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 아이들과 함께한 그림책 시간

2021-05-30     목포시민신문

너는 나의 그림책

(황유진 지음/메멘토/2021322일 발행)

[목포시민신문] 어떤 책은 타인에게 설명하기가 곤란하다.

아무 설명 없이 무조건 직접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들이 그렇다.

간단하게 한 마디로 압축해서 말했다가는 책의 가치가 제대로 전달되기는커녕 오히려 폄훼될 것 같고, 구구절절 설명하면 너무 기대치가 높아져 약간이라도 실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까 염려된다. 어쨌든 내가 읽은 좋은 책을 고스란히! 제대로! ! 전달하고 싶은 욕구가 큰 책일수록 나는 차라리 입을 다물고 싶어진다. 무조건 직접 읽어보기를.

그런 책들은 책에 대해 설명할 시간에 책속 문장들을 읽어주고 싶지만, 페이지마다 넘쳐나는 좋은 문장들을 어떻게 다 읽어주나. 그러니 무조건 직접 읽어보기를.

황유진 작가의 신간 너는 나의 그림책도 그렇다. 이번 서평에는 아무 설명도 하지 말고 좋은 문장들만 뽑아서 나열할까 하는 생각을 여러번 했으나, 그러자니 책 한 권을 필사하는 지경이 되어 버릴 게 분명하다. 그러니 무조건 직접 읽어보기를.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누구나 나처럼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럴 사람은 정해져 있다. 그림책을 읽어주며 아이를 키워봤거나 키우고 있는 사람, 그러면서 어느새 그림책이 너무나 좋아져 버린 사람, 아이는 더이상 그림책을 읽지 않는데 아직도 그림책을 읽고 있는 사람, 그림책을 읽으며 눈물을 쏟아본 사람, 내가 본 그림책을 남에게도 보이고 싶어 안달이 나는 사람, 아이와 함께 그림책 읽는 시간이 애틋하고 소중하고 행복한 사람, 아이와 함께 그림책 읽는 시간이 지겹고 피곤하고 짜증나는 사람, 내가 좋은 엄마라서 뿌듯한 사람, 내가 좋은 엄마가 아니라서 미안한 사람. 이런 사람들은 무조건 직접 읽어보기를.

그럼에도 한 문장만 소개하자.

한때는 우리 집 아이들에게 많은 것이 되어주고 싶었다. 엄마이자 언니, 선생님이자 상담자, 그리고 책 벗이 되고 싶었다. 가능한 줄 알았다. (중략)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엄마이자 선생님일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내가 그 모든 것이 되는 건 가당치도 않은 일임을.” (274)

아이가 마음에 비밀 다락방을 짓기 시작하면 더는 엄마가 아이의 모든 것이 될 수 없다. 아이는 점점 친구나 다른 어른들에게 마음의 일부를 의지해야 한다. 상처도 받고 위로도 받는다. 그게 성장이다. 엄마라는 안전한 울타리를 언젠가는 떠나야만 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그림책은 마음에 장착한 성장의 지도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10년의 육아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 에세이지만, 어떤 그림책을 골라야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마다 척척 알려줄 실용적인 리스트까지 겸비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물론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책은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다.” 라는 작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동네산책 책방지기/윤소희