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다산이야기
상태바
박석무의 다산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6.07.20 1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성을 두려워할 줄 몰라서야
▲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중국 최고(最古)의 정치철학이 담긴 『서경(書經)』이라는 책에, “두려워해야 할 사람 백성들이 아니고 누구랴! (可畏非民)”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한마디 경구는 오랜 동양의 전제군주정치 시절에도 항상 군주들을 일깨워주던 명언으로 여겨왔습니다. 『서경(書經)』은 또 말하고 있습니다. “백성들이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견고해야만 나라가 평안을 누린다 (民惟邦本 本固邦寧)” 이러한 내용들로 인하여 동양의 좋은 정치를 민본(民本) 정치라고 부르면서 임금이 주인(君主)이던 시대에서 백성들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정치 발전이 이룩될 수 있었다고 믿어집니다.

동양의 올바른 정치철학에 해박했던 다산 또한 그러한 의미의 정치철학에 바탕을 두고 자신이 처한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면서 민본적인 정치이념을 구현하려고 노력했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지극히 천하여 억울함을 호소할 데도 없는 사람들이 힘없는 백성들이다. 그러나 높고 무겁기가 백두산이나 한라산처럼 큰 사람들이 백성들이다. 고관대작이나 대통령이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백성들을 등에 이고 다투게 되면 굽히지 않을 사람이 거의 없다 [至賤無告者 小民也 隆重如山者 亦小民也 上司雖尊 戴民以爭 鮮不屈焉 :「文報」]”라고 말하여 백성들의 힘이 얼마나 무섭고 컸던가도 보여주었습니다.

또 다산은 말합니다. “벼슬하는 사람은 4가지에 두려워해야 한다. 첫째는 권력 당국, 둘째는 감독기관, 셋째는 하늘, 넷째는 백성이다.” 그러면서 많은 벼슬아치들이 멀리 있는 권력 당국이나 감독기관은 두려워하면서, 가장 가까이서 가장 정확하게 감시하고 있는 하늘이나 백성들은 두려워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다산은 하늘과 백성을 가장 두려운 존재로 여겼음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민심이 천심이라고 보면 하늘과 백성은 같은 존재이고, 형태도 말도 없는 하늘보다는 오히려 백성이 가장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셈입니다.

총선이 끝났습니다. 여당의 참패이자 현직 대통령의 참패임을 모든 언론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집권 3년이 넘도록 그처럼 국민을 무시하고, 국회를 경시하면서 안하무인, 독불장군식으로 통치를 해왔으니, 그런 결과가 나왔음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대통령 선거 기간에 철석같이 약속하고 다짐했던 국민을 이롭게 하겠다던 공약은 대부분 파기하고, 모든 잘못은 야당이고, 노동자들이고, 철없는 국민이라고 질타만 하면서, 가장 지고지선한 ‘여제(女帝)’로 군림해 왔으니 백성들이 등을 돌리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요.

그동안 침묵하거나, 정부와 여당만 잘한다고 나팔수 역할만 하던 주류 언론들조차 대통령 주변의 ‘예스맨’들을 갈아치우라는 사설이 나오기도 합니다. 인사가 그렇게 엉망이고, 소통이 그렇게 막히고, 군왕 시절의 간신 같던 고관대작들만 가득 차 있는 정부에 따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요. 언론의 경고처럼 더 큰 화란이 일어나기 전에 대오각성하여 전반적인 통치스타일을 통째로 바꾸기를 권해마지 않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