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주주의,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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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주주의, 어디로 가고 있는가?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6.06.2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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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민주주의거든 -다카하시 겐이치로

.이 책은 일본의 현직 대학교수이면서 소설가이자 문예평론가인 다카하시 겐이치로가 2011년 4월부터 4년 동안 『아사히신문』에 연재한 칼럼 「논단시평」 48편을 엮어 펴낸 책이다.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된 바 있는 소설 『사요나라, 갱들이여』,『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등을 쓴 현대 일본문학의 대표 작가이다.

저자는 한 편 한 편의 칼럼들에서 일본 사회가 당면한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통찰과 단상들을 비교적 압축적이고 직설적으로 펼치고 있다. 대부분은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는 일본 속에 내재된 모순과 문제들에 대한 성찰과 함께 일본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가장 큰 주제는 책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일본 민주주의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일본 안에 잠재되어 있는 많은 어두운 면들이 작용한 인재(人災)이며, 특히 일본 민주주의의 중대한 결함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면서도 민주주의란 “많은 다른 의견이나 감각이나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장소에서 함께 해나가기 위한 시스템”이므로 포기할 수도, 그 이상의 제도를 생각할 수 없는 만큼 일본 민주주의를 스스로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일본 민주주의의 제대로 된 작동과 실현을 위한 방안으로 의사결정에 있어서 ‘패스트(빠른) 민주주의’로부터 깊은 대화와 토론을 통한 ‘숙의(느린) 민주주의’로의 전환, ‘인텔리전스(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정부’, 권력을 맡긴 사람과 맡은 사람간의 약속 준수 및 통제, 정보공개와 투명성, 다수결 속 소수 목소리의 경청 및 존중 등을 제시한다. 이와 더불어 공동체 구성원의 책임의식, 적극적인 정치 참여와 거대한 힘에 맞서는 정치사회운동 등도 함께 주문한다. 획일성과 전체성을 배격하고 자율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기수답게 이 책에서도 “국가와 국민은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없다”고 역설한다.

이 책 곳곳에는 반전, 평화, 평등과 인권을 중시 여기는 저자의 생각들이 강하게 스며있다. 일본 속에 깊게 뿌리내린 외국인, 여성 등에 대한 다양한 차별의식과 경제적 격차와 연관된 빈곤의 연쇄,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블랙화되는 교육과 기업의 횡포 등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질타한다. 특히 남녀차별과 관련하여 ‘남(男)계 남자’만을 당위 계승자로 삼는 천황제를 바꿀 것을 제안한 대목은 인상적이다. 또한 전쟁에 대해서도 평화의 체험을 가진 사람들이 만드는 시대가 ‘전후시대’ 뒤에 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보이지 않는 전쟁’인 격차, 환경, 빈곤 등 복잡한 문제도 넓고 깊게 볼 것을 주문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함께 고령화로부터 오는 고독과 소외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공조와 연대 등 ‘공동성’ 구축도 강조한다.

그리고 몇 편의 칼럼에서는 전쟁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성찰하고 있는데, 국가와 사회가 결과적으로 약한 입장의 여성에게 성적 봉사를 강요했다면 그것은 ‘인도적 범죄’라고 규정하고, 화합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설파한다. 한일, 중일 관계에 대해서는 공조와 화해, 미래지향적인 길을 모색할 것을 주문하는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의 공통역사 교과서 집필 사례를 토대로 ‘한일공통역사교과서’, ‘중일공통역사교과서’ 등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에 신뢰성과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수많은 전문가와 지성인의 말과 글을 인용함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다소 ‘현란(眩亂)하다’는 느낌을 갖게 하기도 하고, 지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소설가답게 글의 말미에 진한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이 책은 일본을 점차 닮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우리의 민주주의는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고령화와 인구감소, 지방소멸 등 닥쳐오고 있는 재앙에 대비하여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숙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이 책의 국내 번역 출간은 시의적절하며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하태호 국회입법정책연구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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