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개불알풀-황호림과 함께 하는 목포의 풀꽃나무

38. 민망하지만 너무나 절묘한 이름 “큰개불알풀”

2013-02-19     목포시민신문

입춘대설(立春大雪)에다 강추위가 훼방을 놓아도 봄은 산비탈을 넘어서 오던 바다를 건너서 오던 시나브로 우리 곁에 와 있다. 봄을 더 가까이 느끼고 싶다면 양지바른 밭둑이나 풀밭에 가보라. 그 곳에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맑은 눈동자처럼, 미리내에서 빛나는 별과 같은 아주 작은 꽃, 큰개불알풀을 만날 수 있다. 현심과의 큰개불알풀은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로서 두해살이풀이다. 남부지방에 널리 퍼져서 자라고 있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상승으로 중부지방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키는 10~20㎝ 정도까지 자라고 줄기는 밑 부분이 옆으로 뻗거나 비스듬히 눕고 윗부분이 곧게 선다. 잎은 마주나며 삼각형이고 털이 있다. 잎겨드랑이에 한 송이씩 붙어서 피는 하늘색 꽃은 수술이 두개, 암술은 하나다. 큰개불알풀은 이름에는 ‘큰’자 가 붙어있어도 아주 작은 꽃이다. 3~4월경 무리지어 피지만 남부지방의 양지바른 곳에서는 계절과 무관하게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큰개불알풀의 꽃은 여러 송이가 피고지기 때문에 봄철 내내 오랫동안 피어 있는 듯 느껴지지만 한 송이의 수명은 단 하루뿐이다. 
 
무릎을 꿇고 큰개불알풀의 꽃을 깊숙이 바라다보면 살아있는 동물의 눈망울처럼 금방이라도 말을 걸어 올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렇게 예쁜 꽃의 이름이 개불알풀이라니? 잎겨드랑이에 매달린 열매를 보면 그 의문은 금방 풀린다. 너무나 절묘한 이름이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름이 민망하다 하여 ‘봄까치꽃’이란 애칭이 많이 사용된다. 큰개불알풀은 흔하지만 나물로 먹을 수 있고 꽃을 따서 그늘에 말리면 예쁜 꽃차를 마실 수 있는데 은은한 향이 일품이라고 한다. 유사 종으로는 개불알풀, 선개불알풀, 눈개불알풀이 있다.
글과 사진 : 황호림 (숲해설가 / 목포기독병원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