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극복하는 선택적 변화의 핵심 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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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극복하는 선택적 변화의 핵심 인자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6.08.2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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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

언제나 위기는 닥친다. 내적인 압력도 작용하고 외적인 압력도 작용한다. 진행 중인 위기도 한둘이 아니다. 개인적, 국가적, 세계적으로도 그렇다. 개인 차원의 위기를 평가할 때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위험, 선택의 여지가 없는 위험, 단번에 많은 사람을 죽이는 위험, 극적인 방법으로 사람을 죽여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위험,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위험을 과대평가한다. 반면에 통제할 수 있는 위험, 즉 자발적으로 선택하거나 받아들이는 위험, 한 번에 한 사람밖에 죽이지 못하는 위험, 신문 헤드라인에 어울리지 않는 위험은 과소평가한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위험은 후자다. 당연히 평생 반복해야 하는 행위에 내재된 위험을 더 조심해야 하며, 이에 대해 건설적 편집증(constructive paranoia)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개인의 경우에 위기를 잘 극복하는 인자가 따로 존재할까? 그렇다는 전제하에 저자는 8가지 위기 극복 인자를 제시한다. 그것은 유연한 성격, 자아 강도(ego strength), 성공 경험에서 나오는 자신감, 자유로운 분위기, 선택의 자유, 여유로움, 본보기 친구, 위안과 지원을 해줄 친구다.

위기에 봉착하면 변해야 산다. 그것도 선택적 변화(selective change)를 해야 한다. 저자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선택적 변화로 성공을 거둔 대표적 사례로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든다. 전통문화 위에 당시 최고 수준이었던 영국의 해군, 독일의 육군, 독일의 헌법, 프랑스의 형법 등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여 근대화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위기 극복 인자로는 변하지만 통째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결의, 핵심가치 고수, 강한 자아 강도, 적극적 학습 의지, 서구 선진국의 지원, 섬으로 고립된 지리적 조건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쇠락 조짐을 보이는 미국은 현재의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까? 과도한 우월의식과 실패를 경험한 적이 없는 역사 같은 요인 때문에 비관적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세계가 직면한 위기는 크게 국가 간 불평등 심화, 자원 공급 감소, 기후변화 세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이것을 관리하고 결정할 실질적인 조직이 없다. 하지만 국가의 영향(national impact)이 큰 국가들, 즉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만 합의해도 위기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국가의 영향은 ‘해당 국가의 국민 수×일인당 소비율 혹은 생산율’이다. 현재 중국은 국가의 영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아직 세계 1위 수준은 아니지만, 만약 1위로 올라선다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세계 인구와 일인당 평균 인간영향(human impact)도 위기를 부추기는 요인인데, 인간영향은 ‘한 사람이 소비하는 평균 자원량과 생산하는 평균 폐기물량’을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부유한 국가의 일인당 평균 자원 소모율은 가난한 국가의 일인당 자원 소모율보다 32배가 높다. 세계화된 환경에서 이들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면 테러가 빈발하고 불법이민이 늘어나며 열대질병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많은 선진국이 테러, 불법이민, 열대질병을 막는데 엄청난 비용을 지불한다. 개도국에 대한 대외원조에도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한다. 그러나 후진국의 국가실패는 의외의 원인 때문일지 모른다. 바로 높은 유아 사망률이다. 공중 보건 정책과 가족계획 프로그램으로 큰돈을 들이지 않고 열대국가의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물론 제1세계의 생활수준을 넉넉하게 누리는 한국과 극단적으로 낙후된 북한처럼 제도적 차이가 국부 차이를 낳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좋은 제도(good institution) 역시 중요하다. 좋은 제도의 특징은 부패가 없는 것, 안전한 재산권 보호, 법치, 계약의 안정성, 자본투자로 이익을 불릴 기회 보장, 살인의 빈도가 낮은 제도, 정부의 효율성, 인플레이션 관리, 자본과 상품의 원활한 흐름, 변동환율, 교육 투자 같은 것이다. 좋은 제도의 근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궁극적인 원인은 농업이다. 농업과 농업에서 비롯된 중앙정부의 역사가 긴 국가가, 농업과 중앙정부의 역사가 짧은 국가보다 경제 성장도 더 빠르고 일인당 평균소득도 높다. 그렇다면 농업의 발상지 중국은 결국 미국이나 유럽연합을 따라 잡을 수 있을까? 위의 좋은 제도의 특징에 비추어 볼 때, 민주 정부가 아니라는 점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개인과 국가 그리고 세계의 위기는 이제 한 몸통이다. 그 연관성이 궁금하다면, 짧은 시간에 학습할 수 있는 책이다. 조류학자 출신인 저자가 그린 색다른 조감도인 셈이다.

<이종훈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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