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예향오케스트라 오승석 지휘자 (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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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예향오케스트라 오승석 지휘자 (첼리스트)
  • 최지우
  • 승인 2016.05.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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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오마에!! 음악으로 아름다운 세상 만든다
 

주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시기, 이유 없는 분노와 반항으로 가족들에게 화풀이를 해 대며 혹독한 사춘기를 치르던 중3 최승지양은 지난해 우연한 기회에 첼로를 접하게 되고 난생처음 첼로 연주를 시작했다. 감정을 잘 다스리며 1년간의 연습 끝에 광주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승지에게 사춘기는 첼로의 선율과 함께 지나간 것이다.

예쁜 얼굴에 다정하고 상냥한 성격으로 학교에서 인기를 독차지하던 라헬이는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을 의미 있게 보내고 항상 하고 싶었던 악기 연주에 도전했다. 용기를 내서 오케스트라 문을 두드렸고, 꿈에 그리던 플릇연주를 시작했다. 중학교 입학을 하면서 공부가 힘들고 벅차지만 플릇연습 만큼은 열심히 하고 있다.

채민우군은 보행이 불편한 장애우다. 하지만 생각만큼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건강하고 씩씩하다. 플릇을 연주하며 지휘자의 꿈을 꾸고 있는 멋진 친구이기도 하다

다니는 학교도, 사는 곳도 다 다르지만 승지와 라헬, 민우는 매주 토요일이면 각자의 악기를 챙겨 집을 나선다. 미운오리였던 승지에게 첼리스트의 꿈을 주고, 라헬이의 소원을 이루게 했으며, 민우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 선물해준 전남예향 오케스트라 연습장을 향해서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매주 모여서 연습하며 실력을 쌓아왔다, 처음엔 끽끽 거리던 활소리가 아름다운 선율로 바뀌고, 듣는 이들을 괴롭히던 초보 연주가의 플릇 소리는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 2015년 7월 창단 연주회를 통해 전남 예향 오케스트라가 탄생했다.
1년 동안의 피나는 연습은 서로를 이해하고 다독이며 가족 같은 친밀감으로 단원들을 뭉치게 했다. 마침내 전남 예향은 이달 초 평화광장에서 열린 어린이날 기념 목포시민을 위한 가족음악에서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마추어들의 유쾌하고 기적 같은 성장기는 음악인들과 지역민들에게 놀라움과 뿌듯함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전남 예향오케스트라의 눈부신 성장에는 온 열정으로 단원들을 이끌어온 깡과 열정의 마에스트로 오승석의 집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에서 전문 연주자로 거듭나고 있는 전남 예향오케스트라는 지난해 7월 첫 창단 연주회를 가진 초보오케스트라다. 단원들은 악기를 처음 접해본 완전 초보부터 음악을 전공한 프로들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현재 80여명의 단원들이 등록되어 있으며, 연령대는 8살부터 63세까지 그야말로 음악 하나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위대한탄생인 셈이다.  전남 예향 오케스트라의 무한도전에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고 격려하는 이유다.

전남예향의 지휘를 맡고 있는 오승석 지휘자는 “전남 예향은 음악을 하고 싶어도 몰라서 못하거나 어려워서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그들을 위해 만들어 졌다. 연습을 통해 민간오케스트라도 얼마든지 즐기면서 활동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처음엔 학생들 각자의 실력 차를, 맞추기도 힘들었고, 기본적인 연주를 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간절한 바람 하나로 지금의 오케스트라가 됐다”고 설명했다.

▲ 2016년 어린이날 기념 목포 평화광장 가족음악회 초청 공연모습. 채민우군의 지휘로 새싹 단원들이 연주하고 있다.
전남 예향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가르쳐서 같이 연주회를 하는 곳이다. 작년 10여명의 선생님들이 교통비정도의 수고료 만으로도 열정을 다해 아이들을 지도하는 모습을 보고,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협력자로 들어왔다. 선생과, 학생, 협력자들이 서로 공유하며 발전 발전해 나가는 단체인 것이다. 음악 전공학생들이 참가하면서 아이들의 눈높이도 높아졌고 기대치도 달라졌다.

단원들의 열정 또한 가르치는 교사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승지는 매 주 광주에서 무거운 첼로를 들고 버스로 목포를 왕복하고, 진도에서는 6명의 친구들이 각자의 악기를 들고 버스로 매주 목포를 찾는다.
아이들의 연주 모습을 보고 감동한 엄마들이 단원으로 참가 타악기 연주를 하며 젊은 시절 꿈을 되찾고 있다.

오승석지휘자는“학생 단원들이 무대에 서면서 느끼는 희열감과 만족감은 말로 표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관객들 앞에서 음악으로 공감하고 소통하며 느끼는 자존감과 자부심은 평생의 값진 자산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아무리 피곤해도 연습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이유다. 변해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스스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것이다. 음악은 그런 것이다” 행복해 했다.

▲ 지난해 제주도 연수는 실력 향상을 물론이고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예향 오케스트라로 재탄생했다.
전남 예향 오케스트라는 짧은 연습기간이였지만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 연습도 하고 봉사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그동안 소망원이나 아동원등은 물론이고, 경로당과 섬마을아이들을 위한 특별 연주회도 실시하고 있다.  자은과 팔금 등 평소에 오케스트라를 접할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단원들과 함께 섬을 찾는다. 먹을 것과 기념품을 들고 시골초등학교에서 갖는 연주회는 단원들이나 섬마을 아이들 모두에게 평생 간직 하고 싶은 추억으로 남았다.

유달산 공원에서의 야외 연주회는 단원들에게 무대 위에서의 긴장감과 두려움을 없애주는 가장 좋은 치료제 역할을 했다. 1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전남 예향 오케스트라의 만족할 만한 성과는 오승석 지휘자를 비롯한 단원들, 학부모들에게 앞으로의 더 큰 성공을 향한 기대를 주고 있다.  오승석 지휘자는 평소 음악은 본인이 감동을 받아야 남들도 감동을 받는 것이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즐기면서 연주하고 지휘를 하고 있다.

무안이 고향인 그는 어렸을 때부터 목회를 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교회음악을 들으며 자랐다. 고등학교까지도 자신이 음악을 하며 살아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현재 예향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누나의 지속적인 권유가 있었다. 피아노를 전공한 누나가 첼로를 권했고 남들보다 늦은 나이인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시작했다. 광주시향 첼리스트로 활동하다 후배의 권유로 지휘를 하게 되었다. 수 백 명의 단원들도 통제를 하며 지휘를 할 수 있으니 나도 알지 못했던 나만의 달란트라고 생각한다.”며 “전남 예향이 인연이 되어 저소득층 아이들의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초록우산 오케스트라 지휘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오승석 지휘자는 전남 예향은 낮은 곳에서 봉사를 하며 자신들의 재능을 나누고, 초록우산 오케스트라는 높은 곳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나타내게 하고 싶다는 소망을 바탕으로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다. 전남 예향은 목포를 알리고 전남을 알리는 활동에 더 집중할 예정이다.

오승석 지휘자는 “음악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고 언제가지나 연주자겸 지휘자로 남고 싶다. 연주는 항상 나를 지탱해주는 구심점이다. 지난 연주회에서 잘하니까 좋다는 일반 관객의 평을 듣고 잘하면 좋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래서 열심히 할 것이다”고 평범하지만 어려운 진리를 실천하기 위한 각오도 잊지 않았다.

최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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