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피향나무-황호림과 함께 하는 목포의 풀꽃나무

34. 수피에서 향기가 나는 정원의 왕자

2013-01-15     목포시민신문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린다. 이럴 때 생활주변의 상록수는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생동감을 준다. 대부분 외국에서 도입되어 실내에서 가꾸는 관엽식물도 좋지만 사계절 푸른 우리나무를 만나면 더욱 더 반갑다. 후피향나무가 바로 그런 나무다. 후피향나무는 차나무과의 상록교목으로 제주도와 남부지방 일부 해안가에서 자생하지만 숲속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고 주로 정원에서 볼 수 있다. 

 키는 10미터에 달하지만 추위에 약해서 우리나라에서는 4~5미터 까지 자라고 두껍고 윤기가 나는 잎은 어긋나게 달리지만 가지 끝에 모여 달린다. 잎겨드랑이에 달려 수줍은 듯 고개를 떨구고 있는 꽃은 7월에 피는데 백색에서 황색으로 변한다. 가을에 익는 작은 구슬 크기의 붉은 열매는 일부러 장식을 한 듯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가 10월 말경 찬바람이 불 때면 갈라져 주홍색의 씨앗이 세상에 얼굴을 내빈다. 후피향나무는 두꺼운 수피에서 향기가 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중국에서 부르는 후피향(厚皮香)이란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으로 보인다.

 후피향나무는 흔히 ‘정원나무의 왕’이라 부른다. 특별히 가꾸지 않아도 수형이 아름답고 깔끔하다. 잎자루가 붉어서 푸른 잎과 대비 되어 눈길을 끈다. 상록수에서 흔치 않는 잎의 변신 또한 이 나무의 매력중의 하나다. 후피향나무는 새로 나온 잎이 붉은색을 띠다가 초록색으로 바뀌어 낙엽 지는 나무에서 나타나는 단풍현상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껍질에서는 다갈색 염료를 얻을 수 있고 목재가 매우 단단하여 작은 가구나 기구를 만드는 데 쓰이고 아열대 지방에서는 건축재로도 쓴다고 한다.

글과 사진 : 황호림 (숲해설가 / 목포기독병원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