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제대로 알자<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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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제대로 알자<38>
  • 정거배
  • 승인 2015.11.1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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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국에 ‘돈 보따리’ 풀어 황금시대를 열다
▲ 지난 10월 영국을 방문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엘리자베스 여왕과 건배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 시진핑 주석의 국빈방문으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영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킴으로써 유럽을 놓고 미국과 벌이는 주도권 경쟁에서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 냈다. 중국이 영국 원전건설에 11조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것을 두고 두 나라는 황금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인터넷전남뉴스 기자/중국언어와 문화학 전공>
원전건설에 11조 투자하기로, 유럽공략의 신호탄 분석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10월 영국을 국빈 방문한 결과를 두고 양 국은 ‘황금시대를 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영국이 그동안 미국의 전략적 동맹국이라는 위치 때문이다. 이번 시진핑이 영국을 방문한 최대 관심사는 중국이 영국 원전 건설에 11조원이라는 돈 보따리를 풀고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영국정부가 사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그동안 공들여 온 중국자본 유치를 성사시킨 사례로 평가된다.  중국입장에는 자체개발한 원전설비를 수출한다는 전부터 세웠던 계획을 성사시켰다. 더 나아가 미국의 최대 동맹국 영국을 10년 전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한층 격상된 관계로 발전시킴으로써, 프랑스, 독일 등 앞으로 유럽을 놓고 미국과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데 있어 더 유리한 고지를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 확보

19세 기 중엽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선두에 서서 중국을 반식민지 상태로 만들며 침략의 첨병 역할을 했던 영국이 이제는 상황이 역전돼 중국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실도 역사의 역설이라고 해야 할 듯싶다.
영국은 중국대륙 침략의 구실을 만들기 위해 일으킨 아편전쟁의 당사국이다. 또 1997년 150년 넘게 점령하고 있던 홍콩을 중국에 반환함으로써 중국대륙에서 가장 늦게 철수한 서구열강이다. 영국이 청나라 정부가 아편 단속을 하는 정당한 행정집행을 한 것을 구실로 일으킨 아편전쟁은 1차와 2차에 걸쳐 벌어졌고 청나라가 완패함으로써, 중국대륙이 반식민지 상태로 전락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또 서구 열강들은 중국대륙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편전쟁은 베트남 전쟁, 스페인 내전과 함께 인류 역사상 가장 추악한 전쟁으로 꼽힌다.

1839년에 발발한 제1차 아편 전쟁 발발 당시 대영국 중국의 최대수출품은 차(茶)였다. 반대로 영국의 대중국 수출품은 모직물과 인도산 면화였다. 영국은 무역수지 적자를 충당하는데 골몰해야했다. 특히 차 수입을 결제할 은(銀)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짜낸 것이 식민지로 지배하고 있던 인도에서 재배된 아편을 중국에 수출해 무역적자를 해소하려 했다. 아편 중독자 확산은 쇠퇴해 가는 청나라의 발걸음을 더 재촉했다. 청나라 조정에서는 아편을 압수해 소각하는 등 강력한 아편 단속 정책을 펴고 마약상들을 추방했다. 이를 계기로 영국은 1차 아편전쟁을 일으켜 1842년 청나라의 완패로 그 유명한 난징조약이 체결됐다. 청나라 입장에서는 굴욕적인 내용이었다.

아편전쟁의 치욕에서 ‘갑’으로 역전

난징조약으로 중국은 홍콩을 영국에 넘겨줬고 광저우(廣州), 샤먼(廈門), 푸저우(福州), 닝보(寧波), 상하이(上海) 등 다섯 개 항구를 개항해야만 했다. 14년 뒤인 1856년에 발발한 2차 아편 전쟁의 패배로 청나라는 완전히 열강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이때는 영국이 프랑스와 함께 청나라를 공격했다. 영국과 프랑스의 연합군은 광저우를 침략해 방화와 살인을 자행했다. 또 동쪽에서는 러시아군이 청나라 영토를 침략했다.  영·불연합군은 톈진(天津)을 점령해 불평등 조약인 톈진조약을 맺었다. 톈진조약으로 청나라는 영국과 프랑스에게 각각 은 200만 냥을 배상금으로 지급해야만 했고 개항 항구를 확대와 아편 무역을 합법화해야만 했다. 영국군과 프랑스군은 텐진조약 체결 후에도 청나라의 후속 조치가 미흡하다는 빌미로 수도 베이징으로 진격해 황제의 별궁인 원명원을 약탈하고 방화했다.

두 차례에 걸친 아편전쟁에서 완패한 중국인들은 큰 충격에 받았다. 세계의 중심이이라는 중화사상이 뿌리 채 흔들리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서양의 무기 등 과학기술을 배우자는 양무운동 등 자강운동이 일어났지만 기울어 가는 국운을 다시 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중국은 1949년 마오쩌둥이 이끄는 홍군이 미국과 영국의 지원을 받은 장제스 세력을 타이완으로 몰아낼 때까지 100년 동안 서구 제국주의 열강에 시달렸다.  중국은 이런 치욕의 역사를 반전시켜 이제는 ‘갑’의 위치에 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영국을 국빈 방문하고 있던 지난 10월 21일 영국 BBC 방송과 블룸버그 통신은 영국 남부 '힌클리 포인트' 원전 건설 프로젝트 주사업자인 프랑스 에너지업체 EDF는 중국 원전 국영기업인 중국광핵그룹(CGN)이 이 프로젝트에 60억파운드(약 10조8천억원)를 투자해 지분 33.5%를 확보하는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원전의 총사업비는 180억파운드(약 32조원)로 EDF와 CGN이 66.5% 대 33.5% 지분 비율을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또 중국광핵그룹이 영국 서퍽 카운티 시즈웰 원전 프로젝트에서 지분 20%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에식스주(州) 브래드웰 원전 프로젝트에는 66.5% 지분으로 프로젝트를 주도하기로 한 것. 이 원전은 중국이 자체 개발한 '화롱원' 원전을 설치할 계획이다.

중국, 자체개발한 원전 설치 계획

그런데 영국의 힌클리 포인트 원전은 그동안 경제성 논란, 환경단체들의 반대, EU의 보조금 조사 등에 가로막혀 건설이 수년간 미뤄져 왔으며,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자금조달 문제를 중국의 참여로 해결한 것이다.  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지난 10월 20일 보도를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영국 국빈방문은 중국과 서방세계의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시진핑 방문을 계기로 영국이 양국 관계를 '황금시대'로 정의한 것은 서방이 보여 온 이전의 대중국 태도와 다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환구시보는 "영국은 근대사에서 가장 먼저 중국의 국운을 결딴 낸 악명높은 서방제국이었고 20세기 말이 돼서야 중국 땅에서 철수한 식민지 통치 국가였다"며 "그러나 그 시기 역사는 전체적으로 비교적 깨끗하게 결산 돼 양국의 발전과 우호 협력의 발목을 잡는 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의 영국 국빈방문이 이처럼 의미와 비중있게 평가되는 이유가 있다. 우선 영국은 그동안 미국의 세계패권 전략추진에 가장 강력한 지원자이자 동맹국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라크 침공 등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을 추진하는데 가장 중요한 동업자였다.
그런데 영국이 2015년 3월, 미국의 반대를 거절하고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유럽에서 제일 먼저 가입신청서를 접수함으로써, 20개 유럽 국가의 AIIB 가입을 선도했다. 영국정부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분야에서 만큼은 중국과 새로운 관계설정을 적극 시도한 결과다. 

영국, 중국의 유럽공략 전략적 카드

중국은 이번 영국방문 성과를 발판으로 유럽공략의 지렛대로 삼을 것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준영교수는 “세계 경제 3댁 권역 중의 하나인 유럽연합(EU)에 대해 중국은 오래 전부터 주목해 왔다”며 “영국은 EU에서 매우 특수한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중국입장에서 영국은 유럽 공략을 위한 전략적 카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중국은 중국의 부상을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는, 유럽에서 미국의 전략 센터 역할을 해 왔던 영국이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중국의 굴기를 견제하려는 미국과 영국의 특수 관계를 고려할 때 영국은 중국에게 있어 너무도 매력적인 파트너다. 향후 EU 외교에 있어 프랑스, 독일 등과의 관계 설정에도 새로운 전략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을 계기로 더 많은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인 관광 비자 정책을 바꾸겠다고 예고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중국인 관광객이 현재 85파운드(약 14만8천원)로 6개월 관광비자를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같은 가격으로 2년의 비자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하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성명을 통해 "중국은 빠르게 성장하는 우리 관광 시장 중 하나"라며 "중국인 관광객이 영국을 더 쉽고 편하게 오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중국 관광객들이 영국을 방문해 매년 5억 파운드(약 8천700억 원)를 쓴다고 밝히며 비자 확대는 이러한 소비의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중국 관광객에게 90일 관광 비자만을 주고 있어 다른 유럽 국가로 여행을 가지 못하는 중국 관광객들이 영국으로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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