3조 달러가 들어간 이라크 침공은 결국 수렁이 됐고 2008년 미국 금융위기로 이어진다.

인공섬 건설은 해양법상 합법
무력을 앞세운 미국의 세계질서 주도 방식은 한계에 직면 한 것이다. 지금 벌어진 남중국해에 중국이 인공섬을 건설하는 것을 두고 미국이 나서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남중국해는 한 마디로 미국과는 무관한 지역이다. 미국과 인접한 지역이 아니기에 미국은 이해당사자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인공섬을 확대하고 군사시설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수 십년 간 유지돼 온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질서에 도전하는 행위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내용처럼 중국의 인공섬 건설은 해양법을 위반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미국은 상업적이거나 군사 활동에 제약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유엔의 해양법 조약에도 비준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남중국해를 차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도 각자가 점유하고 있는 섬을 인공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인공섬 건설에 대응할 명분이 없다고 봐야 정확하다. 

남중국해 이해당사자 아닌 미국
이와 관련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5월 29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말하는 현상이 1970년대 이후 필리핀이 '난사군도'(남중국해)를 점령하고 대규모 건설 활동을 한 것이라면 우리는 당연히 인정할 수가 없다"면서 "불법행위는 합법적 권리와 효력을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필리핀을 두둔하는 미국을 향해 "남중국해 분쟁의 비당사자로서 진정으로 책임 있는 태도로 언행에 신중을 기할 것"을 촉구하고 "이성적으로 냉정을 되찾아 그 어떤 도발이나 선동적인 주장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에 대해 그대로 보고 있자니 그동안 자신이 누려온 동남아시아 패권질서에 대한 도전이자 훼손이라고 보면서 불안 해 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해역에서 베트남과 필리핀도 인공섬을 확장하고 있는 마당에 유독 중국에 대해서만 강경대응을 할 수 있는 명분도 없어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인공섬 건설은 자국의 영토 안에서 행해지는 주권행위이기 때문이다.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