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정책이 필요한 이유

조 준 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12-12-17     목포시민신문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한 무상보육 정책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지난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도 0~5살 아이를 둔 전 계층에 양육수당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재원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올해 0~2살 무상보육이 급작스럽게 도입되면서 지방정부의 재정 고갈 문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명박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까지 무상보육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왜 이러한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일까? 

시대적인 흐름의 변화에 따라 무상보육이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였지만 무상보육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무상보육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에 대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가장 심각한 국내문제는 저출산과 인구고령화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는 데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무상보육은 이 두 가지 문제 중 저출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보편적 보육은 보육서비스에 대한 일종의 공동구매다. 정부를 통하여 좀더 값싸고 믿을 수 있는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공동구매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동구매의 참여자 범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이것은 사실 선택의 문제다.
 
노동자 계급의 공동구매라면 하위 70% 가구만의 공동구매로도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한 민족 한 국가의 성원으로서의 공동구매라면 전국민을 포괄해야 할 것이다. 서구에는 ‘하나의 국가 정책’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도 하나의 국가 공동체로서 우리의 후세대를 같이 양육하려는 것이라면 보편적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보육서비스를 통한 재분배는 단순한 소득계층 간의 재분배가 아니라, 다면적 재분배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보육서비스는 여성 대 남성 간의 재분배 문제이다. 이는 여성을 아동양육의 부담으로부터 해방시켜 독립적 주체로서 경제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보육서비스는 아동을 부양하지 않는 가구로부터 아동을 부양하는 가구로의 재분배이다.

동일 소득계층 내에서도 아동 부양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개인의 생애주기 차원에서도 아동을 부양하지 않는 시기로부터 아동을 부양하는 시기로 자원을 재분배하는 것이다. 이처럼 보육서비스를 둘러싼 재분배의 구조는 다면적이다. 보육서비스가 단순히 소득계층 간의 문제를 넘어, 다면적 재분배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보편적 보육서비스가 적합할 것이다.

보육서비스는 가족정책의 주요한 두 축 가운데 하나다. 선진국들의 가족정책은 아동수당과 보육서비스의 두 가지 축 위에 서 있다. 아동수당은 모든 아동들에게 매달 일정액의 현금을 제공하는 보편적 제도이다. 우리나라는 이 두 가지 정책 중 아동수당을 포기하고 보육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가족정책을 구축해 왔다. 우리가 보편적 보육서비스 제도를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가족정책은 여전히 서구 가족정책의 절반에 해당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