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폭염에 천일염 폭락… 속타는 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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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폭염에 천일염 폭락… 속타는 염전
  • 최지우
  • 승인 2016.10.1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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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생산량 전년보다 340% 급증… 5년새 값 3분의 1수준으로
 

20㎏ 한포대에 3200원 수준 "최소 6000~7000원은 돼야"
저염식 확산되며 소비 줄고 값싼 수입 소금도 값 하락 부추겨
"정부의 비축염 방출도 영향" 생산자단체, 대책 마련 촉구


지난 12일 오후 정부 세종청사 5동 해양수산부 앞. '생존권 사수'라고 적힌 빨간 띠를 맨 사람들이 정문 앞 도로에 소금을 뿌렸다. 이들은 대한염업조합 소속의 천일염 생산자들이다. 추락하는 천일염 가격에 대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었다.

◇저염식 확산과 저가 수입 소금 유입으로 천일염 가격 하락

천일염 가격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소금 사재기 열풍이 불었던 2011년 1㎏당 520원까지 올라갔지만 이후 계속 내려가 지난 8월에는 1㎏당 175원까지 추락했다. 5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현재는 20㎏ 한 포대에 3200원으로 더 떨어졌다. 천일염 생산자들은 염전 운영과 생계유지를 위해선 20㎏짜리 천일염 한 포대에 최소 6000~7000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윤모(66)씨는 "전남 영광에서 18년째 염전을 하고 있는데, 천일염 가격이 계속 내려가 염전 운영을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소금 시장의 규모는 약 1650억원에 이른다. 염전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이 787억원(33만2000t·2015년 기준)이고, 정제염이 413억원(17만2000t)이다. 천일염을 만드는 전국 염전만 전국 1152개에 달한다. 천일염은 2월부터 10월 말까지 생산되지만 올해는 지난 9월 13일 이미 생산이 중단됐다. 추가 생산에 따른 가격 하락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가격 하락이 우려돼 2월이 아닌 4월부터 생산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천일염 가격이 낮아지는 이유로는 저염식 확산에 따른 소비 감소와 저가의 수입 소금이 꼽힌다. 저염식이 강조되면서 가정에선 소금을 점점 적게 소비하고, 소금을 꼭 써야 하는 식품 공장 등에선 굳이 고가의 국산 천일염을 고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국산 천일염 생산량은 2012~2015년엔 30만9000~33만5000t 수준이었지만, 같은 기간 이와 비슷한 34만400~39만t의 식용 소금이 수입됐다. 고두갑 목포대 교수는 "가정의 소금 소비는 정체돼 있는데, 천일염은 아무래도 수입 소금보다는 가격 경쟁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비축염 방출도 논란

생산자 단체들은 "정부가 최근 3년간 수매(收買)했던 비축염을 한꺼번에 방출한 것도 가격 폭락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천일염 가격 안정을 목적으로 2013년부터 매년 3406~5000t의 천일염을 수매했다. 그리고 올 4~6월 사이에 그동안 수매했던 1만605t을 전량 시중에 방출했다. 1만605t은 지난해 천일염 생산량(33만2000t)의 3.2%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그러나 정부는 비축염 방출보다는 올여름의 기록적인 폭염이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3월 195원(이하 1㎏당)이었던 국산 천일염 가격은 4월 225원으로 반등한 뒤 7월까지 비슷하거나 이보다 높은 가격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8월 들어선 175원으로 전달보다 36%나 폭락했다. 8월 천일염 생산량이 10만9373t으로 지난해 같은 달(2만4862t)보다 340%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3년째 수매만 할 뿐 방출을 못 해 보관비만 연간 7억원에 달했다"며 "지난해 말에도 방출을 추진하다 생산자 단체 반대로 중단했었는데, 재수매를 위한 창고 공간 확보를 위해서도 방출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생산자 단체들은 수입 소금이 국산으로 위장돼 판매되는 것도 가격 하락의 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생산자들은 정부에 천일염 산업 육성을 위한 중·장기 정책 마련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일단 올해부터 내년 초까지 40억원의 예산을 들여 1만t을 다시 수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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