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전쟁 - 이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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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전쟁 - 이명현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6.10.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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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마케팅, ‘뭣이 중헌디?’

디『키워드 전쟁』은 고리타분한 마케팅 이론이나 어려운 전문용어가 적고, 다양한 예시와 풍부한 삽화가 두루 사용되어 한결 수월하게 읽히는 책이다. 키워드 선정에서부터 바이럴 효과 극대화를 위한 다양한 팁과 온라인 마케팅 방법이 소개되고, 영악한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도록 도와주는 정보와 팁이 담겨있다. 한편으로는 책을 읽으면서 “한국 인터넷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그 이름은 네이버(NAVER)”라는 어느 블로그 글이 계속 맴돌았다. 2010년 3월에 게시된 이래 지금까지 총 조회 수 200만 건을 넘는, 우리나라 블로그 역사상 손꼽힐 만한 인기글로, 구글과 네이버의 검색결과를 비교한다. 구글은 검색결과가 최대한 정확하고 풍부해질 수 있도록 외부 사이트 정보를 적극적으로 끌어와 반영함에 비해, 네이버는 광고링크 및 자사 블로그, 지식인 결과 값을 최상위로 노출시켜 사용자를 최대한 포털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창조경제의 심장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파괴적 혁신 이면에는 검색 인프라를 통해 혁신을 촉진하는 구글 검색이 있다. 구글의 알고리즘은 철저히 사용자의 관심도에 맞춰 검색결과 값을 뽑아내기 때문에 좋은 서비스나 콘텐츠를 만들어 내면 검색 상위로 올라간다. 때문에 양질의 웹페이지가 구글을 통해 더 많은 관심을 받고, 그런 페이지들이 구글이 내건 키워드 광고에서 더 많은 수익을 거두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진다. 아무리 기존 시장의 강자라고 해도, 더 나은 플레이어가 나오면 검색결과에서 깔끔하게 밀려난다.

반면 우리나라 디지털 마케팅 판은 철저히 ‘최적화’와 ‘밀어내기’로 이루어진다. 검색결과 상위는 일단 네이버의 각종 키워드 광고들이 점령한다. 깊은 숙고 없이 쓰인 네이버 지식인 댓글과 남의 블로그 글을 불펌해 나르는 소위 ‘최적화 블로그’들의 좋지 않은 검색결과들이 그 다음을 차지하고, 여기에 각종 보도자료나 타 언론사 기사를 ‘복붙(복사해 붙여넣기)’한 어뷰징 기사들이 뒤따른다. 결과 값에서 의미있는 정보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구조다. 그래서 네이버 검색결과 상위를 차지하기 위한 각종 블로그 최적화 팁이 곳곳에 떠돌아다니고, 네이버 블로그에서 일일방문자가 일정수준을 넘으면 블로그를 팔지 않겠냐는 바이럴 업체의 쪽지가 쇄도하기 시작한다. 네이버를 정점으로 형성된 우리나라 디지털 마케팅 생태계는 조작과 개입이 생존의 필수조건이 되어 버렸다.

신흥 SNS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팔로워가 많은 계정을 사거나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상업적 포스팅을 올리는 게 마케팅 팁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대선 때 왜 국가기관이 국민들의 여론이 형성되는 공론장에 직접 요원을 투입해 인위적으로 담론을 형성하려 했는지 그 근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이처럼 네이버가 만든 변종 생태계와 그 생태계에 기생하는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고구마줄기처럼 끌려 나온다.

장담컨대 검색 알고리즘은 반드시 또 바뀌고, 새로운 서비스와 팁들은 계속 쏟아질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담긴 팁의 유효기간은 길어봐야 5년을 넘기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최소한 5년 이내에 통용될 수 있는 팁들에 대해서는 빠르게 흡수하고 내면화한다. 저자가 말한 디지털 마케팅 ‘전쟁터’들이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업무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전장인지 먼저 고민해 보고, 만약 그렇다면 전쟁터의 지형과 일기를 살피듯 이 책이 소개해 주는 다양한 팁들을 활용해 실전에 나서 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좀 더 본질적이다.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지, 주로 어디에서 그들과 만날 수 있을지, 그들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 급격히 변해가는 디지털 마케팅 환경 속에서 잡아야 할 중심이 있다면 오로지 고객, 소비자, 청자이다. 경청과 빠른 실행, 빠른 피드백과 학습이 답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의 통합이 가속화되면서, 중장년층 이상의 중소상공인이라도 이제는 디지털 마케팅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어 다양한 전략을 배워나가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 책은 한시적이나마 그들을 위한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명심하자. 이 책에는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다. 앞서 말한 본질적인 부분에 천착하지 않으면, 혼란스러운 마케팅 전장 속에서 길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이종대 (주)데이터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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