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들어가는 다도해 섬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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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들어가는 다도해 섬 들녘
  • 최지우
  • 승인 2016.08.3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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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도서 저수지 마르고 갈라지고…20년만에 최악 가뭄
▲ 신안 안좌도 농수로에 물이 말라있다.

도내 저수지 저수율 한 달 새 급감…71%→46%
완도 금일읍 전복양식장 초토화…보험 보상 난망
“올해 농사는 망했지. 비 구경해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나.”

전남 신안군 압해도 한 농가에서 탈곡기를 손질하던 김모(72)씨는 담장 넘어 고추밭을 바라보며 푸념을 내뱉었다. 1천500㎡ 남짓한 김씨의 밭에서 수확을 마친 붉은 고추는 20㎏들이 자루 네 포대가 고작이었다.

김씨는 "농사는 하늘이 지어준다고 하지만 올여름 더위와 가뭄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나락이라도 제대로 수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 집에서 40㎞ 남짓 떨어진 압해도 저수지에서는 한 뼘 깊이도 채 안되는 초록빛 물웅덩이에서 물고기 수천마리 사체가 썩어가고 있었다. 이번 여름 18만t가량의 물이 증발해버린 저수지 곳곳에는 화석처럼 말라버린 물고기 껍질만이 이곳이 물이 차있던 자리였음을 증명했다.

가뭄이 극심한 신안군 안좌면 21ha에 대해서는 간이양수장과 살수차를 동원에 직접 급수를 하고 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진도 고군면 5곳, 임회면 1곳 등 저수지 6곳이 바닥을 드러냈다. 저수율이 채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수지는 13곳이다. 진도군은 굴착기, 양수기, 화물차 등 장비를 동원해 들샘을 개발하고, 물을 끌어올리고, 용배수로를 정비하고 있다. 농민들은 하늘을 볼 때마다 들녘이 지금처럼 버텨낼 수 있는 한계는 보름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마을 저수지 물이 40%가량 남아있는 진도군 지산면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에 속하지만, 이곳 농민들 또한 메마른 대지에 물을 주기 위해 팥죽땀을 쏟아내고 있었다.

농민들은 저수지에서 농경지까지 양수기 호스가 한 번에 닿지 않아 중간중간 웅덩이를 만들어가며 물을 대고 퍼내기를 지난 18일부터 반복하고 있다.

▲ 신안 압해도 저수지에 물이 말라 있다

지산면 관마마을 김권민(60) 이장은 "논에 물 대는 작업을 일찍 시작한 덕분에 벼는 살릴 수 있었지만 콩, 대파처럼 밭작물은 대부분 말라죽었다"며 "1994년 이후로 이런 가뭄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전남 도내 저수지 저수율이 한 달 새 급격히 줄었다. 최근 한국농어촌공사 전남본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남지역 저수율은 46.2%에 그쳤다. 평년 저수율 72.6%와 비교하면 26.4%포인트가 빠졌다. 전국 평균 49.5%보다도 낮다.

도내 주요 저수지 저수율은 나주의 경우 38.8%, 담양 37.1%, 장성은 43.8%로 모두 평년대비 절반 수준이다. 도내 저수율은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급격히 낮아졌다. 한 달 전 도내 평균 저수율은 71%로 평년대비 94.8% 수준이었는데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저수율이 40%대로 떨어졌다.

평년대비 저수율이 50% 미만 저수지도 지난달 9곳에 불과했지만 이날 현재 127곳으로 급증했다. 도내 저수율이 낮아진 주요 원인은 강수량 부족이다. 도내 평균 강수량은 894㎜이다. 평년 강수량 1천53㎜의 85% 수준이다. 강수량은 상대적으로 그리 적지 않아 보이지만 유례없이 지속한 폭염이 저수율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농어촌공사는 보고 있다.

▲ 무안군 해제면 문곡저수지에 물고기떼가 산소부족으로 수문에 몰려 있는 모습

일부 지역에 내린 국지적 호우를 제외하고 지난달 4일부터 50일째 전혀 비가 오지 않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전달 강수량은 882㎜로 평년 814㎜보다 오히려 많았지만, 한 달간 가뭄이 이어지면서 이달 들어 평년대비 강수량은 크게 낮아졌다.

농어촌공사는 가뭄이 확대되지 않도록 지난 10일부터 가뭄대책상황실을 운영하며 가뭄관리에 나섰다. 저수율이 평년대비 50% 미만인 것으로 파악된 저수지에 우선 용수확보 대책을 수립하도록 했다.

또 하천이나 배수로에 임시물막이를 설치한 뒤 물을 끌어올려 저수지에 채우는 가물막이 2곳, 하상 굴착 3곳, 양수저류지를 24곳에서 운영 중이다.

육지는 무더위로 가뭄이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는 가운데 바다에 있는 양식장의 피해도 늘고 있다. 완도 금일읍에서는 모두 450가구가 전복을 양식한다. 어민들이 자체적으로 시행한 실지 조사 결과 전복 80∼90%가 폐사했다.

어민들은 전복이 이렇게 한꺼번에 죽어 나가는데 원인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완도군 집계로 금일읍 양식어가 450가구 중 양식수산물 재해보험에 가입한 어가는 87%인 390여가구다.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전복 집단폐사 원인이 적조와 태풍 등 풍수 피해가 아닌 다른 요인으로 규명되면 특약을 맺은 경우에만 보상이 이뤄진다.

최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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