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서대전(七書大全)만이 경(經)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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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서대전(七書大全)만이 경(經)은 아니다
  • 박석무
  • 승인 2016.06.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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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다산이야기
▲ 박석무 다산연구소이사장

요즘 보도를 보면 교육부의 강요에 못 이겨 대학마다 학과를 통폐합하고 학생 수를 조정하면서 대학의 구조조정에 소란을 피우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재정지원을 무기로 하여 밀어붙이는 상부의 압력에 못이겨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자율성을 상실하고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면 앞으로의 대학이 어떻게 될지 참으로 우려된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습니다. 인문학, 특히 어문계열의 학과는 통합하거나 폐지되는 경우가 많아 인문학이 고사되고 말리라는 걱정을 보도를 통해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을 때가 많습니다.

어떤 과목을 가르치고 어떤 학문을 권장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조선시대에도 어떤 책을 교재로 하여 가르칠 것인가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고, 가문이나 종족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4색 당파로 싸우기를 잘하던 때에 당파끼리 채택하여 가르치는 교재가 다른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대체로는 4서5경(四書五經)이 기본적인 교과서였으나, 다산 같은 분은 5경은 안 되고 악경(樂經)을 포함한 6경(六經)을 고집스럽게 교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논어·맹자·대학,중용, 즉 4서야 거의 공통적인 교재였으며 거기에 시(詩)·서(書)·역(易) 3경을 추가하여 칠서(七書)라고 이름하고, 칠서대전을 교재로 했던 것도 주자학자들에게는 대체로 일치하던 일이었습니다.

여기서 탁월한 경학자(經學者) 다산은 결단코 칠서로만 국한시키는 경서 교육에 반대하면서 ‘십삼경(十三經)’이라는 모든 경서를 제대로 교육시켜 제대로 배울 수 있어야만 훌륭한 유학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대체로 조선후기 실학자들은 모든 경서 즉 칠서만이 아닌 13경에 학문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을 폈지만, 다산은 유독 강하게 그런 주장을 펴던 학자였습니다.

“지금의 학자들은 칠서대전이 있는 줄만 알지 13경주소(注疏)가 있는 줄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춘추(春秋)』와 삼례[三禮:『의례(儀禮)』·『주례(主禮)』·『예기(禮記)』] 등의 천지에 빛나는 글도 칠서의 목록에 배열되지 않았다하여 그 글들을 폐기하여 강론하지 않으며, 도외시하여 들여놓지도 않고 있으니 참으로 우리 유학의 큰 걱정거리이며 세상의 교화에도 시급한 문제입니다” 「13경책(十三經策)」

「13경책」이라는 다산의 논문은 그가 29세이던 때에 정조대왕의 질문에 답한 내용의 글로 임금에게 올리는 대책의 하나였습니다. 그런 젊은 나이에 국왕에게 학문 대책으로 올린 글을 읽어보면 그가 13경이라는 동양 고경의 모든 분야에 얼마나 해박한 지식과 식견을 지니고 있었는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거론한 7서에서 대학과 중용을 빼고, 『춘추』의 3전과 삼례에 『효경』·『이아(爾雅)』를 합한 책이 13경인데 그런 책을 풀이하고 주석을 단 책을 『13경주소』라고 이름하였습니다. 주자학의 핵심논리가 담긴 7서대전만 공부하고 과거시험의 과목으로 정하여 학문의 범위가 축소해 있던 때에 다산의 「13경책」은 새로운 학문 풍토를 여는 청량제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인문학이다, 자연과학이다 떠들며 효용성 위주로 대학의 학과와 학문 분야를 통폐합하려는 사람들, 다산의 생각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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