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적벽대전, 미인계에 ‘골든타임’을 놓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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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적벽대전, 미인계에 ‘골든타임’을 놓치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5.08.2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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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살인, 상대의 칼로 상대방 충신을 제거하다

▲ 2008년 개봉한 오우삼(?宇森)감독의 영화 <적벽>에서는 반간계와 차도살인 장면이 흥미진진하게 부각됐다. 또 주유의 부인 샤오차오(小?)역을 맡았던 대만출신 배우 린즈링(林志玲)은 <적벽>을 통해 스타덤에 오르게 됐다. 영화에서 청순한 이미지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녀는 캐나다에 유학을 다녀온 미술학도 출신이었다. 1998년 여름방학 때 대만으로 잠시 귀국해 아르바이트 모델을 하던 중 배우 장국영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 정 거 배 <인터넷전남뉴스 기자·중국언어와 문화학 전공>
중국을 제대로 알자<28>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설 <삼국지>와 정통역사서 <삼국지>는 다르다. 역사서 <삼국지>는 조조의 위나라, 유비의 촉, 동오(東吳)의 삼국시대를 거쳐 진(晉)나라 시대에 관료이기도 했던 진수(陳壽, 233년~297년)가 기록했다. 총 65권으로 돼 있으며 후한시대 말기부터 서진시대까지 기록했는데, 유비의 촉나라 중심으로 된 소설 <삼국지>와는 달리 삼국을 통일한 위나라 중심으로 기술돼 있다. 물론 여기서 오나라는 춘추시대 멸망한 오나라가 아니다. 그래서 동오라고 불렀다. 소설 <삼국지>는 원제가 <삼국지통속연의>이며 위,촉,오의 시대가 서기 3세기(184년~280년)였는데, 1천100년이 지난 뒤 원나라 말, 명나라 초에 나관중(羅貫中,1330년~1400년)이가 편역한 고전소설이다. 따라서 우리가 접해 온 소설 <삼국지>는 나관중이 창작한 것이 아니라 실제 역사적 사건이 있은 뒤 전해 내려오는 삼국의 쟁패 과정에서 있었던 야사까지 합쳐졌다. 물론 나관중은 진(晉)나라 때 진수가 집필한 정통 역사서 <삼국지> 등에 수록된 내용을 근거로 해 소설의 줄거리를 만들었다.

이 소설 <삼국지>는 또 청나라 때 모종강이라는 사람이 수정 보완해 비로소 우리 손에 들어오게 됐다.

계략의 종합백화점 ‘적벽대전’

적벽대전이란 한나라 시대가 끝나고 서기 208년 11월 위나라의 조조군과 유비·손권연합군이 장강 적벽(오림烏林)에서 치렀던 유명한 전투를 말한다. 이 전투에서 승리한 유비와 손권 연합군은 위나라 조조의 남진을 저지함으로써, 당초 제갈량이 구상한 위, 촉, 오의 천하 삼분할이 이뤄진다. 적벽대전에 대해 소설 <삼국지>에서는 잘 알려진 화공전법 등 많은 고사 성어를 만들어내며 크게 다루고 있지만 역사서 <삼국지>에서는 많은 분량이 할애해 기록돼 있지는 않다.

그럼 소설 <삼국지>에서 유명한 사자 성어를 만들어 낸 ‘적의 간첩을 역이용했던’ 반간계(反間計) 전략과 ‘다른 사람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라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이 적용됐던 사례를 소개한다. 지난 2008년 개봉한 오우삼(?宇森)감독의 영화 <적벽>에서도 이같은 반간계와 차도살인 장면이 흥미진진하게 부각됐다. 오우삼 감독은 1986년 <영웅본색>으로 제6회 홍콩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유비·손권 연합군은 조조군의 비해 훨씬 열세였다. 소설 <삼국지>에서는 조조군대가 100만명이고 유·손 연합군이 5만 명이라고 했다. 그런데 실제 조조군이 20만 명, 연합군이 소설내용보다 훨씬 적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적벽 전투는 동오(東吳) 손권이 주도했으며, 손권측의 지략가 주유가 실제 전략을 짜내 승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조보다 열세인 상황에서 거짓 정보 등으로 상대진영을 혼란에 빠지게 한 전술이 바로 반간계였다. 조조는 적벽까지 내려오기 직전에 오나라의 땅인 형주를 함락시키는 과정에서 오나라 장수 채모와 장윤이 조조군에 투항했다. 조조군은 육군 중심으로 편성돼 있고 그간 전투도 수전(水戰) 경험이 거의 없어서 장강을 사이에 두고 손권· 유비연합군과 상대하는데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수전에 능한 오나라의 장수 채모와 장윤을 확보하자 본격 대전에 앞서 이들로 하여금 수전 훈련을 담당하게 했다.

천재 주유의 지략에 넘어가다

주유의 입장에서는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에다 조조군이 수전능력까지 갖추게 되니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조조의 휘하에는 주유와 어릴 때 동문수학한 오나라 출신 막료 장간(蔣幹)이 있었는데, 그가 조조의 사신의 자격으로 주유진영으로 찾아왔다. 

그가 적진까지 동기동창을 만나러 온 목적은 주유로부터 항복을 받아낼 의도였다. 그는 주유에게로 떠나기 전 조조에게 “이 세치 혀에 의탁하여 강동(江東)에 가서 반드시 주유를 투항하도록 하겠다”고 큰소리 쳤다.
영화 <적벽>에서는 오나라 진영으로 온 장간은 주유와 만나서 어릴 때 함께 공부하던 얘기를 주고 받으며 노래도 부르며 밤 늦도록 술잔을 연거푸 비운다. 흥겨운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악사들의 연주 음악에 맞춰 주유가 검무를 추기 위해 칼을 빼어든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칼집에 넣어 두었던 문서가 바닥에 떨어지고 주유는 이를 못 본척하며 검무를 계속 춘다.

주유의 검무보다는 바닥에 떨어진 종이문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장간은 슬금슬금 기어가 그걸 챙기려고 하자, 눈치 챈 주유가 칼끝으로 저지하면서 주워서 자신의 옷소매에 넣어버린다.

두 사람이 술자리를 이어가는 도중 보고하기 위해 방에 들어온 주유의 부하를 옆방으로 데리고 가 밀담을 나누게 된다. 장간은 두 사람의 밀담내용을 엿듣게 되는데, 내용인즉 “채모와 장윤이 잘 해낼 것 같은데, 그들에게 중요한 임무를 전해야겠다.”며 주유는 앞서 검무를 추면서 장간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소매 속에 감췄던 밀서를 부하에게 보여준다.

주유는 다시 돌아와 장간과 술자리를 이어간 뒤 취한 채 잠이 든다. 이 기회를 고대했던 장간은 주유의 소매에서 밀서를 꺼내 보게 된다. 내용인즉 “비록 우리는 조조를 따르고 있으나 가짜로 투항한 것입니다. 조만간 조조의 머리를 베어 바치겠다”라고 돼 있는 채모와 장윤의 편지였다. 장간은 그 길로 오나라 진영을 빠져나와 조조진영으로 돌아와 보고하게 된다. 천성적으로 의심이 많았던 조조는 장간의 보고를 받고 투항한 두 장수를 더 의심하게 된다. 그는 채모와 장윤을 불러 “당신들이 지금 직접 동오를 공격하면 어떻겠는가?”라고 묻자 그들이 대답하기를 “아직 수전에 대비한 군사훈련이 미숙해 쉽게 공격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이 말을 들은 조조는 장간이 보고한 내용을 더 믿을 수 밖에 없게 되고 결국 거짓 투항한 혐의로 채모와 장윤을 참수하게 된다. 적의 칼로 적의 충신을 제거해 버리는 차도살인이란 사자성어의 사례이다. 지략가 주유의 탁월한 모략에 의해 수전에 능한 조조진영의 장수 두 명을 제거하게 된 것이다. 때마침 겨울이어서 서북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장강을 사이에 두고 북쪽은 조조군, 남쪽은 손권과 유비 연합군이 진을 치고 있었다.

미인계 ‘배우 린즈링’의 이색 이력

대회전이 임박한 가운데 미인계(美人計)도 등장한다. 영화 <적벽>에서 주유의 부인 샤오차오(小?, 린즈링 역)는 대격돌을 앞두고 갑자기 조조의 진영으로 찾아간다. 남편 주유에게 편지를 남기고 스스로 적진으로 간 그녀는 조조를 만난다. 조조는 전에 전부터 마음에 둬 왔던 미인 주유의 아내가 제발로 들어오자 머리속이 복잡해진다.

샤오차오는 조조에게 이미 이 전쟁은 이긴 것이니 중단할 것을 요구하자 조조는 남편 주유가 자기 앞에 항복해야 한다고 맞선다. 그러자 샤오차오가 남편 대신 조조 앞에서 무릎을 꿇고 칼로 자결하려는 찰나 조조는 “주유의 부인을 내가 어찌 죽게 그냥 두겠느냐”며 저지하는 등 마음이 더 약해진다.

샤오차오가 적진으로 간 목적은 당초 조조가 서북풍을 이용한 화공작전으로 손권·유비연합군을 선제공격하려 했던 계획을 지연시키는 것이었다. 미모에 반한 조조는 그녀가 끓여낸 차를 마시며 공격명령을 지체하게 되면서 결국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대만 출신의 배우 린즈링(林志玲)은 영화 <적벽>을 통해 스타덤에 오르게 됐는데, 1974년 생인 그녀는 1998년 배우 장국영의 뮤직비디오 <Everybody>에 출연하면서 대중 앞에 첫 모습을 보였었다. <적벽>에서 청순한 이미지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데뷔 10년 만에 대중의 스타가 된 것이다. 장국영 뮤비에 출연하게 된 동기도 특이하다. 당시 캐나다에 유학 중이었는데 그해 여름방학 때 대만으로 잠시 귀국해 아르바이트 모델을 하면서 촬영하게 됐다는 것.

당시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미술사와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2000년 졸업하고 대만으로 돌아와 자신의 전공을 살려 타이베이 국립고궁박물관에 취직하려고도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뒤 광고모델을 시작해 본격적인 연기생활을 하게 됐다. 송승헌과 연인관계인 류이페이를 비롯한 중국이나 대만에서 활동하는 대부분 연기자들 중에는 베이징 영화대학 등에서 연기를 전공한 사례가 많지만 린즈링은 특이하게도 전공이 지금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샤오차오가 미인계로 조조의 선제 공격명령을 지연시키고 있는 가운데 강 건너편 연합군 진영에서도 제갈량이 풍향을 바뀌기를 소원하며 적벽산에 올라 제를 올리고 있다. 드디어 서북풍이 멈추고 동남풍이 불게 되고 이 기회를 이용해 남쪽의 손권·유비 연합군은 배에 불을 붙여 건너편 북쪽의 조조측 함대를 향해 진격하는 화공작전이 시작된다.

더구나 조조군대는 수전에 능하지 못한데다가 승선 경험이 많지 않아 병사들의 멀미를 막기 위해 함선끼리 고정해 놓았기 때문에 상대방의 화공작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대패하게 된다.

또 영화 <적벽>에서는 또 주유가 조조군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 유비와 동맹이 깨진 것처럼 소문을 내고 연막을 치지만 전투가 벌어질 때는 유비군이 육지쪽에서 조조진영을 협공하게 된다. 나중에 주유는 자신의 부하들도 속인 이 대목에서 “중요한 계책은 안으로도 속인다!”라고 말한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런 반간계 전술은 견고한 요새는 내부로부터 격파하는 것이 가장 쉽다는 전제에서 출발했으며 중국 전쟁사에서 자주 등장한다. 17세기 중엽 명나라가 만주에서 발흥한 후금(청나라)에게 망해 갈 때도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명나라의 명장 원숭환이 이같은 후금의 반간계에 의해 처형되면서 명은 망국의 길을 재촉하게 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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