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전 장관 ‘나의 인생 그리고 연극’ 와이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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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전 장관 ‘나의 인생 그리고 연극’ 와이드 인터뷰
  • 최지우
  • 승인 2016.09.1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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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연극은 제의적 추구 가치와 이상, 온몸 표현하는 예술행위다”
 

탤런트, 연극배우, 연출가, 극단대표, 대학교수, 서울문유인화재단 이사장, 대통령실문화특별보좌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예술의전당 이사장 등 그의 인생 이력은 화려하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사람들의 관심과 선망의 대상이 되었으며, 그로인한 가슴 아픈 질타도 감내해야 했다. 격정 속 잠시의 외도를 끝내고 다시 무대로 돌아온 유인촌 전 장관이 예향목포를 찾는다. 오는 23~24일 구조선내화 폐공장 특설무대에서 공연되는 ‘홀스또메르’의 주연, 연출 총감독을 맡았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초로의 대배우를 지난 4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연습실에서 만났다. 시간에 투자한 땀과 열정이 선물한 특유의 여유와 인자함을 겸비한 유인촌 장관과의 특별한 시간을 지면에 담는다.

- 최근 근황은?
십여 년의 공직 생활을 정리하고 중소도시를 돌며 계속 연극만 했다, 대중매체에 소개가 되지 않으니 다들 내가 뭐하고 있나 궁금해 하는 것 같다. 연극 연출 오페라, 광복 70주년 기념 작품 등을 했다 계속 무대를 지켰고 부안 울진, 삼척 정선 등 중소 도시를 찾았다. 여러 대중 매체에 갈 수 도 있지만 지금은 내키지 않다. 공직을 오랫동안 하고 나온 입장에서 상업적인 일에 뛰어 들고 싶지 않았다. 서울에서의 무대는 작년11월 패리클래스와 올해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 연극 ‘햄릿’을 공연했다. 지방에서의 공연을 고집했는데 어쩔 수 없는 선택 이였고 이후엔 지방공연을 계속 할 것이다.

- 지방에서의 공연을 고집하는 이유는?
서울문화재단대표와 장관을 하면서 실무를 통해 문화에 대한 지역적 불균형과 격차를 많이 느꼈다. 재임시절에도 지방에 대한 지원이 미흡했다고 생각했기에 나와서 행동으로 하고 있다. 효과가 있건 없건 나만이라도 해 보자 하는 취지다 재임시절 가능하면 지역에 있는 사람은 지역에서 활동 할 수 있도록 예산을 이관시켰었다.

각 도마다 서울에 있는 사람을 파견시키는 심의관제도를 만들었다. 지역 현장을 파악하라는 의미였다. 아쉽게도 지금은 다시 철수했다. 이제는 관도 판단을 해야 한다 순수예술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 보존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문화예술보존회라는 곳이 있다. 지역에서 할 수 없는 공연에 대해 지원을 하는 제도다. 중앙에서 반 지방에서 반 지원한다. 순수한 것, 잘 보기 힘든 것, 상업적인 것이여도 꼭 봐야 할 공연에 대한 지원을 하는 단체다. 목포에서도 지역민을 위한 순수예술 공연이 많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목포 공연을 앞둔 홀스또메르는?
꽤 오랫동안 공연을 한 작품이다. 톨스토이 단편 소설로 홀스또메르라는 작품을 러시아 희곡작가가 ‘어느 말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말의 눈으로 바라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러시아의 시대상을 반영한 농노들에 대한 비유다. 인간이 태어나서 죽음까지의 과정을 말의 일생과 사람의 일생을 비교해서 보여주는 연극이다. 늙은 말이 죽기 전 자신의 일생을 회상하면서 젊은 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동화나 우화 같은 이야기다 현실 비판적이고 감동적이다. 큰 주제는 소유와 무소유에 대한 이야기다. 말들이 끊임없이 얘기 하는 것은 어떻게 늙을 것인가 하는 이야기다. 누구나 중후하게 늙을 수도 있고, 추하게 늙을 수도 있고, 때론 가련하게 늙을 수도 있다. 인생을 뒤돌아 볼 수 있는 나이에 있는 분들은 공연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분도 있고 많은 분들이 울기도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음악극이다.

- 연예인 출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했다. 유명세 때문에 업적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데 자신이 한 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일은 무엇인가
같이 일한 공무원들이나 관계자들이 인정할 정도로 많은 일을 했다. 가장 잘 한일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법을 개정하고 법적인 토대 환경을 바꿔 많은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했다. 저작권 감시 대상국이라는 빨간 딱지를 뗐다. 그리고 국립 현대미술관을 개장했고, 국립현대무용단을 창단했다. 올림픽경기장내에 콘서트전용 공연장도 만들었다.

무엇보다 예술단체 예산을 두 배로 늘려 창작활동에 도움이 되게 했고, 예술 강사를 확대해 예술을 본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예술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갈 수 있게 했다. 더 큰 것은 학교 체육을 바꾼 것이다. 그동안 운동선수들은 운동만 했었다. 하지만 이젠 수업을 병행해야 하고 학기 중 리그는 주말리그로 바꿨다. 축구부터 시작했다. 축구 선수들은 수업 중에 시합을 하지 못한다. 이건 일반국가체육정책에 대한 변화고 그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손을 대지 못하던 것이였다. 운동을 잘하는 애들은 운동으로 대학을 갈 수 있었기에 학부모나 감독의 반대도 많았다. 이 제도가 정착된다면 10년 20년 후에는 선진국 체육이 될 것이다. 선진국은 일반 사회체육에서 걸러지면서 전문 선수가 되는 것이다.

-그동안 배우, 공무원, 예술단체 대표 등을 거쳤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하고 추구해왔던 이상을 실현시켜주는 일이 무엇이었나.
나는 시작이 연극 이였고, 이젠 다른 분야 다른 일에 대한 미련이 없다. 연극이 어려운 것은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현대는 복제 예술의 시대다. 하지만 연극은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만 볼 수 있는 순간의 경험이다. 기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것이 연극이다. 무대배우는 일반적 정신과 의사와 같다 오랜 시간 연습을 거쳐 관객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는 의사라고 생각한다. 무대에서 몸을 던져 노력하고 이미지를 만들어줘야 한다. 영상은 이미지로 표현이 가능하지만 무대에서는 몸으로 보여줘야 하는 원초적 행위이다. 그래서 혹독한 수련과 훈련을 요구한다. 배우의 육체에서 나오는 땀과 정신에서 나오는 결과를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배우의 육체를 통해서 극도로 제한된 감정을 전달하게 된다. 원래 예술의 시작은 제의적인 것이다. 가장 기본적이고 순수한 정신적인 것들을 지배하는 원초적인 예술이다. 연극이 그런 제의적 정신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며 이상이다. 목포가 이런 순수 공연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다.

 

- 목포에 대한 느낌은?
목포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지역이다. 지역적으로 환경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예전에 비하고 발전하는 속도가 느려진 곳이다. 매번 보면서 그 점이 안타까웠다. 늘 새롭게 창조 되어 지는 그 어떤 무엇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동기부여가 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공연은 지방자치 도움 없이 하는 자체 공연이다. 이 연극이 동기부여가 된다면 지역적으로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희망 아래 시작하게 되었다. 조선내화폐공장은 지금은 버려진 공간이지만 예전엔 물건을 생산하는 공장이였다. 현재는 정신적인 예술적인 문화를 생산해 내는 공장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단지 너무 오래 비워둔 장소라서 음향이 문제다. 음향을 잡지 못하면 야외 공연을 계획 중이다. 마당에서 하게 될 것이다. 지방 갈 때는 거의 대낮에 공연을 한다. 정선에서 낮에 공연을 했는데 500여명의 관객이 너무 집중하고 좋아해서 자신을 얻었다. 이제는 많은 장식이 필요 없다. 배우가 무대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더 집중하고 있다. 목포가 열악한 환경이라서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이번도 하나의 실험이다. 여기서는 아주 근사하게 될 것이다. 많이 다르기 때문에 재미가 있을 것이다.

- 지방에서의 연극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심을 가져주고 아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제는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이제는 시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시설과 이용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만날 것인가가 문제다. 그리고 그 지역사람을 키워야 한다. 연극인들이 큰돈이나 명예를 바라는 것이 아니기에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관심만 가지고는 안 되고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후원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처음계획은 광주 전남 쪽 배우들로 무대를 채우고 싶었다, 하지만 배우들이 서울보다 더 바빴다. 지금은 서울에서 합류한 배우가 더 많다. 중앙과의 교류고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수준을 알아갈 수 있을텐데 아쉬웠다. 예술 이라는 것이 먹고 살기 위해 바빠지면 예술예 소홀해 진다. 이쪽 배우들의 바쁨이 자신의 자질 향상과 완성도를 위한 것이라면 좋겟다. 목포에서는 두 명의 배우가 참여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홀스또메르 목포 공연이 있고 11월 예술의 전당에서 패리클래스 앙콜 공연이 있다. 그 공연을 끝으로 공적인 기관이 아닌 폐공간이나 폐교 등 소외되고 낙후된 곳을 찾아 더 작은 공연을 계속 할 것이다.

- 목포 팬들에게 한 말씀
본업으로 돌아온 것이니만큼 길게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허투로 살지 않는다는 것을 믿어 달라. 연기만 할 때는 안티가 없었지만 정치를 하면서 안티가 생겨났다. 하지만 그런 부문도 이제는 다 흘러갔다. 본질이 아니라고 본다. 과장되고 왜곡된 점도 있다. 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6년 동안 소외된 연극에서 최선의 역할을 다 하고 있다. 길게 보면 내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믿음이 생길 것이다. 그동안 여러 번의 유혹과, 많은 루머가 있었지만 이제는 본업에 충실 하고 있는 나를 믿어주고 있다. 훨씬 더 좋은 모습으로 길 게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최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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