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조준 동신대 교수] 긴급재난지원금, 기부하실래요?

2020-05-05     목포시민신문

[목포시민신문]

4일부터 기초생활보장수급(생계급여),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 수급 대상 270만 가구를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하였다. 나머지 가구는 11일 온라인 신청을 받아 13일부터 지급되는데 정부는 신청 과정에서 기부의사를 표시하거나 3개월동안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 기부한 것으로 간주해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이 소득하위 70%에서 전국민으로 확대되면서 기존 지급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소득 상위 30% 사람들의 긴급재난지원금 기부여부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재난지원금 기부 운동을 촉발하기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긴급재난지원금을 수령하지 않을 경우 국가에 기부한 것으로 간주하고 고용보험기금 수입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국가에 기부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담은 '긴급재난지원금 기부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법안을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위기 극복을 위해 반대급부 없이 자발 기탁하는 금전을 '긴급재난기부금으로 규정했다.

사회 곳곳에서는 이미 기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1일 조계종에서 중앙종회 의원과 본말사 주지 등 스님 5000여명이 재난지원금 기부를 결정했으며 서울 서초구에서도 5급 이상 공무원들이 기부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공무원 기부 등과 관련해 정부는 자칫 기부를 강요하는 '관제 기부'로 비춰질 수 있어 이를 '자발적 의사'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기부를 종용한다며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한편 '무조건 기부'보다는 '착한 소비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는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 국민 지급으로 재정 부담이 커진 정부가 추가 지원 여력을 마련하고자 여당의 '자발적 기부'안을 수용했지만 지원금을 받은 국민들이 그 만큼 돈을 써줘야 '소비 진작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기부보다 소비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기부보다는 '소비가 코로나19로 위축된 우리 경제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히며 "재난지원금 기부금은 정부가 나중에 사용할 재정을 미리 저축한다는 것 말고는 의미가 없다. 개인적으로나 경제적로도 사용하는 것이 소비 진작 등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이 클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주장이 더 나을지 판단하기도 어렵지만 하여튼 고민이다. 일단 받고 소비할 것인가, 아니면 기부할 것인가?

생계가 어려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재난지원금을 소비하고 상대적으로 한계소비성향(처분 가능 소득 증가시 소비 증가율)이 낮은 고소득층이 자발적으로 기부에 참여하는 방안이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로 꼽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통계청의 분석에 따르면 저소득층에 지급된 재난지원금은 즉각적인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소득이 많을수록 통상적인 지출 규모를 넘어서는 소비가 이뤄지기 힘든 탓에 정부가 목표한 '소비진작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은 착한 소비가 이루어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재난지원금 소진을 넘어 생계를 위한 식품 및 생필품 등 기존 지출을 넘어서는 착한 소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재난지원금이 기존 지출을 대체하는 수준에 그칠 경우 저축만 늘리게 되는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일본에서 2009년 경기부양을 위해 전국민에게 1인당 12000엔의 현금을 지급했지만 일부가 이를 소비하지 않고 저축하면서 경기부양 효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지금은 긴급재난금을 받을 것인가, 기부할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착한 소비를 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