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레미콘 4년간 전남 공사장 2500곳 투입···안전성 우려

국토부·기술표준원·지자체 등 안전 진단 나서

2017-06-27     이효빈

[목포시민신문=이효빈기자]전남지역 레미콘 생산 업체들이 시멘트량을 줄인 레미콘을 규격품으로 속여 건설사에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사와 약정한 배합 비율보다 15%가량 시멘트 함량을 줄인 레미콘이 4년에 걸쳐 전남지역 건설현장 2500여 곳에 납품된 것으로 밝혀져 시공된 건물 등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 파장이 예상된다.

20일 전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등에 따르면 전남 순천·보성·장흥지역 4개 레미콘 업체 회장 장모(73)씨 등은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규격 미달 레미콘 45만㎡를 생산한 뒤 공사장에 납품했다.

시멘트 배합비율 조작 프로그램 개발자 민모(43)씨, 업체 간부 정모(49)씨 등도 레미콘 자동생산 기록지와 배합 설계표를 조작해 건설사 150여 곳을 속여왔다.

이들 업체에서 생산된 '불량 레미콘'은 전남지역 아파트 신축현장 8곳을 포함, 총 2500여곳의 공사장에 투입됐다.

전남지역 일부 시·군에서 발주한 하천 정비·도로 보수·마을 회관 공사뿐 아니라 주택·축사·원룸·상가 공사에도 납품됐다.

특히 지자체별로 평균 500여개의 공공시설물 공사에 시멘트 함량 미달의 레미콘이 쓰였다.

이 업체들은 건설 현장에서 레미콘 품질 시험(압축강도·타설 시 유동성·염도·공기량)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점을 악용했다.

연면적 660㎡ 이상의 건축물 공사에는 레미콘 150㎥(평균)가 투입될 때마다 품질 시험이 이뤄지는데, 압축강도 시험의 경우 제한적으로 이뤄진다(레미콘 차량 한 대당 6㎥ 수준)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특히 정량보다 부족한 시멘트가 들어간 레미콘의 물 배합 비율이 맞지 않을 경우 완공된 건축물의 안전성에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도 나온다.

이에 국토교통부와 국가기술표준원은 전남경찰의 의뢰를 받고 관련 지자체와 안전 진단·레미콘 업체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불량 레미콘이 쓰인 시설물의 안전에 하자가 있을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향후 관련 지자체로부터 안전진단 결과를 통보받은 뒤 안전성 보완 등을 조율할 계획이며 국가기술표준원은 해당 레미콘 업체의 생산 공정 등을 살핀 뒤 행정 처분을 검토한다.

국토부 건설안전과 관계자는 "시공 과정에 레미콘의 시멘트가 부족할 경우에는 물을 더 넣을 가능성이 있고, 콘크리트가 굳은 뒤에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발주청과 건설 인허가 및 지도점검 권한이 있는 지자체의 안전 진단 여부를 면밀히 살핀 뒤 적절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레미콘 업체 회장 장씨 등 6명을 구속하고, 품질관리 직원 2명과 4개 레미콘 법인을 입건한 경찰은 시공사와의 공모 여부도 수사 중이다.
이효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