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회 사랑의 편지쓰기 수상작. 중앙여중 최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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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회 사랑의 편지쓰기 수상작. 중앙여중 최예림.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5.07.0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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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여중 최예림
그리운 김희숙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선생님. 선생님의 마지막 제자 최예림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그 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어렸던 제 눈에도 연약해 보이시던 선생님이라 선생님의 건강이 조금은 염려스럽습니다.   저는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고입 문제로 조금 골머리를 앓고 있긴 하다만 제 또래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어깨를 주무르던 10살배기 꼬마 애는 벌써 고등학교 입학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쉬는 시간이면 선생님 곁으로 달려가 선생님의 어깨를 주무르던 그 때를 기억하시겠죠? 사실 당시 전 무척 소심한 아이였고, 친구가 적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선생님과 소수의 친구들이 있어서 학교 가는 게 항상 즐거웠습니다. 선생님의 어깨를 주무르다 팔이 저려올 때면 선생님은 귀신같이 아시고 그만하라며 제 손을 쥐셨는데, 전 그 순간의 따뜻함을 좋아했습니다. 어머니의 포근함과 아버지의 든든함을 동시에 안는 기분이었거든요. 이래서 스승의 은혜는 어버이 라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영어 선생님께 혼이 났을 때도 생각납니다. 심하게 혼난 것도 아니었지만 선생님께 혼 한 번 나 본 적 없었던 제겐 충격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제 잘못도 아닌 터라 억울함에 엉엉 울음을 터트렸던 것 같습니다. 그 때 선생님이 절 안아주셨지요. ‘우리 예림이가 그럴 애가 아닌데 영어 선생님이 오해 하셨나보다.’하셨던 그 위로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습니다. 선생님이 ‘온전한 내 편’이란 게 실감나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러워 눈물만 나는 와중에 선생님의 위로가 얼마나 감사했던 지요. 지금까지 선생님을 떠올릴 때면 그 순간이 뒤따라옵니다.   그 날 이후로 제가 얼마나 선생님을 따랐는지 기억 하시나요? 소풍 때 찍은 사진 속에는 선생님께 착 달라붙어 있는 제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선생님은 모르시겠지만, 전 학년의 마지막 날, 그러니까 선생님의 정년 날에 집에 돌아와 펑펑 울었답니다. 어린 맘에도 헤어짐이 많이 아쉬웠던 모양입니다. 선생님께서 작별 선물로 주셨던 열쇠고리는 아직도 제 서랍 속에 고이 간직되고 있답니다. 제가 이 열쇠고리를 제 손으로 버리지 않은 한 전 언젠가 선생님께 찾아갈 테지요. 제가 애지중지해왔던 이 열쇠고리를 버릴 리 없으니, 반드시 찾아 갈 것입니다. 그럼 또 어깨를 주물러 드리겠습니다.

선생님, 얼마 전 제 진로를 결정했습니다. 선생님과 같은 선생님이 되는 것입니다. 올해부터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도 시작했는데, 그 아이들을 대할 때마다 선생님을 닮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공평하게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선생님이 섰던 교단에 서는 게 제 꿈입니다. 그 날이 오면 언제나처럼 절 껴안아 주시겠지요. 그리운 선생님, 너무 늦지 않게 찾아뵙겠습니다. 항상 보고 싶고,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매일이 행복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2015년 5월 25일
      사랑하는 제자 예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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