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산행의 부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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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산행의 부족함!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5.08.1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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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 용 철 대표이사
신새벽 박빙의 빛이 붉게 살아 움직일 때 구름은 더욱 요동친다. 구름에 산세를 숨겨놓은 것이 마치 모시적삼 치맛자락에 숨겨놓은 여인의 아름다운 각선미 같다.

전적으로 발의 감각과 바람의 촉감, 몸부림치는 나뭇잎의 소리에 의지에 걷는 야간 산행은 보는 것에 익숙한 우리 생활을 반추하도록 한다. 눈을 감고 자연의 맑고 깊은 소리를 듣고 촉감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그 길은 밝은 날 걷는 길과 사뭇 다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처럼 물질주의가 주는 편리함 뒤에는 많은 부작용이 숨어 있다. 지식의 폭은 넓어졌지만 상식적 판단은 부족하고, 음식은 넘쳐나지만 질병은 늘어나고, 수명은 길어졌지만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고민은 줄고 있다. 전문가들은 넘치지만 문제는 해결되기보다 더 복잡해지고 있다. 사회 저변에 비인간화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짓누른다. 조직 속의 개인은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을 포장해 보지만 그럴수록 삶은 삭막해지고 외딴 섬처럼 되어간다.

함께 산행을 하다보면 뒤처진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앞서려하고 먼저 가려는 것에 익숙한 세태속에서 빨리 정상을 밟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완벽하고 제일지상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일지라도 부족함이 있기 마련이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뿐 아니라 결점을 가지고 있다. 성격적으로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결점이 드러나는 것을 겁낸다. 하지만 결점이 없다는 것은 인간적으로 매력이 없다는 의미와 통한다. 인간의 위대함은 불완전함에 있다는 역설이 있지 않은가. 부족한 점이 자신을 힘들게 할지라도 그것이 계기가 되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려는 고뇌가 사람을 인간답게 만든다.

야간산행을 포함 12시간 이상의 산행은 고통을 동반한다. 산행 후 성취감에 어깨서 으쓱 올라가는 우쭐함에 달콤한 짧은 휴식을 즐긴다. 뒤처진 산행의 허점과 우쭐한 허세가 나의 귀전을 때린다.

사람에게는 허세와 허점이 있다. 허세는 능력도 없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는 것이고 허점은 평상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부족한 점을 가리킨다. 허세는 자신이 모자란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허점은 자신의 부족함을 느낄 수 있다. 허점을 마냥 부끄럽게 여기지 말고 잘 이해하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질투를 받고 공격의 대상이 되기 쉽지만, 어느 정도 허점을 드러내면 사람들이 부담감을 느끼지 않아 편안하게 다가온다.

‘지적질’이 업인 나는 남을 서슴없이 비판한다. 마치 그것이 자기에만 주어진 책무란 허울을 쓰고 말이다. 산행은 비판의 허울을 벗겨준다. 숨이 차오는 산행에서 오직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내 몸 하나 걸터앉아 쉴 수 있는 평평한 작 돌뿐이다. 그리고 목을 축일 수 있는 한모금의 물이면 족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비판받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상대방을 비판할 때는 그의 가슴에 비수가 꽂히지 않도록 몇 가지를 염두에 두면서 대해야 한다. 먼저 상대방의 저항을 낮추기 위하여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함께 나열하며 말한다. 다음으로 비판할 때는 감정이 흥분되어 있거나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주관적인 느낌이나 막연한 심정을 쏟아 붓는 것은 피해야 한다. 객관적인 사실에 초점을 맞춰야 상대방도 인정하게 된다. 비판을 마무리할 때는 상대방의 장점을 언급하며 친근감을 표현한다. 그래야 그가 진정성을 가지고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볼 확률이 높아진다.

뜨뜨미적지근한 물 한모금에 지난 온 길을 뒤돌아보고 지금 내 가슴에 빈곳에 무엇을 채울 것인지 고민해본다. 멀리 구름에 쌓여있는 봉우리는 보고 내리막길을 걷는다. 지나온 모든 것은 창공을 날아오르는 새의 흔적 같이 흩어져 사라져 버린다. 시간의 회한이만이 남는다.

산행에서 잘못이나 실수를 강박적으로 무서워하면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잘못을 겸손하게 인정할수록 자존감은 건강해진다. 사람들은 "저 사람은 자기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걸 보니 인간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네" 라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실수에 대한 인정과 개선은 인간적 매력을 갖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속 인간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그래서 필요하다. 상대가 내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려면 부족함이라는 통로를 닫지 말고 적당히 열어 두어야겠다. 산은 꼭 가르친다. 넘침보다는 부족함을 자만보다는 겸손을 오만보다는 배려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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